약 3년간 이어졌던 이어진 '고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대유행 종료 이후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려왔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전환'하면서다.
특히 미국 연준은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일반적인 조정 수준인 스몰 컷(0.25%포인트 조정)이 아니라 한 번에 0.50%포인트를 내리는 '빅 컷'을 단행하면서 앞으로 시장 금리 하락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란 평가다.
이제 공은 한국은행으로 넘어왔다. 우리나라 역시 고금리로 인한 시름이 장기화하고 있어서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꾸준히 대두돼 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한국은행 역시 연중 예정된 두 번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본다. 물가상승세가 안정화하는 추세인 데다가 부동산 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 기준금리 인하 시 우려되던 부작용을 금융당국이 규제책을 펼치면서 일정 수준 방어해 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연준, 30개월만에 기준금리 인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8일(현지시각)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개최한 이후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연방 기금 목표를 기존 5.25~5.50%에서 0.50%포인트 인하한 4.75~5.00%에서 운용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3월 기준금리를 끌어올리기 시작한 이후 약 30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이 이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사실상 '기정사실'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지난달 있었던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 조정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발언하면서다.
다만 폭은 컸다. 통상적인 조정 수준인 0.25%포인트가 아닌 한 번에 0.50%포인트를 인하했다.
연준이 한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한 것은 물가가 2%선에서 안정화하고 있는 데다가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리를 끌어내려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2.5%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에 다가왔다는 의미다. 고용시장의 경우 가장 최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건으로 전주보다 늘어났고 시장 전망치였던 22만6000건을 웃도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7월과 8월 고용 보고서, 2건의 물가 관련 보고서를 봤다"라며 "고용지표의 경우 인위적으로 높은 수준이 나타났고 앞으로는 하향 조정될 것이란 점을 알려주는 보고서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기준금리 인하, 끝나지 않았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기는 했지만 연내 추가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에서 2024년 기준금리 중간값 수준을 종전에 발표했던 5.0%에서 4.4%로 끌어내리면서다. 올해 추가로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FOMC가 서두르고 있다는 내용은 없다"라며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 것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FOMC가 두 차례(11월,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추가적인 '빅컷'에 나서기보다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을 살피면서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것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연준은 금리 인하 사이클 초기에 속도감 있게 움직여 고용시장의 악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 빅컷을 단행했다고 판단한다"라며 "미 연준이 남은 11월, 12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점진적 금리 인하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발표된 점도표를 보면 내년, 길게는 내후년까지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내년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3.4%, 206년은 2.9%, 2027년 역시 2.9%로 조사됐다.
공은 한은으로…한은의 선택은
국내에선 오는 10월 있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로 시선이 집중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기계적으로 통화정책을 조정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하긴 했지만, 한미간 금리차 축소로 인한 부작용을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
일단 한국은행이 현재의 금리 수준(3.5%)을 유지해왔던 핵심 요인이었던 물가는 한은의 전망대로 흘러가며 안정화하는 모습이다. 기준금리를 내릴 여력이 생겼다는 얘기다. 게다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빠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리차이 축소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를 감내하기에는 현재 우리나라 경기가 양호하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그간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망설여왔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는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억제하고 있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달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을 통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했고 은행들에게 자율적인 가계부채 관리를 동참하면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취급에 보수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9조원 가까이 폭증했던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9월들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란 집계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한은이 내달 있을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뒤 이 영향을 장기간 살펴볼 것이란 게 현재 금융시장에서 우세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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