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창립한지 30년에서 많게는 50년 이상된 전통의 제약사들이 증시 문을 두드리고 있다. 수십 년간 내수 시장에서 제네릭(복제의약품)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온 이들 제약사들이 증시 상장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결단'을 내린 데에는 단순한 자금 조달 이상의 이유가 있다.
신약 개발에 도전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금 유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업 신뢰도 제고 그리고 세대교체와 맞물린 지배구조 개편 등 복합적인 과제가 한꺼번에 떠오르며 기업공개(IPO)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마더스·명인·삼익, 중견 제약사 IPO 준비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익제약과 명인제약, 마더스제약이 올 하반기에 IPO를 준비하고 있다. 상장 포문을 처음 열어 젖힐 제약사는 지난 1973년 설립된 삼익제약이다. 설립한지 무려 52년 만에 'IPO 도전'에 나선 삼익제약은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와의 합병 방식을 통해 올 10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삼익제약은 기업인수목적회사인 '하나28호기업인수목적'과의 합병상장을 통해 약 16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향후 공장 별관 신축, 기계설비 투자, 연구개발투자 등 회사 경쟁력 제고 및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잇몸질환 치료 보조제 '이가탄'으로 유명한 명인제약도 상장에 나선다. 지난 1988년 설립된 명인제약은 올해로 창립 37년을 맞는 중견 제약사다. 지난 4월 30일 한국거래소에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며, 현재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심사 통과 이후 증권신고서 제출과 공모 청약 절차를 거쳐 올해 10~12월 사이 상장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더스제약은 의약품유통업을 하던 마더스팜이 전신으로, 2011년 아남제약을 인수하며 제네릭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회사는 제네릭에서 나아가 개량신약과 혁신신약 개발로 R&D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IPO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아직 예비심사 청구 전 단계로 IR 및 증권신고서 준비에 집중하고 있으며, 상장 시점은 다른 기업들보다 다소 늦은 연말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네릭 중심서 신약 R&D 전환·해외 진출 등 모색
이들 제약사들이 창립한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비로서 IPO에 도전하는 이유는 뭘까. 제약 업계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이 제네릭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개량신약과 신약 개발로의 전환을 꾀하려는 체질 개선의 필요성에서 비롯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들 제약사들이 상장을 추진하는 핵심 배경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에 있다.
주력 품목인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의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해외 기업 또는 규제기관으로부터 신뢰 기반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IPO는 회계 투명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지배구조 공개 등 상장사에 요구되는 기준을 충족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신뢰와 투명성을 시장에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제약사들은 해외 파트너사와의 협력 논의 과정에서 비상장사라는 이유로 협업이 무산되는 사례를 겪으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경영 투명성과 신뢰 체계의 필요성을 절감해왔다. IPO는 단순히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넘어 기업 내부 시스템을 글로벌 수준으로 정비하고, 시장의 평가와 감시를 수용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IPO 시장 분위기 변화도 전통 제약사들의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으로 주목받았던 바이오벤처들이 잇따라 실적 부진과 신뢰 위기를 겪으면서 오히려 견고한 매출 기반과 재무 건전성을 갖춘 전통 제약사들이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정형 성장주'로 재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시장에서 명확히 평가받는 동시에, 체질 개선과 경영 전략 재편의 전환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며 "전통 제약사들의 지분 정리와 경영 승계라는 세대 교체 과정에 있어서도 IPO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