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계열 주력사인 LG화학이 노동조합의 불법도청을 시도하다 발각돼 파문이 일고 있다. LG화학은 실무 직원 개인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정도 경영’, ‘투명 경영’을 기업이념으로 하는 LG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LG화학 익산공장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도중 사측이 노조 휴게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가 노조 간부들에 의해 발각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마이크는 줄을 통해 옆방으로 연결됐고 녹음 기능까지 장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익산공장은 기초소재 내 EP(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및 올해 1월 흡수합병한 LG생명과학(현 생명과학부문)의 생산기지다.
노조 측은 즉각 격렬하게 반발했다.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1일부터 관련 사진을 공유, 사측의 부정행위를 알리고 있다. 또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위치한 LG화학 본사를 항의 방문해 박진수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등 사측에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사측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일단 불법도청 시도는 인정하고 있다. 다만 경영진의 지시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실무 직원의 개인적 판단 아래 이뤄진 것으로 실제 녹음 또한 되지 않았다는 게 LG화학의 설명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진상조사를 벌일 예정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에 대한 징계 정차를 밟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실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노사가 13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어온 곳이다. 지난해에도 한 때 임금인상율을 놓고 갈등을 빚기는 했지만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협상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올해는 지난달부터 임단협이 시작됐지만 올 초 LG화학의 LG생명과학 흡수합병으로 인해 교섭 대상을 확정 짓는 문제 등으로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LG화학의 임단협은 9월쯤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