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역시 에틸렌이다. 여기에 에틸렌을 필두로 각종 다운스트림 제품 시황도 좋았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저유가 영향으로 하향 안정화돼있다. 이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실적에 날개를 달았다.
19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석유화학 4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금호석유화학) 영업이익은 2조7891억원으로 작년보다 8074억원(40.7%) 증가했다. 다만 매출액 대비 평균 영업이익률은 12.3%로 작년보다 3%포인트 가량 소폭 낮아졌다.
◇ LG화학 뛰어넘은 롯데케미칼
매출액 등 사업규모 면에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 1위는 LG화학이다. 실제로 지난 2분기 LG화학은 5조2165억원으로 주요 석유화학사 중 가장 많았다.
하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선 업계 2위로 평가받는 롯데케미칼이 앞섰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693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6158억원을 기록한 LG화학을 넘었다. 상반기 기준 롯데케미칼 영업이익은 1조1675억원, LG화학은 1조735억원이다.
|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
가장 큰 요인은 에틸렌이다. 롯데케미칼은 238만톤 규모의 NCC(나프타분해설비)를 확보하고 있어 국내 기업 중 가장 크다. 지난해부터 에틸렌은 유래 없는 호황기가 지속되고 있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된 가운데 아시아 지역 내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이 더디고, 수요는 계속 늘면서 제품 스프레드(판매가-원료가) 고공행진 하고 있어서다. 에틸렌이 주력인 롯데케미칼 실적이 고공행진 하는 이유다.
LG화학 역시 에틸렌을 포함한 기초소재사업에선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미래 성장동력인 전지와 정보전자소재 사업의 부진으로 1위 자리를 롯데케미칼에 내줬다. LG화학은 2분기 전지와 정보전자소재 사업에서 각각 312억원, 145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한화케미칼은 기초소재 사업과 함께 태양광 사업까지 성장하며 괄목할만한 실적 성장을 거뒀다. 특히 한화화인케미칼 합병 이후 TDI(Toluene Diisocyanate, 폴리우레탄 원료) 3라인 가동을 시작한 영향이 컸다. 이 회사 2분기 영업이익은 2936억원으로 역대 최고기록을 새로 썼다.
이들과 달리 합성고무 사업이 주력인 금호석유화학도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그 동안 합성고무는 전방산업인 타이어시장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제품 가격이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였다. 이로 인해 금호석화도 실적 부진이 지속됐으나 2분기에는 합성고무 시황 개선과 페놀 유도체 사업의 선전에 힘입어 65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 기대감 더 커진 하반기
하반기에도 에틸렌을 비롯한 석유화학제품 스프레드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제품 수급의 타이트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하반기에는 나프타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7월 이후 아시아 지역 내 에틸렌 생산설비 정기보수와 트러블로 가동률이 하락해 나프타 수요가 줄었고, 나프타와 혼합해 사용이 가능한 LPG 사용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LPG의 경우, 무더운 날씨로 수요가 줄어드는 하절기에는 가격이 떨어져 석유화학기업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LPG를 나프타와 혼합해 원료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떨어지면 NCC 보유 기업 경쟁력이 더욱 강화된다.
시장에선 한화케미칼의 가파른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에틸렌을 필두로 대다수 석유화학제품 스프레드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석유화학사업에선 모두가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기업의 신성장동력을 봤을 때 한화케미칼이 보유한 태양광사업 성장세가 눈에 띈다는 평가다.
손영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단가 하락이 불가피하고,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에탄크래커도 저유가 속에선 큰 효과가 나지 않는다”며 “반면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사업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안정적 궤도에 진입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