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포용금융안 규모와 도출 시기를 놓고 금융지주 간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통상 4위권으로 분류되는 우리금융이 가장 먼저 80조원을 제시했고 하나금융이 100조원 규모 안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았다. 선두권인 KB금융·신한금융은 타 지주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내부 전략을 조율하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하나금융은 전 관계사가 참여하는 경제성장전략 TF(태스크포스)를 신설하고,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에 발맞춰 2030년까지 총 100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세우는 생산적·포용금융의 일환으로 우리금융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하는 구체적인 실행안이다.▷관련기사 : 하나금융, 생산적 금융에 100조원 쏜다(2025.10.16)
우선 84조원을 생산적 금융에 투입한다.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에는 민간 재원(75조원)의 13% 수준인 10조원을 투자한다. 그룹 차원에서도 10조원을 마련해 모험자본·민간펀드·첨단산업·지역균형발전에 투자하며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출연 확대를 통해 50조원 대출과 14조원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병행한다.
취약계층을 돕는 포용금융에는 16조원을 쏜다.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안정에 12조원을 투입하고 저신용·무담보 차주를 위한 보증서 대출과 채무조정 등 4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추진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그동안 손쉽게 수익을 내온 기존 방식에서 탈바꿈해 생산적 금융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대전환에 나서고 진정성 있게 포용금융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9일 2030년까지 전 계열사를 통해 총 8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에 73조원, 서민 등 취약층 지원을 골자로 하는 포용금융에 7조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내놨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에 민간에서는 처음으로 구체적인 참여(10조원) 의사를 밝히며 "전체 금융권에서 우리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정부 생산적금융 '선창'에…우리금융 80조원 '화답'(2025.09.29)
임 회장의 발언 이후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번졌다는 후문이다. 규모상 가장 작은 우리금융이 내놓은 '성의'보다 더 큰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 지주사는 "규모 경쟁은 지양한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국민성장펀드 참여를 포함해 상생·포용금융 전반에서 규모나 구성 면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우리금융이 80조원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자 하나금융이 곧바로 100조원 계획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상생금융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던 2023년 당시에도 4대 지주사들은 규모의 경쟁을 펼쳤다. 이와 더불어 정부 기조에 부합하면서도 차별화된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내부적으로 유사한 규모를 검토하고 있으나 내·외부 세부 조율이 끝나지 않아 공식화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금융당국이 서둘러 생색내는 식의 발표는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 근거 없이 막대한 수치를 내세우는 방식은 피하라는 주문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지주사 한 관계자는 "아직 확답이나 공식 발표가 가능한 단계는 아니다"며 "우리·하나금융이 먼저 발표했다고 해서 특별한 건 아니며 규모보다 실효성 있는 투자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주사 관계자는 "아직 자금 조달 방식이나 납입 구조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발표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면서 "당국 가이드라인과 내년 사업계획이 확정돼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