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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V 반등' 뒤에 'W 수렁'으로

  • 2020.05.08(금) 09:35

[어닝 20·1Q]4대그룹 리그테이블
현대차그룹, 겨우 반등했는데 더 깊은 바닥
기아차·모비스·건설, 후진…제철 적자전환

지난해 'V자' 반등에 성공한 현대차그룹이 또 다시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전 세계 경제를 마비시킨 코로나19 여파다. 올 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20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전진하는 한해가 되자"고 당부했지만 예기치 못한 악재에 그룹 실적은 '후진'하고 있다.

올 1~3월 현대차그룹 8개 주요 계열사의 연결 기준 실적을 요약하면 '내실없는 성장'이다. 1분기 8개 계열사 매출은 합은 60조457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4%(4조1785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이기간 영업이익(2조959억원)은 전년동기대비 17.2%(4354억원) 감소했다.

'내실없는 성장'의 원인은 코로나19의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있다. 올초부터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파괴됐다. 자동차 공장은 문을 닫았고 판매망(딜러)은 마비됐다. 그룹의 핵심인 현대·기아차의 실적 악화는 수직계열화된 그룹 전체로 번지고 있다.

'V자 반등'에도 제동이 걸렸다.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은 2016년 14조원대, 2017년 10조원대, 2018년 8조원대로 떨어지다 지난해 10조원대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외부 변수에 바닥은 더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지난 2018년 1분기보다 소폭(1%) 떨어졌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올 2분기 실적이 어느 선까지 떨어질지 바닥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블 딥인 'W 반등'을 그릴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계열사별로 나눠보면 현대차의 1분기 글로벌 판매량(도매)이 전년동기대비 11.6% 감소한 가운데 매출(25조3194억원)은 5.6% 증가했다. 물량 감소분을 환율효과와 이익률이 높은 SUV 비중을 높인 '믹스개선'으로 만회했다. 여기에 더 뉴 그랜저, GV80 등 '신차효과'도 더해졌다.

이기간 영업이익은 863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7% 증가했다. 하지만 회계적 '착시 효과'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자율주행회사 '앱티브(Aptiv)'와 합작사 설립과정에서 지적재산권 이전으로 발생한 1056억원의 일회성 이익이 1분기에 반영된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8.1% 줄었다. 그나마 믹스개선, 환율, 신차 효과 등으로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입장이 정반대다. 기아차 1분기 영업이익은 444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2% 감소했다. 작년 1분기에 반영된 통상임금 환입금(2820억원)이라는 일회성 이익이 사라지면서다. 작년 통상임금 환입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2.6% 증가했다. 신차효과에 따른 1490억원의 이익이 반영되면서다. 현대차는 '앱티브 합작사' 덕에 영업이익이 늘고, 기아차는 '통상임금 환입' 탓에 영업이익이 줄어 든 셈이다.

이 기간 기아차 매출은 1조456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1% 증가했다. 글로벌 도매판매는 소폭(1.9%) 줄었지만 환율효과 등이 더해졌다.

현대·기아차의 부진은 수직계열화된 그룹 전체로 이어졌다.

두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360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9% 감소했다. 매출(8조4230억원)도 19%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생산이 14% 감소한 영향이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모듈·부품부문은 89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작년 1분기(392억원)대비 적자전환했다. 그나마 A/S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소폭(0.8%) 감소하는데 그친 4508억원을 기록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현대제철은 8개 계열사중 유일하게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영업손실은 297억원으로 작년 1분기(2124억원)과 비교해 적자전환됐다. 매출(4조6680억원)도 8% 감소했다. 전방 산업인 자동차가 코로나19로 부진에 빠지면서 자동차강판 판매량이 감소한 탓이다. 여기에 중국 등 해외 법인 적자도 가중됐다.

코로나19 여파를 피해 간 계열사도 있다.

현대글로비스 매출(4조7029억원)은 전년동기대비 11.4%, 영업이익(1949억원)은 5.2% 각각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류와 해운 부문은 부진했지만, 반조립제품(CKD)·중고차경매 등 유통부문이 선전하면서다. 유통부문 영업이익은 104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9% 증가했다.

현대위아의 1분기 매출(1조6480억원)은 전년동기대비 8.4% 줄었지만 영업이익(845억원)은 전년동기대비 478.8% 급증했다. 차량 부품 감소로 매출이 줄었지만 충당부채가 환입됐고 환율 효과가 더해지면서다.

현대로템 영업이익은 11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18.2% 급증했다. 매출(6705억원)도 13.6% 늘었다. 방산무문 영업이익(90억원)이 전년동기대비 585% 급증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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