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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넥신, 2000억대 리스크 털었다…'신약개발 집중'

  • 2026.04.17(금) 07:50

국제상업회의소 중재재판 승소…분쟁 종결
표적단백질분해제 파이프라인에 역량 집중

신약개발 기업 제넥신이 2000억원 규모 국제 소송에서 승소하며 자기자본 대비 81%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물어줄 위기에서 벗어났다. 회사는 본업에 집중해 차세대 단백질분해제 파이프라인을 앞세운 기술이전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제넥신은 지난 15일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재판에서 아이코어(Ichor)가 제기한 약 2000억원 규모 청구가 전부 기각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소송 비용을 아이코어가 전액 부담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양사 분쟁은 사실상 종결됐다. ICC의 중재는 단심제로 운영되는데, 절차상 하자를 제외하면 판정 내용에 불복해 항소할 수 없는 구조다.

이번 판결로 제넥신은 회사의 재무구조를 흔들 수 있었던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소송가액 2000억원은 제넥신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2467억원의 8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DNA → mRNA' 기술 변화가 만든 소송전

이번 분쟁은 제넥신이 2023년 자궁경부암 DNA 백신 'GX-188E' 개발을 중단하면서 촉발됐다. 개발 중단의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재편된 백신 기술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백신을 잇따라 상용화하며 기술 트렌가 DNA에서 mRNA로 이동했다. 높은 전달 효율과 빠른 개발 속도를 앞세운 mRNA 플랫폼이 성공을 거두면서, 상대적으로 DNA 백신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DNA 백신은 세포핵 내부까지 물질이 전달돼야 작동하는 반면, mRNA 백신은 세포질에서 바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어 전달 과정이 단순하고 효율이 높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DNA 백신 상업화 가능성에 대한 회의로 이어졌다.

제넥신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전기충격을 이용해 DNA를 세포핵 안으로 전달하는 전기천공 기술을 보유한 아이코어와 협력해왔다. 아이코어는 DNA 백신의 전달 효율을 높이는 보완 기술에 특화된 기업으로, 제넥신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였다.

그러나 GX-188E 개발이 중단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DNA 백신 자체의 사업성이 흔들리자, 이를 기반으로 한 아이코어의 기술 적용 기회도 사실상 사라졌다. 아이코어는 백신 밸류체인 내에서 DNA 백신 기술에 특화된 사업 구조였던 만큼, 파이프라인 중단은 곧 사업 기반 약화로 이어졌다.

제넥신의 DNA 백신 개발이 중단되자, 아이코어는 2024년 5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제기하며 약 2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제넥신의 임상 중단이 계약상 기대이익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쟁점은 계약 해석이었다. 제넥신 측은 계약서에 임상 성공이나 상업화에 따른 추가 금전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이코어는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미래 기술수익에 대한 기대이익까지 보상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맞섰다. 중재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제넥신의 다음은…'TPD'

소송 부담을 덜어낸 제넥신은 표적단백질분해제(TPD) 파이프라인 'GX-BP1'에 역량을 집중한다. 해당 물질은 동물실험을 마치고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 패키지를 구축한 단계로,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이전 협의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GX-BP1의 비임상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외부 검증을 계기로 파트너십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GX-BP1'은 기존 저분자 화합물 기반이 아닌 mRNA를 활용해 설계된 차세대 TPD(표적 단백질 분해) 후보물질로 새로운 기전으로 제넥신의 기술이전 성과를 올릴 후보 물질이다.

GX-BP1에 접목된 제넥신의 TPD 플랫폼 '바이오프로탁(bioPROTAC)'은 단백질 분해를 유도하는 물질 자체를 mRNA로 전달해 체내에서 발현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저분자 기반 PROTAC이 가진 전달 한계와 표적 선택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접근이다. 회사는 이 플랫폼을 통해 개발 효율성과 조직 특이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파이프라인 정상화도 병행한다. 회사에 따르면 중국에 기술이전한 성장호르몬제 'GX-H9'는 미·중 규제 갈등 여파로 상업화가 지연됐다. 제넥신은 중국 내 생산시설을 재정비하고 품목허가 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현금 확보를 위한 자산 유동화도 예상된다. 회사측에 따르면 회사가 소유한 판교 사옥 매각을 통해 약 150억원의 현금 확보도 가능하며, 마곡산업단지 사옥이 2027년 전매 제한이 해제되는 만큼 매각 또는 임대 수익화도 가능할 전망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소송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핵심 파이프라인의 가치 제고와 기술이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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