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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상이 고위험?"…1500억 '3상 특화펀드' 실효성 논란

  • 2025.12.29(월) 10:00

정부 "민간 기피 구간 마중물"…병목은 '2상'
상장사 중심 3상에 정책자금 투입 필요하나
"임상 전주기 펀드"…초기 자금부터 살려야 

정부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을 목표로 임상 3상 특화 펀드 조성 계획을 밝혔지만, 시작부터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3상만 콕 집은 펀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의 현실 인식이 시장 상황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위험·고비용 리스크 '임상 3상' 특화펀드 조성"

보건복지부와 관련 부처는 최근 바이오헬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1500억 원 규모의 '임상 3상 특화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 3상은 비용이 막대하고 회수 기간이 긴 데다, 무엇보다 실패 및 규제 리스크가 높아 민간 자본이 투자를 꺼리는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이 '고위험 구간'의 투자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와 국책은행의 출자 비율을 기존 40%에서 60%로 상향해 민간의 리스크를 분담하고, 임상 3상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기업을 집중 지원해 글로벌 직접 판매 구조로의 전환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3상이 가장 위험하다? "병목은 2상"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제로 내세운 ‘3상의 높은 실패 리스크'라는 진단부터 의문을 표한다. 

미국 바이오협회(BIO)가 분석한 '임상 개발 성공률(2011–2020)’ 보고서에 따르면, 임상 3상 파이프라인이 신약 허가 신청(NDA/BLA) 단계로 넘어갈 확률은 57.8%에 달한다. 허가 신청 후 최종 승인 비율은 90.6%다. 반면, 임상 1상에서 2상으로 전환되는 확률은 52%이며, 임상 2상에서 3상으로 진입하는 성공률은 28.9%에 불과하다.

글로벌 헬스케어 데이터 기업 아이큐비아(IQVIA)의 2024년 자료 역시 임상 3상 성공률이 66%다. 통계적으로 볼 때 신약 개발의 진짜 병목구간은 2상이며, 3상은 상대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은 안정적인 단계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에서 '죽음의 계곡'은 후보물질 발굴 이후 비임상시험(전임상) 단계에서 임상시험으로 넘어가는 구간을 이야기한다"면서 "상업화 직전인 임상 3상 단계에 민간이 투자를 꺼린다면서 3상의 문제가 아니라 신약후보물질의 경쟁력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1500억으로 글로벌 임상? "상장사만 집중 지원"

자금 조달의 시급성에 대해서도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3상 단계에 진입한 기업은 대다수가 상장사나 중견기업으로, 이미 전환사채(CB), 유상증자, 기술수출 계약금, 파트너십 등 다양한 조달 수단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코오롱티슈진, 메디포스트, HLB 등이 임상 3상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한 바 있으며, 삼성바이오에피스나 셀트리온 등은 이미 자체적인 자금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펀드의 규모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글로벌 임상 3상은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이 소요된다. 정부가 조성하겠다는 1500억원은 사실상 1~2개 기업의 임상 비용을 대기도 빠듯한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소수 과제에 집중 투자하면 선정 특혜 논란이 일 것이고, 여러 과제에 나누면 각 기업 입장에선 체감조차 안 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상만 54개? "혁신 신약 거의 없어"

정부는 ‘2024년 국내 신약 파이프라인 조사 결과'를 인용해 임상 3상 파이프라인이 54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를 기초로 혁신 신약 및 바이오베터에 대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정보 사이트(ClinicalTrials.gov) 등을 분석해 보면, 실제 국내 기업이 주도하는 유의미한 글로벌 임상 3상 프로젝트는 30개 남짓으로 추산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같은 글로벌 혁신 신약 후보 물질은 일부에 그친다.

주로 보툴리눔 톡신, 고혈압·당뇨병 복합제, 개량신약 혹은 바이오시밀러가 다수를 차지한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과는 거리가 먼, 내수용 혹은 틈새시장용 품목들도 상당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나 개량신약처럼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영역의 3상은 '정부가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영역'과는 결이 다르다. 자칫 3상 펀드가 '안전한 3상'에만 몰리거나, 반대로 글로벌 시장성이 약한 과제가 정책 자금에 기생하는 억지 프로젝트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임상펀드로 확대... 말라가는 초기 벤처 살려야"

전문가들은 이번 3상 펀드가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차라리 단계를 한정 짓지 않는 '임상 전주기 펀드'로 명명해 지원 범위를 넓히거나, 임상 2상에서 3상으로 넘어가는 결정적 구간(Bridge)에 자금을 집중하는 식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바이오 생태계에서 자금이 가장 마른 곳은 초기 단계 기업들"이라며 "성공률이 높고 자금 조달이 비교적 용이한 상장사들의 3상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유망한 물질을 가지고도 돈이 없어 1~2상 문턱을 넘지 못하는 초기 벤처들을 위한 과감한 모험 자본 공급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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