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대표적인 경차 모델인 '스파크'의 차세대 모델을 선보였다. '차세대 스파크'는 한국GM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GM은 한때 국내 경차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기아차 모닝이 등장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모닝에게 빼앗긴 경차 시장을 되찾기 위한 시작이 '차세대 스파크'다.
◇ '경차'의 역사를 시작하다
국내 시장에 경차 모델이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91년 출시된 '티코'다. 83년 정부의 800cc 경차 개발 계획으로 시작된 '국민차' 사업은 사실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국내 업체들에게 경차는 득이 되지 않는 사업이었다. '많이 팔 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처럼 지지부진하던 경차 사업에 맨 먼저 뛰어든 곳은 훗날 대우차로 편입되는 대우조선의 국민차 사업부다. 대우조선 국민차 사업부는 국내 첫 경차인 '티코'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마침 고유가와 마이카 열풍이 불었다. 저렴한 가격에 내 차를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경제성도 뛰어나다는 점이 '티코'의 강점이었다.
▲ 국내 경차 역사의 시작인 대우차 '티코'. '티코'는 출시 초창기에는 소비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IMF 이후 판매가 급격하게 늘면서 국내 대표 경차로 올라섰다. |
하지만 초기 '티코'의 판매는 저조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싫어할만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기도 작은 데다 해치백 방식이었다. 타인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던 당시 소비자들에게 '티코'는 조롱거리였다. 그러나 6년 뒤 IMF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당시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티코'는 경제적인 차의 대명사로 꼽히며 불티나게 판매됐다. 출시 후 10년간 67만7000대가 생산됐다. 이중 26만대를 해외 수출했다. 당시 대우차는 이런 '티코'의 인기에 힘입어 98년 '마티즈'를 선보였다. '마티즈'는 현재 '스파크'의 전신(前身)이다.
▲ 대우차의 본격적인 경차 모델인 '마티즈'. '마티즈'는 출시 첫해인 98년 국내 베스트셀링카에 오를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
대우차는 95년부터 '마티즈' 개발에 뛰어들었다. 경차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당시 대우차는 '마티즈' 개발에 1600여억원을 쏟아부었다. 마티즈의 디자인은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이탈리아의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디자인이다. 당초 피아트에 제안했다가 거부당한 것을 대우차가 매입했다.
새로운 '마티즈'의 등장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대우 '마티즈'는 출시 첫해 국내 모든 차량을 제치고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판매대수만 해도 8만8951대에 달했다. 98년 이후 작년까지 경차가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것은 그때가 유일했다. 그만큼 '마티즈'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 '모닝'과 양강구도 만들다
◇ '모닝'과 양강구도 만들다
대우차 '마티즈'는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현대차 '아토즈'와 기아차 '비스토'의 거센 도전도 뿌리치며 국내 경차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대우차는 지난 2000년 총 450억원을 들여 개발한 '마티즈2'를 내놓으면서 '경차 1위' 자리를 더욱 확고히 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마티즈'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 2002년 대우차가 GM에 인수된 것. 2005년 GM대우는 '마티즈'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였지만 IMF 이후 살림살이가 나아진 소비자들이 큰 차를 찾으면서 경차의 인기는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GM대우는 이후 '올 뉴 마티즈'를 출시했지만 기아차가 내놓은 '모닝'에 밀리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부터 경차의 기준이 배기량 1000cc 미만으로 확대된 탓이다. 기아차는 '마티즈'를 따라잡기 위해 당시 경차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최첨단 편의사양 등을 대거 탑재했다. 이때부터 국내 경차 시장은 '마티즈'와 '모닝'의 격전지가 됐다.
▲ GM대우의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승승장구하던 '마티즈'는 2008년 정부의 경차 범위 확대로 기아차 '모닝'과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GM대우의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기아차 '모닝'에 대항하기 위해 내놓은 경차다. 당시 기아차는 '마티즈'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각종 첨단 사양을 대거 탑재해 시장 확대에 나섰고 지금까지 기아차 '모닝'은 국내 경차 시장의 1위로 자리하고 있다. |
경차 기준 확대로 기아차 '모닝'은 질주했다. GM대우도 이에 맞서기 위해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출시했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GM의 쉐보레와 홀덴 브랜드의 '스파크'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에 판매됐다. 2011년 GM대우는 한국GM으로 사명을 바꾸고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했다. 이때부터 한국GM의 대표 경차는 '쉐보레 스파크'가 됐다.
'쉐보레 스파크'는 이후 지금까지 모델 체인지 없이 기아차 모닝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 경차의 위치를 지켜왔다. GM의 글로벌 망을 통해 영화 '트랜스포머'에 출연한 것은 물론 LPG엔진 모델과 전기차 모델로도 선보였다. GM에서도 한국을 GM의 글로벌 경차 생산기지로 인정할 만큼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작년 '쉐보레 스파크'의 판매량은 내수 6만500대, 수출 12만6943대(선적기준) 등 총 18만7443대를 기록했다. 작년 한국GM 전체 판매량의 29.7%가 '스파크'였던 셈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기아차 '모닝'은 내수에서만 9만6089대를 판매했다. 여전히 '모닝'의 벽은 높았다.
◇ "기다려라, 모닝"
한국GM은 올해를 국내 경차 시장에서 반전을 모색할 한 해로 삼고 있다. 그동안 풀체인지 모델 변경이 없었던 '스파크'에 대한 대대적인 변경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지난 2일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차세대 스파크'를 선보였다. 종전과 완전히 달라진 디자인은 물론 각종 첨단 사양으로 무장했다. '모닝'의 아성을 넘어 경차 시장을 재탈환하기 위해서다.
'차세대 스파크'는 한국GM 창원공장에서 생산돼 전세계 40개국에 수출될 예정이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모델이다. 한국GM은 이에 걸맞게 '스파크'의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기존의 젊은 느낌은 유지하면서 한층 감각적이고 고급스러운 사양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성숙함을 갖췄다는 평가다.
▲ 한국GM은 잃어버린 경차 시장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그 산물이 최근 서울 모터쇼에서 공개한 '차세대 스파크'다. 기존의 '스파크'와는 디자인 뿐만 아니라 파워트레인, 편의사양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변화를 줬다.(사진=이명근 기자) |
새로운 1.0리터 3기통 에코텍(Ecotec) 엔진과 차세대 C-TECH 무단변속기를 장착했다. 차세대 에코텍 엔진은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과 실린더 헤드를 채택해 차량 하중을 줄였다. 특히 일체형 배기 매니폴드 시스템을 갖춘 실린더 헤드는 엔진룸 중량을 감소시켜 주행 성능에도 기여한다.
첨단사양도 대폭 강화했다. '차세대 스파크'에 장착된 차세대 마이링크(MyLink) 시스템은 인포테인먼트 및 공조시스템 제어를 지원한다. 7인치 고해상도 풀 컬러 스크린에 스마트폰과 같은 아이콘 배열을 통해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볼륨 조절 조그 다이얼을 채택해 직관적인 시스템 컨트롤도 가능하다.
경차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안전성도 대폭 강화했다. '차세대 스파크'에는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사각 지대 경고 시스템 등을 동급 최초로 적용했다. 또 쉐보레 마이링크는 후방 카메라 기능과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도 제공한다.
한국GM 관계자는 "'차세대 스파크'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경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GM의 글로벌 판매도 확대해 GM 내에서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