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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하니]흠 많다는 아이폰12가 만족스러운 이유

  • 2020.11.24(화) 17:26

애플 아이폰12 프로 '내돈내산' 3주 체험기

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편집자]

아이폰12 프로./사진=백유진 기자

검은색 화면 재생 시 화면이 깜빡이거나 회색으로 보이는 '번개 현상', 디스플레이 일부분이 녹색빛을 띠는 '녹조 현상', 가장자리가 붉은 빛을 띠는 '벚꽃 현상'.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이폰12'를 둘러싼 결함들이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12 미니' 모델에서는 잠금 화면에서 터치 불량 문제까지 나타나고 있다. 애플은 결국 오류를 인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그럼에도 아이폰12 시리즈는 품귀현상을 빚으며 흥행가도를 걷는 중이다. 현재 애플 온라인스토어에서 아이폰12 프로 모델을 구입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이르면 12월 초, 늦게는 내달 중순까지는 기다려야 할 정도다. 사전예약에 성공하고도 2주가 넘도록 제품을 받지 못한 사람들도 속출했다.

역대급 결함 논란에도 '앱등이(애플 애호가)'들이 이토록 목매는 이유는 뭘까. 아이폰12를 한 달 간 사용해보니 이유는 명확했다. 답은 '아이폰이기 때문'이었다. 온전치 않은 5G는 아이폰의 탓은 아닐테다.

아이폰12 프로./사진=백유진 기자

◇ '내돈내산 아이폰' 3주 써보니 

스스로 앱등이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누구보다 '각진 아이폰'을 기다려온 건 사실이었다. 그런 만큼 아이폰12 출시 소식에 사전예약을 했다. 운이 좋게 출시일인 지난달 30일 '아이폰12 프로' 모델을 바로 받았고, 지금까지 3주가량 사용했다. 

기자의 최근 몇년 간 스마트폰 사용 전적은 이렇다. '아이폰6S, 아이폰8, 갤럭시S10 플러스'. 삼성페이에 홀려 갤럭시로 넘어간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아이폰으로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이유는 '디자인'이다. 아이폰4·5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깻잎 통조림' 디자인으로의 회귀는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아이폰12 프로. /사진=백유진 기자

각진 아이폰에도 모델별로 차이가 있다. 각진 옆면의 테두리가 알루미늄으로 마감된 아이폰12 일반 모델과 달리 아이폰12 프로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 처리됐다. 실버의 경우 뒷면은 흰색이지만 테두리는 은색을 입혀 고급스러운 느낌을 냈다. 이 조합의 색상을 고르기까지 얼마나 긴 숙고의 시간을 가졌는지 굳이 말하지 않겠다.

각진 디자인에도 한계는 있다. 모서리가 상대적으로 뾰족(?)해 그립감이 그리 좋지 않다. 하지만 구매 초기라 늘 케이스를 끼운 채 '모시고' 다니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다. 스테인리스의 특성상 테두리에 지문 자국이 많이 남는 것도 고급스러움을 해친다. 이 문제도 케이스가 해결해준다. 사실 불편해도 큰 상관은 없다. 아름다움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있는 법이다.

아이폰12 프로. /사진=백유진 기자

과거로 돌아간 각진 외관을 제외하면 디자인은 전작과 유사하다. 전면 상단에 노치(카메라 등 설치 때문에 화면이 나오지 않는 부분)나 베젤(테두리) 비율 등은 여전했다. 뒷면에 인덕션을 연상시키는 카메라도 그대로다. 

다만 아이폰 초기 사용자이자 전 갤럭시 유저로서 개인적인 불편 사항도 있었다. 애플이 아이폰X부터 홈 버튼을 없앴다는 것을 고려하면 많이 늦은 뒷북일테지만, 홈 버튼 없는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해보니 적응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스마트폰을 쳐다보기만 해도 잠금을 해제해주는 안면인식 기능은 너무나 편리했지만 코로나가 함정이었다. 애플도 마스크를 항상 착용해야하는 전염병까지는 예측하지 못했을 터다.

◇ 전작과 달라진 점은

애플은 아이폰12 전 모델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채택했다. 지난 2017년 아이폰X에 처음으로 OLED를 도입한 이후 3년 만에 LCD(액정표시장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전작인 아이폰11에서는 프로 모델에 OLED, 일반 모델에 LCD 화면을 달았다.

그럼에도 아이폰12는 디스플레이 품질 논란을 겪고 있다. 이른바 '번개, 벚꽃, 녹조 현상' 등 외에도 화면과 본체 사이로 빛이 새어나오는 현상 등 결함도 다양하다. 아쉽게도(?) 뽑기에 성공한 덕인지 지금까지 디스플레이에서 이런 결함을 실제로 경험하지는 못했다.

아이폰12 프로에는 맥세이프를 이한 자석이 내장돼 있어 마그넷을 붙이고 흔들어도 잘 떨어지지 않았다. /사진=백유진 기자

제품 뒷면에는 자석이 내장돼 있다. 무선 충전 시스템 '맥세이프(MaCSafe)'를 위해서다. 다만 이 자석 때문에 스마트폰 뒷면에 신용카드 등을 꼽는 일은 피해야 한다. 신용카드의 마그네틱 선이나 사원증 등의 무선 칩을 손상시킬 수 있단다. 기자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카드를 넣을 수 있는 케이스를 구매했다가 무용지물을 만들었다.

아이폰12 프로의 무게는 187g으로 아이폰11(194g)보다 가볍다. 133g으로 가벼워진 미니 모델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프로 모델도 한 손으로 들고 사용하기에 큰 부담은 없었다. 아이폰12 프로 맥스(226g)에 비하면 훨씬 가볍다.

내구성이 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품 전면에는 '세라믹 쉴드 글래스'를 붙였다. 제품을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을 확률이 기존 아이폰 시리즈에 비해 4분의1로 줄었다는 것이 애플 측 설명이다.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149만원의 할부가 이제 막 시작돼 낙하성능 테스트는 참았다.

아이폰12 프로. /사진=백유진 기자

직전 사용하던 갤럭시S10 플러스에 비해 가장 만족도가 높은 것은 사용시간이었다. 아이폰12 프로의 배터리 용량은 2815mAh로 전작(아이폰11 프로 3046mAh)에 비해서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아이폰12 프로를 들고는 보조배터리 없이도 외출이 가능했다. 갤S10 플러스의 배터리 용량은 4100mAh로 수치상으로는 아이폰보다 크다. 하지만 실제 배터리 지속시간은 아이폰이 더 길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조합의 최적화 덕이란다. 

다만 이는 5G 스마트폰을 'LTE 우선'으로 사용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지난해부터 5G 상용화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이 5G를 체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5G 관련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사용시간이 뚝 떨어질 수 있다. 보조배터리도 필요해질 수도 있다.

◇ 야간 촬영하니 밤하늘이 대낮…

무엇보다 개선된 것은 카메라의 성능이다. 카메라 기능을 특화한 '프로' 모델의 특성은 신작에서도 이어졌다. 뒷면에는 1200만 화소의 초광각·광각·망원 카메라로 3개의 카메라를 갖췄다.

특히 이번 모델부터 광각 카메라의 조리개값을 f/1.8에서 f/1.6으로 낮췄다. f값이 작을수록 조리개의 지름은 커지는데, 조리개가 클수록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인다. 그런 만큼 어두운 환경에서의 촬영 실력이 좋아졌다. 직접 밤에 산책을 나가 사진을 찍어보니 어두워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나뭇잎도 정교하게 찍혔다. 밤 11시에 깜깜한 창밖을 촬영하니 대낮처럼 밝게 찍히기도 했다. 

밤 11시, 실내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게 한 상태에서 아이폰12 프로로 창밖을 찍어보았다. 야간 모드라 화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밖은 대낮처럼 환해보인다. /사진=백유진 기자

새롭게 추가된 '스마트 HDR3'는 아이폰12의 카메라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줬다. 스마트 HDR은 노출이 다른 이미지를 합성해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밝은 부분은 더 밝게 표현해주는 기능이다.

프로 모델이 일반 모델과 다른 또 한 가지는 '라이다(LiDAR) 스캐너'다. 라이다 스캐너는 촬영대상과의 거리를 측정하고 깊이(심도)를 표현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물과의 거리와 깊이를 측정한 만큼 AR(증강현실) 콘텐츠에 주로 활용되지만, 야간모드나 인물모드 촬영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특히 인물모드에서는 유리잔 등 윤곽선이 불명확한 피사체를 더욱 정확하게 잡아내 처리해준다.

인물모드로 촬영한 칵테일. 라이다 센서가 빨대와 유리컵을 선명하게 잡아준다. /사진=백유진 기자
아이폰12 프로로 촬영한 단풍. 단풍의 모양이 잘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색이 밝지만 단풍 모양을 제법 정확하게 찍어냈다. /사진=백유진 기자

여러 만족스러운 카메라 기능 속에서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전작에서부터 계속 문제가 된 '플레어(고스트)' 현상이다. 어두운 환경에서 촬영 시 렌즈에 빛의 잔상이 남는 것인데, 이는 야간모드 촬영의 장점을 반감하는 듯 했다. 

아이폰12 프로 야간모드로 촬영한 사진. 아파트의 불빛이 하늘에 별처럼 번져있다. /사진=백유진 기자

◇ 가성비보다 '가심비'

제품 결함 논란이 확산되고 실사용에서 여러 개선점이 발견되는데도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구매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삼성전자가 최근에 내놓은 갤럭시S20 FE(팬에디션)의 구매 포인트는 '가성비'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그 이상의 성능을 갖췄다. 하지만 아이폰을 구매하는 이유는 가성비가 아니다. '가심비'에 가깝다. '애플'이라는 기업의 후광과 '아이폰'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심리적인 만족감이 더 크다. 특히 프로 모델은 성능 면에서도 큰 만족감을 줬다. 직접 써보니 후면 카메라가 2대냐, 3대냐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아이폰12 프로./사진=백유진 기자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플도 변화를 꾀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아이폰 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4년 만에 'SE' 2세대를 내놨고, 아이폰12 시리즈에 최초로 미니 모델을 더했다.

지난 3분기 애플의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역성장했다. 하지만 4분기부터는 아이폰12의 실적이 본격 반영되면서 극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교체 수요 급증시기를 맞은 애플이 올 한 해를 어떤 수식어로 마무리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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