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산적 금융'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하는 가운데 우리금융이 한 발 앞서는 모양새다. 8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계획을 공개하면서 정부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까닭이다.
그런 만큼 다른 금융지주들도 생산적 금융의 밑그림을 공개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앞서 발표한 우리금융과 내용적인 차별화 뿐 아니라 국민성장펀드 참여 규모를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금융지주, 생산적 금융 차별화 고심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생산적 금융 규모와 전략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총 80조원을 투입해 생산적 금융 전환과 포용금융 확대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 가운데 생산적 금융이 73조원이다. 그룹 자체 투자 7조원를 비롯해 AI(인공지능)와 바이오 등 케이테크(K-Tech) 19조원, 지방 우수기술기업 16조원 등 융자 56조원 등이 포함됐다.
7조원 규모의 포용금융은 7등급 이하 저신용고객 대출이자 인하 등 5년간 55만명의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관련기사: 정부 생산적금융 '선창'에…우리금융 80조원 '화답'(9월29일)
금융당국도 우리금융의 선제적인 움직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달 29일 은행장들과 첫 간담회 후 우리금융의 생산적 금융 계획과 관련해 "정부와 시장이 같이 가는 하나의 예"라고 언급했다.
아직 생산적 금융 계획을 공개하지 않은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이 제시한 규모 뿐 아니라 전략에서도 차별화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구체적인 규모 등은 밝히지 않았지만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한 '성장 동력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며 대략적인 윤곽은 제시했다. KB금융은 계열사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 김성현 KB증권 대표가 의장을 맡아 그룹의 생산적 금융을 이끌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부동산담보 대출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는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연말 계열사 부동산금융 관련 영업 조직을 축소하고 기업·인프라 조직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종합적이고 구체화된 생산적 금융 전략 방향을 마련해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 방안을 만들고 있는 상태로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논의하고 있다"며 "지주별로 차별성도 있어야 해 실질적으로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가 운명' 국민성장펀드…우리금융보다 적게? 같게?
각 지주의 생산적 금융 방안에는 국민성장펀드 참여 규모도 담길 예정이다. 앞서 발표한 우리금융은 생산적 금융 내 국민성장펀드에는 10조원 규모로 참여하기로 했다.
150조원 이상을 목표로 하는 국민성장펀드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이를 위해 당초 50조원으로 계획했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75조원 규모로 키웠고, 나머지 75조원은 민간·국민자금(금융사·연기금, 국민)을 통해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은 금융지주를 포함한 금융사가 책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국민성장펀드 참여 규모를 밝힌 우리금융에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특히 금융당국은 국민성장펀드가 국가 운명을 가를 핵심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일 진행된 국민성장펀드 성공을 위한 합동 간담회에서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20년을 이끌 신성장 전략과 메가 프로젝트 마련을 통해 경제가 재도약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와 금융의 명운이 걸린 일로 정부와 금융, 산업계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만큼 생산적 금융의 구체적 방안을 만들고 있는 금융지주들도 국민성장펀드 참여 규모를 두고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국민성장펀드 성공 기반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아직 규모를 정하진 않았지만 우리금융의 10조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우리금융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순이익이 가장 적다는 부분이 다른 금융지주들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거 금융권 공동으로 참여했던 상생금융의 경우 5대 시중은행이 각 은행별 당기순이익의 10%를 부담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 기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순이익이 가장 적다. ▷관련기사: [금융 리그테이블]KB금융, 이자·비이자 모두 1등…'1등의 무게감'(8월6일)
다만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전체적인 생산적 금융 방안은 지주별로 전략적 차이가 드러날 수 있지만 국민성장펀드는 규모에서 크게 차이가 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