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두산의 사돈집안 ‘유봉(裕峰)’이 대(代)물림된 스토리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알고보니 혼사를 계기로 사돈가에서 대(代)물림을 위해 준비해 둔 계열사를 합치는 물밑 작업이 있었다. 이를 통해 가업의 덩치도 키운 상태여서 향후 사위의 경영 행보가 관심사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철강유통업체 ‘㈜유봉’을 계열 편입한 것은 올해 3월1일이다. 지주회사 현대중공업지주(옛 현대로보틱스)를 정점으로 한 28번째 계열사다. 사돈가의 가업 승계와 맞물려있다.
작년 6월 현대중공업그룹 오너인 정몽준(67) 아산재단 이사장의 2남2녀 중 맏딸 정남이(35)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는 서승범(44) 유봉 사장과 결혼했다. 서 사장은 중견사업가 서준영(77) 유봉 창업주의 외아들이다.
서 창업주는 두산가(家)와도 사돈이다. 서 창업주의 1남2녀 중 맏딸 서지원(49)씨의 남편이 박지원(52) 두산중공업 회장이다. 박용곤(85) 두산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박정원(55) 두산 회장의 동생이다.
서 창업주는 혼사를 계기로 서 사장에게 가업인 유봉을 사실상 물려줬다. 먼저 서 사장에게 최대주주 지위를 내줬다. 이어 또 2014년 3월 이후 부자(父子)가 함께 맡아왔던 각자대표에서도 올 3월 말 물러나 지금은 서 사장 단독대표 체제다.
흥미로운 것은 서 대표가 유봉의 최대주주가 된 이유가 자신의 사유기업을 합친 데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작년 11월 말 유봉은 관계사인 인산테크를 흡수·합병했는데, 유일주주가 바로 서 대표였던 것. 즉 인산테크는 서 창업주가 가업 대물림을 위해 준비해 둔 계열사라 할 수 있다.
자본금은 각각 3억원(발행주식 6만주·액면가 5000원)인 양사 합병은 인산테크 주식 1주당 유봉 0.28주씩 1만7100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인산테크를 흡수하는 댓가로 유봉이 발행한 합병신주는 전량 서 대표 몫이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서 사장은 유봉의 보유지분이 28.7%에서 44.5%(3만4300주)로 확대되며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반면 서 창업주는 36.8%에서 28.0%(2만1600주)로 감소했다. 기존에 인산테크가 소유해왔던 유봉 지분은 18.2%(1만4000주) 자사주가 됐다. 이외 9.3%(7200주)는 서 창업주의 부인 이춘란씨 소유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서는 대기업집단 총수의 4촌이내 인척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주식회사의 경우 계열로 편입해야 한다. 유봉이 현대중공업 계열사가 된 이유다.
유봉은 합병을 계기로 덩치도 커졌다. 유봉은 작년 말 총자산이 209억원으로 서울 서초에 본사를 두고 스테인리스 후판 등의 철강유통 및 열회수 발전기부품(핀튜브) 제조 사업을 하고 있다.
유봉은 지난해 매출 45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58.6%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9억6100만원으로 5배 넘게 불어났다. 순익 또한 3배 증가한 9억900만원으로 확대됐다. 인산테크 합병 효과다.
인산테크는 조립금속제조, 수출, 철강유통, 부동산임대 등을 사업목적으로 해왔던 곳이다. 경남 함안 본사 외에 경남지역에 2개 공장을 두고 있다. 작년 11월 말 현재 자산은 52억원 정도다.
인산테크는 2014~2016년 한 해 평균 39억원 매출에 4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에도 합병전까지 11개월간 매출 57억6000만원에 영업이익 4억1980억원을 올렸다. 외형 치고는 꽤 견실했던 관계사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