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년 전 미운오리로 전락했던 파라자일렌(PX)이 다시 백조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에서의 수요 회복으로 제품 스프레드가 상승, 국내기업들의 실적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어서다.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화학사업 및 석유화학기업들은 상반기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시장에 놀라움을 안겼다. 그 중심에는 에틸렌이 있었다. 저유가로 제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된 가운데 아시아 지역 내 에틸렌 설비증가 둔화로 NCC(나프타분해설비)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호황기를 누린 것이다.
에틸렌(올레핀 계열)이 주인공이라면 PX는 주·조연으로 볼 수 있다. 에틸렌 뿐 아니라 PX 시황도 호조세를 보인 까닭에 깜짝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아로마틱 계열로 중간 유분인 PX는 합성섬유 원료인 TPA(테레프탈산)의 원료로 사용돼 섬유체인의 기초 원료로 볼 수 있다. 정유사들의 경우, 주력인 정유사업 부진시 화학사업내 PX가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석유화학사 역시 제품 다각화 측면에서 에틸렌과 PX는 양대 축이다. 국내에선 정유4사를 비롯해 롯데케미칼과 한화토탈, 현대코스모 등이 PX를 생산하고 있다.
상반기 PX 스프레드는 견조한 수준을 이어갔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PX 스프레드는 톤 당 373달러를 기록했다. 전분기보단 다소 하락한 수치지만 전년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10%가량 증가했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prtsy201@ |
가장 큰 이유는 PX를 원료로 사용하는 PTA(고순도테레프탈산, TPA와 같은 제품으로 봐도 무방)와 폴리에스터 생산공장 가동률 증가다. 특히 중국에서의 수요 증가세가 뚜렷하다. 중국은 그 동안 경기침체로 인해 합섬원료 수요 성장세가 더뎠다. 반면 PTA 생산설비는 급증하면서 설비 가동률이 60% 이하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들어 합섬원료 수요가 전년대비 9.7% 증가하는 등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이에 힘입어 PX 수요도 늘면서 제품 스프레드가 상승했다.
하반기에도 이같은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지난주 PX 스프레드는 톤당 421달러로 2분기 평균보다 48달러 가량 오른 상태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51% 가량 급증했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의 업황 부진으로 폴리에스터 생산량을 조절한 탓에 재고량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에 수요량을 맞추기 위해선 PTA 및 폴리에스터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원료인 PX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다.
중국에선 PX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향후 계획돼 있는 신증설 규모도 커 자급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다만 올해는 생산능력이 전년대비 0.72%(10만톤) 늘어나는데 그쳐, 수요 성장세(전년대비 13.1%, 2340만톤)를 따라가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의 대(對) 중국 PX 수출량이 늘어날 것이란 의미다.
이와 함께 업계에선 G20 회담도 호재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내달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국내 석유화학 생산설비를 중단하기로 했다. 공장 가동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 수준을 낮추기 위한 일회성 방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G20회의 개최를 앞두고 자국내 생산설비 가동중단을 지시해 역내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PX 생산시설의 경우, 지난해 사고가 발생한 경험도 있어 좀 더 엄격한 규제가 적용, 국내 PX 생산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