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석유화학 기초소재사업을 선제적으로 정비한다.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과잉 우려와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목표다.
LG화학은 주력인 기초소재 사업을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LG화학은 지난 2분기 이 사업에서 영업이익 6491억원, 매출액 3조6528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전기차 배터리 등 전지사업과 정보전자소재사업이 부진했지만 기초소재사업이 버티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LG화학을 비롯한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중국과 중동지역 등에서 범용 석유화학제품 생산량을 공급적으로 늘려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이에 LG화학은 기술력을 앞세운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여 기초소재 사업 내 고부가 제품 매출을 오는 2020년까지 7조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 고부가제품 비중 확대
우선 LG화학은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메탈로센계 촉매 및 공정기술’을 기반으로 고부가 폴리올레핀(PO) 제품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기존 제품 기능을 개선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지난달 25일, 4000억원을 투자해 기존 범용 라인을 메탈로센계 제품 전용라인으로 전환하고 2018년까지 생산규모를 29만톤까지 늘리기로 결정했다. 현재 약 30% 수준인 PO 제품 고부가 비중도 2020년까지 60%로 확대한다.
▲ LG화학은 고부가 소재인 엘라스토머 생산능력을 키워 기초소재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
ABS(고부가 합성수지)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제품 사업도 육성한다. 이 제품은 전기차 시장 확대와 자동차 연비강화 등 경량화 추세에 힘입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IT 제품에도 적용된다.
LG화학은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ABS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중국 화남 ABS공장 생산량을 기존보다 2배 많은 30만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EP 분야에선 자동차 시장을 중심으로 고내열 특성이 요구되는 엔진룸과 구동부품 등에 적용되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력을 갖춘 업체를 대상으로 M&A(인수·합병)도 노린다.
기저귀 등에 사용되는 SAP(고흡수성 수지) 사업은 글로벌 고객과 차세대 제품을 공동 개발해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합성고무 사업은 친환경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한다.
경량화 및 스마트화 관련 유망 신소재 개발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초소재 분야 R&D 투자를 매년 10% 이상 늘리고,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미래 유망소재 인력을 배치, 대학 및 연구기관을 비롯해 계열사간 협업 등을 추진한다.
◇ 범용 제품, 원가 경쟁력 높여 수익성 극대화
기존 사업은 공정혁신과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원가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산이다.
현재 LG화학은 여수공장(116만톤)과 대산공장(104만톤) 등 총 220만톤의 에틸렌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다. 에틸렌이 석유화학 제품 기초 원료인 만큼 고부가 제품의 안정적인 원료 확보와 원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에틸렌 생산규모 확대를 검토 중이다.
▲ LG화학 여수 NCC(나프타분해설비) 전경 |
이와 함께 LG화학 에틸렌 생산설비 에너지사용량이 전 세계 생산설비 사용량의 절반 수준이라 에너지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도 극대화할 계획이다.
손옥동 LG화학 기초소재사업본부장 사장은 “중국 등 후발업체와 경쟁이 치열해지는 기존 사업은 공정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친환경 가소제와 고기능 합성고무 NBL(니트릴 라텍스) 등 고수익 제품 위주로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며 “총력 마케팅을 통해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전략 시장 내 입지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편안할 때 위태로울 때를 생각해야 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 자세로 호황을 누리는 시기에 먼저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탄탄한 사업기반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