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한국법인이 비만 치료제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나란히 호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치료제 후발주자인 릴리는 '마운자로'가 고가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 덕에 국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국내 후발 기업들 역시 마운자로 수준에 필적하거나 이를 뛰어넘는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는 등 '효능 중심' 기술력 확보 여부가 향후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작년 매출 '노보 85.6%·릴리 193.6%' 급증
16일 노보노디스크의 한국법인 노보노디스크제약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6953억원으로 전년 3747억원보다 8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보노디스크제약은 덴마트의 노보노디스크가 1994년에 설립한 한국 법인이다. 국내에서 글로벌 제약사 매출 순위도 11위에서 2위로 수직 상승했다. 기존 1일 1회 주사하는 '삭센다'에 이어 주 1회 투여로 투약 편의성을 높인 '위고비'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라이릴리의 한국법인 한국릴리의 실적도 껑충 뛰었다. 지난해 매출은 4821억원으로 전년 1642억원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국릴리는 일라이릴리가 지난 1982년 대웅제약과 50대 50 지분으로 설립한 회사다. 당시 사명은 대웅릴리제약이었으나 이후 1998년 일라이릴리가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면서 지금의 한국릴리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한국릴리는 지난해 8월 출시한 '마운자로(GLP-1/GIP 이중 작용 기전)'의 흥행에 힘입어 매출이 급격히 확대됐다. 글로벌 제약사 국내 매출 순위도 20위에서 9위로 뛰어오르며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마운자로는 위고비보다 가격이 더 높은 편이다. 진료앱 '나만의닥터' 집계에 따르면 1개월 약값 기준 위고비는 용량에 따라 약 22만~37만원 수준인 반면, 마운자로는 약 28만~52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월 최대 50만원을 웃도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마운자로는 더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가 알려지면서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처방 선호가 빠르게 이동했다. 실제 임상에서 평균 체중의 약 20% 안팎 감소를 보이는 등 기존 GLP-1 계열 대비 한층 뛰어난 체중감량 효과를 나타낸 점이 한국릴리의 매출 확대로 이끈 것이다.
시장 주도권 '체중감량 효과' …국내 후발약, '저가' 전략 한계
시장 지표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BRP인사이트에 따르면 위고비는 마운자로 출시 이전인 지난해 7월 약국 유통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72.2%를 차지했지만, 지난달에는 14.7%까지 하락했다.
반면 마운자로는 약 79.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 주도권을 빠르게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한국릴리의 올해 매출은 한층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가에도 불구하고 효능을 앞세운 제품으로 처방이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비만치료제를 둘러싼 경쟁 구도 역시 '가격'이 아닌 '체중감량 효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후발주자로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인 국내 제약사들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고가인 주사형 비만치료제의 약값 부담을 낮추기 위해 국산 비만치료제 개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휴온스, 바이오플러스, 펩트론, 펜믹스 등이 삭센다와 위고비 기반 제네릭 및 개량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 흐름은 단순한 '저가 대체제' 전략만으로는 안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위고비보다 높은 가격에도 마운자로가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한 사례에서 보듯, 가격 경쟁력보다 명확한 효능 우위가 시장 진입의 핵심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삭센다와 위고비가 마운자로에 밀리고 있는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체중 감량 효과가 마운자로에 미치지 못할 경우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후발주자인 국산 비만치료제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낮은 가격 보다 체중 감량 효과나 투약 편의성 등에서 차별화된 임상적 우위를 입증 및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