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도 지난 1분기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실적을 선보였다. 코로나로 영업이 위축된 것보다 오히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이 의류관리기,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위생을 강조하는 생활가전의 판매 신장으로 이어진 덕이다.
LG전자의 올해 첫 실적에서 코로나 감염 확산으로 우려됐던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산과 판매 차질은 거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다만 2분기에는 코로나로 인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4조7287억원, 영업이익 1조904억원의 실적이 잠정적으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LG전자는 매 분기가 끝난 다음달 7일께 먼저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 잠정 실적을 제시하고, 같은 달 말 순이익과 사업본부별 실적을 공식 발표한다.
잠정실적을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1.1%나 늘었다. 직전인 지난 4분기와 견줄 경우 매출은 8.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971.1%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2018년 1분기(1조1078억원) 이후 여덟 분기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당시(7.3%)보다 높은 7.4%였다.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매출 15조5393억원, 영업이익 8557억원이었다. 매출은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에도 덕을 보고도 판매량 감소 영향으로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1분기 실적에는 코로나19 악영향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오히려 위생을 강조하는 생활가전과 TV 부문에서 성장세가 나타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LG전자는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의 지난 2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었다는 사실을 알린 바 있다. 특히 대용량 제품 판매량이 같은 기간 약 50% 증가해 스팀 가전의 성장을 견인했다며 관심을 이끌었다.
이렇듯 코로나 사태로 건강과 위생에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스타일러뿐 아니라 세탁기와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H&A(가전, Home Appliance & Air Solution) 부문의 생활가전 판매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HE(TV, Home Entertainment) 부문에서도 올레드(OLED) TV 등 등 고가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었고, 실적이 함께 잡히는 연결대상 종속회사 LG이노텍도 카메라 모듈 공급 증가로 실적이 양호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MC(스마트폰, Mobile Communications)부문과 신사업으로 키우는 VS(자동차 전장, Vehicle component Solutions)부문은 적자가 지속되거나 확대됐을 것으로 관측됐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1분기 실적을 선방했지만 2분기에는 코로나로 인한 영업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3월 이후 해외 공장들이 잇달아 생산중단 보고를 올리고 있고, 미국 유럽 등지의 대형 유통업체들을 통한 판로도 막히고 있는 상항이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보다 2분기 우려가 더 큰 상황이지만, 2분기에도 얼마나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내보일수 있느냐가 올 한 해 LG전자 실적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