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성산빌딩(옛 이화빌딩).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의 지오영그룹사옥이다. 국내 1위 의약품 유통·물류 업체 ㈜지오영을 비롯해 병원 구매대행 업체 케어캠프 등이 입주해 있다.
건물주가 지오영그룹 공동창업자인 조선혜(67) 회장과 이희구(72) 명예회장이다. 2004년 6월 매입했다. 각각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다. 매년 ㈜지오영 13억원(2020년 기준), 케어캠프 5억원 등 입주 계열사들이 임차료를 내고 있는 이유다.
임직원 4명 vs 매출 220억
성산빌딩에는 ㈜지오영 등 말고도 관계사들이 적잖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지주회사 조선혜지와이홀딩스를 정점으로 ㈜지오영→지오영네트웍스(수도권)를 비롯한 전국 의약품 유통 계열사로 연결되는 38개 계열군에 속하지 않는 회사들이라는 뜻이다. ‘어스에이’도 걔 중 하나다.
어스에이는 2011년 9월 설립됐다. 원래는 약국 프랜차이즈사업을 위해 ‘메이시맘’으로 만들어졌다가 2017년 6월 현 사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총자산이 278억원(2020년 말)으로 지금은 지오영그룹 주력사업과 같은 의약품 도매 유통업을 하고 있다.
기업볼륨에 비해 성장속도가 압권이다. 2016년까지 매출이 없다가 2017년 9억원 남짓의 첫 수입을 올렸던 어스에이가 작년에 찍은 수치가 218억원이다. 영업이익 또한 2억원에서 26억원으로 뛰었다. 이익률이 두 자릿수인 12%다. 게다가 임직원이라고 해봐야 4명(2020년)이다.
‘베일’의 어스에이가 짧은 기간 알짜 회사로 변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이가 조 회장이다. 원래는 사내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가 작년 2월부터는 직접 대표를 맡아 공을 들이고 있다.
시선을 확 잡아당기는 또 다른 요소는 주주들의 면면이다. 조 회장도 지분이 있기는 하지만 10%로 얼마 안 된다. 최대주주는 ‘장’씨 성, ‘현’자 돌림의 개인주주 2명으로 각각 35% 도합 70%를 보유 중이다. 아울러 이 중 한 명은 2017년 9월 35살의 이른 나이에 이사회 멤버로 합류한 것도 볼 수 있다.
참고로 조 회장의 가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세간에 오르내리는 일이 거의 없다. 다만 조 회장의 남편은 장모씨로 개인사업을 하고 있고,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스에이의 비교되는 존재감
어찌됐든, 조 회장이 경영을 직접 챙기고 있는 어스에이의 변신 속도는 조 회장 소유의 기존 개인회사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수치다. 모두 의약품 도매 유통업을 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조 회장은 2002년 5월 이 명예회장과 의기투합해 새로운 의약품 유통 지주회사를 설립할 당시 각자 경영하던 회사는 놔두고 ㈜지오영을 차렸는데, 성창약품과 가야약품이 이에 해당한다.
성창약품은 조 회장이 인천병원 약제과장으로 일하다 37살 때 사업가로서 첫 발을 내디뎠던 곳이다. 원래는 이 명예회장이 1988년 11월 설립한 업체지만 1991년 조 회장이 경영을 맡았다. 가야약품 또한 성산빌딩에 본점을 두고 있다. 조 회장이 2001년 2월 인수한 업체다.
두 회사는 초창기 이사진에서 조 회장 일가들의 면면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부친 고(故) 조일기씨가 감사로 활동했다. 동생 조경훈(66)씨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기도 했다.
조 회장은 지금도 성창약품의 대표 자리에 앉아있다. 지분도 82.03%나 된다. 이 명예회장도 지분이 있지만 12.18% 정도다. 가야약품은 이 명예회장과 함께 사내 등기임원직을 가지고 있다. 최근 소유지분은 파악되지 않지만, 2012년 기준으로 각각 47.56%, 41.46%를 보유했다.
반면 두 관계사의 최근 실적은 둔화 추세다. 성창약품은 2003년 매출이 934억원을 찍기도 했지만 이후 뒷걸음질 치며 작년에는 110억원에 머물렀다. 가야약품 또한 2006년 727억원으로 확대됐다가 2020년에는 212억원 정도다.
아울러 최근 3년간 영업이익도 흑자를 내고는 있지만 한 해 평균 각각 2~3억원 수준이다. 작년 영업이익률이라고 해봐야 1%가 채 안된다. 조 회장이 공들이는 어스에이의 존재를 그저 그런 관계사 정도로 낮게 볼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