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주가 상승'에 베팅했더니…1356억

  • 2021.04.29(목) 11:20

[워치전망대-어닝인사이드]
두산중공업, 11분기 만에 순익 흑자전환
두산밥캣 주가 연동 파생상품 평가이익

두산그룹이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을 추진하면서도 끝까지 지킨 두산밥캣이 그룹을 위기에서 건져내고 있다. 지난 1분기 두산밥캣이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내며 그룹 실적을 견인한 것이다. 여기에 2018년 옵션계약을 걸고 매각한 두산밥캣 일부 지분에 대해 1000억원대 평가이익 등이 반영되면서 두산중공업은 11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주가 상승에 베팅

지난 1분기 두산중공업 자체 실적(해외 자회사 포함)을 보면, 당기순이익은 97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흑자전환했다. 이는 11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이다. 흑자전환의 비결은 두산중공업 경영이 정상화한 덕분이다. 지난 1분기 두산중공업은 1조3218억원의 수주를 따냈고, 영업이익은  58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신규 수주에 따른 선수금이 이익에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 두산밥캣의 파생상품계약(Price return swap, PRS) 평가이익 1356억원이 영업외손익으로 반영되면서 당기순이익도 급증했다. 

PRS는 2018년 두산중공업이 보유 중인 두산밥캣 지분 10.6%를 금융사에 매각할 때 맺은 계약이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주당 3만4800원, 총 3681억원에 두산밥캣 주식을 팔았는데 3만4800원을 기준가로 PRS를 체결했다. 향후 기준가보다 두산밥캣 주가가 오르면 상승분을 금융사가 두산중공업에 주기로 했다. 반대의 경우 주가가 내린 만큼을 두산중공업이 금융사에 지급하는 조건이다. 두산중공업은 두산밥캣 주가가 오르는 것에, 금융사는 두산밥캣 주가가 내리는 것에 베팅한 셈이다.

지난 28일 두산밥캣은 4만76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PRS 기준가보다 36.9%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준으로 PRS 계약이 마감되면 두산중공업은 금융사로부터 1359억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계산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두산중공업은 두산밥캣 주가를 산정해 지난 1분기 두산밥캣 PRS 평가이익 1356억원을 영업외손익으로 반영했다. 

PRS 평가손익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엔 PRS 평가손실 142억원을, 2020년엔 평가이익 246억원을 각각 반영했다. 두산중공업과 PRS 계약을 맺은 금융사는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신영증권·KB증권으로 알려졌다. PRS의 만기정산일은 지난 2019년 12월3일로, 매년 계약이 1년 단위로 연장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밥캣의 대표적인 소형건설기계 모델 스키드 로더 (Skid Steer Loader) / 사진 = 회사 홈페이지

◇ 두산밥캣 자체도 깜짝 실적

두산밥캣의 자체 실적도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71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7.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4%에 달했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1154억원으로 244.3% 급증했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건설 장비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살아남는 몇 안 되는 계열사로, 그룹 입장에선 두산밥캣의 호실적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두산은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을 지원받는 대가로 자구안을 추진하면서 두산타워, 네오플럭스, 모트롤, 두산솔루스 등을 팔았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중인데,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51%는 그룹 내에 남겨두기로 했다. 끝까지 남은 두산밥캣이 스스로 존재 가치를 입증한 셈이다.

향후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완료되면 지배구조는 '㈜두산-두산중공업-두산밥캣·두산퓨엘셀'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구안이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한 조치인 점을 감안하면 두산그룹에 마지막까지 남은 계열사는 두산밥캣과 두산퓨엘셀 정도인 셈이다. 지난달 ㈜두산은 지게차 사업부(산업차량BG)를 두산밥캣에 75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그룹 내 건설기계사업을 두산밥캣에 몰아 준 것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