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의 감초’라는 별칭이 딱 들어맞지 싶다. ‘공사다망(公私多忙)’, 오너 개인회사를 위해 갖가지 일을 해왔다. 누가 간판 계열사 아니랄까봐, 전국 2위 도시가스업체 서울도시가스는 그런 존재다.
뒤집어 말하면, SCG의 오너 김영민(79) 회장이 자신의 지배구조 형성뿐만 아니라 개인 재산 증식에 사업 중추인 서울가스를 알차게 써먹었다는 뜻이다. 결과만 좋은 것이 아니라 가성비도 만점이다.
김영민 66억 들인 서울개발 가성비 만점
김 회장에게 1인 회사 서울도시개발은 서울가스 경영권 안정을 위한 결정적 ‘키(Key)’다. 개인지분은 9.54%뿐이지만 서울개발이 보유한 26.27%를 합해 35.81%를 소유, 서울가스를 장악하고 있다. 현재 서울개발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인 이유다.
한참 됐다. 2011년 1월 지정됐다. 총자산(별도기준)이 1000억원(1120억원)을 넘어서고, 지주비율(자회사 주식가액/총자산)이 50%(92.49%)를 웃돌았을 때다. 무엇보다 서울가스 소유 지분에 기인한다.
현재는 장부가액이 3540억원(2022년 말)이다. 총자산(3920억원)의 89.6%다. 자원개발업체 더고이(옛 서울에너지자원) 주식(50%․237억원)도 김 회장과 함께 절반씩 가지고 있지만 서울가스에 비할 바 못된다. 지주비율 95.6%의 거의 전부가 서울가스 주식인 셈이다.
(참고로 2017년 7월부터 자산 요건이 1000억→5000억원 이상으로 높아져 서울개발은 이에 못 미치지만 1000억 이상~5000억원 미만 기존 지주사의 경우 2027년 6월까지 10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진 상태다.)
김 회장이 서울개발에 출자한 자금은 총 66억원이다. 2001년 5월 서울개발 설립을 시작으로 추가 지분 인수, 유상증자 등을 통해 2016년 7월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개인 돈을 집어넣은 게 이게 전부라는 얘기다.
김 회장에게 서울개발이란 존재는 비단 오너십을 떠받치는 지렛대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간 배당수입 18억원과 비교할 수 없는 어마무시하게 ‘레벨-업’된 기업가치가 오롯이 김 회장의 전유물(專有物)이 됐다. 서울가스, 십분 활용했다.
99%…서울가스가 먹여 살린 서울개발
서울개발은 원래는 자체 사업을 갖고 있었다. ‘[거버넌스워치] 서울도시가스 ②편’에서 얘기한 2006년 12월 김 회장의 2개 개인회사 서울개발과 서울도시가스엔지니어링(ENG) 합병은 사실 사업구조 면에서는 서울가스가 먹여 살리다시피 했던 계열 통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서울개발은 초창기부터 서울가스의 업무시설 등 건설공사와 건물관리를 담당했다. 2003년 매출 96억원 중 99.8%에 이를 정도다. 서울ENG는 서울가스 배관설비공사를 주력으로 하던 업체다. 합병 직전 2004~2005년 매출(135억~142억원) 중 서울가스 매출이 54%~57%(73억~80억원)를 차지했다.
사업구조가 통합 뒤라고 달라질 리 없다. 2012년 매출 148억원 중 서울가스 비중이 99%(147억원)였으니 말 다했다. 건설공사 77억원, 건물관리 52억원, 도시가스 조정기 점검 등 위탁용역 9억원, 설비공사 9억원 등이다. 벌이가 안 좋을 리 없다. 영업이익이 2006~2008년 딱 3년간 많아야 6억원 적자를 낸 것을 빼면, 2003~2012년 많게는 34억원, 적어도 12억원을 벌어들였다.
서울개발이 현 서울가스 주식에 들인 자금은 총 340억원이다. 이 중 2003년 2월 1대주주(22.96%)로 올라서기까지는 234억원이다. 대부분 빚을 냈다. 2006년 차입금이 359억원으로 불어난 주된 이유지만 서울가스가 판을 깔아준 덕에 매년 발생하는 10억원대의 이자는 물론 부담 없이 원금을 줄여나갈 수 있었다.
서울개발, 2020년 배당수입 200억 ‘돈벼락’
서울개발은 지주사가 된 뒤 2014년부터 자체사업은 하지 않고 있다. 영업 ‘돈벌이’가 없어졌지만 걱정이 없었다. 현재 영업수익(매출)으로 잡히고 있는 지분법이익을 통해 서울가스가 매년 따박따박 꽂아주는 현금이 있어서다. 바꿔 말하면, 서울가스 배당수입이란 ‘믿는 구석’이 있는 까닭에 사업을 접었다고도 볼 수 있다.
서울가스는 2002년 서울개발이 주주로 등장한 이래 결산배당으로 주당 750원(액면 5000원)→1000원→1250원→1500원으로 단계적으로 배당 규모를 늘려왔다. 특히 서울개발이 순수지주로 전환한 직후인 2015년부터는 줄곧 1750원을 배당했다. 액수로는 30억원에서 시작해 최근 8년간은 68억원을 풀었다. 21년간 총 1140억원이다.
최대 수혜자가 김 회장의 1인 회사이자 서울가스 1대주주인 서울개발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서울개발의 배당수입 역시 2002년 7억원에서 2015년 이후로는 23억원이 유입됐다. 도합 373억원이다. 서울가스 결산 배당수익만 이 정도였다는 말이다.
2020년에는 이와 별도로 돈벼락을 맞았다. 서울가스가 그 해 9월 주당 1만5000원 총 583억원의 사상 첫 분기배당을 실시한 데 따른 것이다. 독일계 자동차 부품업체 비테스코테크놀로지스코리아 투자주식 35%를 2380억원에 매각했을 때다. 서울개발이 챙긴 배당수익이 197억에 달한다.
이렇다보니 2020년 말 48억원 남아있던 차입금을 모두 갚았다. 은행 차입을 위해 담보로 잡혔던 서울가스 지분 7%를 푼 것도 이 무렵인 2020년이다. 서울개발은 현재 차입금 ‘제로’에 이익잉여금만 해도 3690억원이 쌓여있다. 부채비율은 3.68%에 불과하다. 유일주주인 김 회장이 혼자 꿀을 빨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다음이다. 김 회장이 서울개발을 살찌우는 데 한몫 단단히 했던 서울가스 기반의 ‘돈 되는’ 사업들을 왜 접었고, 어디로 갔느냐는 점이다. 바로 후계자 김요한(42) 서울도시가스 부사장의 개인회사 에스씨지(SCG)솔루션즈에 숨겨져 있다. (▶ [거버넌스워치] 서울도시가스 ⑤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