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에쓰오일, 올레핀 투자 '득보다 실'

  • 2015.02.03(화) 15:56

중국 대규모 플랜트 증설로 공급과잉
올레핀 계열 제품 수익성도 크게 악화

파라자일렌(PX)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뒀던 에쓰오일이 이번엔 올레핀을 선택했다. 올레핀은 나프타 분해를 통해 얻어지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부텐을 말한다. 이들은 석유화학 공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알코올 등 다양한 화학제품의 기초원료다.

 

에쓰오일의 이 같은 결정은 국제유가 하락과 글로벌 경기둔화로 경영위기에 처했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업계에선 에쓰오일이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 프로젝트에 5조원 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쓰오일은 현재 프로젝트에 대한 기초설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내에 이사회 승인을 받고 구체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투자는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올레핀 시장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특히 에쓰오일이 주력으로 생산할 제품 중 하나인 PP(Poly propylene)는 중국 수요 감소로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올레핀에 사활 건 에쓰오일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부문 주력 제품은 아로마틱 계열의 PX였다. 하지만 국내 및 중동, 중국에서 PX 생산설비가 속속 준공되면서 공급이 크게 늘었고,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시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PX 덕에 에쓰오일은 지난 2012년 석유화학 사업부문에서 영업이익 8319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3년 5654억원으로 급감했고, 작년 이 부문 영업이익은 1820억원에 머물렀다.

 

 

에쓰오일은 PX를 대신할 미래 성장동력으로 올레핀을 선택했다. 작년 7월, 울산 온산공단에 RUC와 ODC를 짓고 PO(Proplyene Oxide)와 PP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프로젝트 설계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 상반기 내에 사업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지난달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프로젝트 기초설계 작업이 진행 중이고 조만간 마무리할 것”이라며 “이를 기초로 상반기 중에 이사회에서 승인 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RUC에서 만들어진 프로필렌(Propylene)을 ODC로 보내고, 여기서 PO와 PP를 만드는 것이다. PO는 우레탄 등 건축 및 생활자재의 원료로 사용되고, PP는 플라스틱과 필름 등에 이용된다.

 

에쓰오일은 원유보다 잔사유 가격이 싸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71%인 화학제품 내 PX의 판매비중을 오는 2018년에는 47%까지 낮추고, 대신 8% 수준의 올레핀은 37%로 높일 계획이다.

 

 

◇ 올레핀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

 

문제는 올레핀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국제유가 약세와 수요 부진으로 올레핀의 가격 스프레드가 축소돼 수익성 악화가 심해지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과 중동에서 올레핀 생산시설 증설이 예상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완공한 CTO(Coal to Olefin) 및 MTO(Methanol to Olefin) 플랜트가 올해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고, 중동에서도 올해 대규모 신증설이 예정돼있다.

 

 

에쓰오일이 생산할 계획인 PP도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다. 화학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PP 수출가격과 아시아 지역의 PP 수입가격 차이는 지난해 1분기 톤당 91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2분기 146달러로 회복됐지만, 3분기 132달러로 재차 하락했다. 업계에선 이 가격의 차이가 톤당 150달러 이상 확보돼야 마진이 생기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주요 수출국인 중국에서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전체 PP 수출량 중 46%는 중국으로 간다. 하지만 중국 경제성장률이 하락 추세고, 자국 내 증설로 자체 생산량이 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PP 수입량은 2012년 513만5000톤에서 지난해 298만4000톤으로 절반 가량 줄었고,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5%에서 23.8%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에쓰오일의 올레핀 투자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에쓰오일이 과거 PX 시장에 들어가 큰 성공을 거둔 경험으로 올레핀 시장에서도 같은 기대를 거는 것 같다”며 “하지만 올레핀 시장 전망은 어둡고, 2017년이면 셰일혁명을 기반으로 한 미국이 석유화학 제품을 쏟아낼 전망이라 올레핀 사업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아직 프로젝트 설계 단계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