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거버넌스워치]의약품 유통공룡 지오영의 주역 조선혜·이희구

  • 2021.11.01(월) 07:10

[승계본색] 지오영①
공동창업 18년만에 매출 4조, 계열 38개사
2014년 기점 실권자 무게추 조선혜로 이동  

‘의약품 유통 공룡’. 중견그룹 지오영(GEO-YOUNG)에 딱 들어맞는 수식어다. 전국적으로 대형병원 50여곳과 약국 2만3000여개 중 60%가 넘는 곳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으니 말 다했다. 지오영을 이렇듯 국내 1위 의약품 유통·물류 업체로만 안다면 당신은 지오영을 반쪽만 아는 것이다. 

20년이 채 안된 짧은 기간 불같이 일어난 성장 뒤에 보상이 뒤따르지 않을 리 없다. 성장의 열매를 맛본 창업자들을 들춰보면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진다. 수천억 자산가로서의 면모, 개인기업들의 면면, 나아가 조용히 진행되는 대(代)물림에 이르기까지 얘기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는다.

이희구 지오영그룹 명예회장(왼쪽). 조선혜 지오영그룹 회장

의약품 유통시장의 ‘포식자’

지오영그룹은 현 조선혜(67) 회장과 이희구(72) 명예회장이 의기투합해 2002년 5월 공동으로 설립한 의약품 유통 지주회사 ㈜지오영(옛 엑손팜)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SK 계열 SK네트웍스(당시 SK글로벌)가 가세했다. 

다만 SK네트웍스가 2003년 발발한 분식회계 사태로 인해 이듬해 초 발을 빼면서 지오영은 사실상 조 회장과 이 명예회장 쌍두마차 체제로 성장해 왔다. 창업 훨씬 이전부터 의약품 도매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조 회장은 숙명여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학업을 마친 후 지방공사인 인천병원 약제과장으로 일하다가 이 명예회장이 1988년 11월 설립한 병원 의약품 납품업체 성창약품 대표로 1991년 자리를 옮기면서 사업가로 변신했다. 37살 때다. 이어 11년 뒤 지오영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 명예회장은 명지대 국문과 출신이다. 대학 졸업후 중학교 국어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1년만인 1974년 서울약품공업 계열 아세아양행에 입사, 제약업체 영업사원으로 직업을 갈아탔다. 1979년 대웅제약으로 옮겨 영업본부장 등을 지낸 뒤 38살 때인 1983년 1월 인천 동부약품을 인수, 독립하면서 경영자의 길을 걸어왔다. 

3조7400억원. 지오영그룹 사업지주회사 ㈜지오영의 2020년 매출(연결기준)이다. 설립 이듬해인 2003년(1750억원)의 21배에 해당한다. 한 해도 뒷걸음질 친 적이 없다. 18년새 영업이익은 24억원에서 722억원으로 30배 뛰었다. 흑자를 놓친 적도 없다. 지오영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수치다.  

초창기부터 전국의 중소 의약품 유통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 몸집을 불리는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포식자’라 할 만 하다. 현 계열사만 38개나 되는 배경이다. 인천 및 충남 천안에 허브물류센터를 보유하는 등 전국에 18개의 물류센터도 운영 중이다. 실탄은 넉넉했다. 벌이가 좋았고, 3번에 걸친 외부 투자자금도 뒤를 받쳤다.  

22% vs 7%…창업자의 달라진 위상

지오영의 전국 유통 네트워크는 작년 2월 코로나19로 촉발된 ‘마스크 대란’으로 인해 특혜 논란을 빚으며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던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가 약 5개월간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을 당시 시중 약국 대상 공적(公的) 마스크 독점적 공급권 준 2개 업체 중 한 곳으로 70%가량을 점유했던 곳이 지오영이다. 

지오영 폭발 성장의 중심에 수레의 두 바퀴처럼 양대 창업자가 자리한다. 다만 세월이 제법 흘렀다.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고 사람도 변하는 게 세월이다. 현재 경영권력의 무게중심은 조 회장에게 쏠려있다. 

조 회장은 ㈜지오영 창업 이래 대표이사 자리를 비운 적이 없다. 반면 공동대표로 활동해온 이 명예회장은 2014년 6월 대표직을 내려놓고 지금은 이사회 멤버로만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게다가 조 회장은 지오영네트웍스 등 핵심 유통거점인 6개 계열사의 대표도 겸하고 있다. 소유 지분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지오영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다. 2019년 5월 순수지주회사 ‘조선혜지와이홀딩스’ 설립에서 비롯됐다.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주력사 ㈜지오영→지오영네트웍스(수도권), 강원지오영(강원), 대전지오영(충청), 영남·경남지오영(영남), 호남·남부지오영(호남), 제주지오영(제주) 등 전국 의약품 유통 계열사로 연결되는 수직지배체제다. 

최상단에 3인주주가 위치한다.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블랙스톤이 지분 71.25%로 1대주주지만 재무적투자자(FI)일 뿐이다. 경영권을 쥔 조 회장은 21.99%를 보유 중이다. 이외 6.76%가 이 회장 몫이다. 지주회사 출범 전 ㈜지오영의 초창기 45%를 공동소유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이제 조 회장의 수천억 자산가로서의 면모를 들춰볼 차례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