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국내 석유화학업계 1위 LG화학에 경쟁사들의 협공이 거세다. 석유화학제품 핵심 원료인 에틸렌 생산능력은 내년이면 경쟁사인 롯데케미칼에 한참 뒤진다. 고부가 합성고무(SSBR) 사업도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도발’과 마주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현재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LC타이탄의 상장을 추진 중이다. 2010년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화학사인 타이탄케미칼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한 지 7년 만이다.
LC타이탄의 상장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상장 작업을 벌였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에 대한 검찰조사로 미뤄졌다가 이달부터 본격화됐다. 롯데케미칼은 LC타이탄 상장공모를 통해 통해 약 1조5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유입자금을 말레이시아 및 인도네시아 NCC(나프타분해설비) 건설, 에틸렌을 원료로 다양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 설비를 짓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LG화학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LG화학 220만톤, 롯데케미칼 280만톤(국내 210만톤)인 에틸렌 생산능력은 2018년에는 각각 240만톤, 450만톤으로 격차가 현격히 벌어지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또한 이탈리아 베르살리스와 합작한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스’를 통해 고품질 친환경 타이어 원료인 고부가 합성고무(SSBR) 사업도 시작한다. 국내에선 LG화학(6만톤)과 금호석유화학(6만3000톤)이 영위하던 사업이다. LG화학이 또 롯데케미칼과 맞붙어야 하는 셈이다.
LG화학은 수익 측면에서는 이미 작년 이후로 롯데케미칼에 밀리고 있는 상태다. 작년 영업이익(연결기준) 1조9900억원으로 롯데케미칼(2조5400억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올 1분기에는 7970억원을 기록, 183억원 차이로 바짝 추격하며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배터리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도발을 감행한 상태다. 이 사업 후발주자로 한 수 아래라 여겨지던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말 김준 사장의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배터리와 화학 분야에 2020년까지 총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것. 이 중 배터리는 LG화학과 직접 경쟁하는 분야다.
SK이노베이션은 그 동안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는 시큰둥했다. 각종 규제와 중국의 무역장벽 등 위험 요소가 존재한 까닭이다. 이로 인해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이후 아직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랬던 SK이노베이션이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향후 배터리 시장이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소수 기업의 과점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기술력 면에서는 선두주자인 LG화학과 비교해도 꿇릴 게 없다고 보는 만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생산능력을 연간 10GWh(기가와트시)로 늘린 뒤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30%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이다. 현실화되면 국내 전기차 배터리 1위 LG화학을 한참 발 아래 두는 것은 물론 일본 파나소닉 등을 제치고 ‘글로벌 톱’ 자리까지 넘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