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그룹이 오너 3세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승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계열사가 주력사의 지분을 빠른 속도로 늘려가고 있어서다.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매우 요긴하게 쓰였다. 90억원이 넘는 투자수익은 ‘덤’이다.
KH그린 290억 CB·BW 주식전환
26일 차바이오텍에 따르면 오너인 차광렬(70) 차병원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 및 특수관계인(11명)의 보유지분이 지난 23일 30.67%(1722만3419주)로 확대됐다. 기존 28.67%에 비해 2.00%p(164만5479주) 증가한 수치다.
차병원 소속 계열사인 케이에이치(KH)그린이 287억원어치의 CB 및 BW 신주인수권(워런트)을 144만4505주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성광의료재단 또한 CB 40억원을 20만974주로 바꿨다.
차병원 계열은 주력사 차바이오텍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CMG제약을 비롯해 차헬스케어, 차메디텍, 차케어스, 차백신연구소, 차바이오랩,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엘바이오, 서울CRO 등 10개사가 차바이오텍의 지배 아래 있는 것.
반면 차바이오텍에 대한 차 소장의 지분은 얼마 안 된다. 6.11%다. 부인 김혜숙(68)씨(0.90%), 2남1녀 중 장남 차원태(42) 차병원그룹 부사장(4.43%), 장녀 차원영(41)씨(2.21%), 차녀 차원희(38)씨(1.80%) 등 일가를 합해도 15.46% 정도다. 이외 지분은 차병원 소속 4개 계열사 및 3개 재단법인 소유다.
따라서 이번 지분 확대는 차 소장이 계열사 및 재단을 지렛대 삼아 핵심 계열사인 차바이오텍에 대한 장악력을 한층 높였다는 의미를 갖는다. KH그린의 경우 차 소장 및 특수관계인이 지분 99.9%를 갖고 있다.
KH그린 단일 1대주주 후계자 차원태
이게 다가 아니다. 오너 3세 체제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의미도 더해진다. 차 소장의 2세들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장남 차원태 부사장이 단일주주로는 KH그린의 1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지분도 40.10%나 된다.
KH그린은 1995년 6월 설립된 경희산업을 전신(前身)으로 한 부동산 임대업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중구 충무로 및 인현동2가 등지와 일산차병원 등 장부가 745억원(2020년 말 기준)의 토지 및 건물을 보유한 알짜 업체다. 원래는 차 소장이 1대주주로서 40.04%를 소유했지만 2019년 5월 대주주 지위를 후계자인 차 부사장에게 넘겨줬다.
KH그린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차바이오텍의 단일 2대주주에 머물렀지만 4월 차 소장을 제치고 1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어 이번 주식 전환을 계기로 지분을 7.45%→9.78%로 2.33%p 끌어올렸다.
차병원 설립자인 고(故) 차경섭 이사장, 차광렬 소장에 이은 3세 체제의 승계 지렛대가 KH그린인 셈이다. KH그린이 차바이오텍 지분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차 소장과의 격차도 3.67%p로 벌어졌다. 차 부사장의 4.43%까지 합하면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지분이 14.21%나 된다.
게다가 KH그린이 CB 및 BW를 통해 챙긴 투자수익도 만만찮다. 전환 당시 주식시세는 2만6550원(23일 종가)인 반면 주식 전환가(행사가)는 1만9903원에 불과한 것. 비록 미실현이익 이기는 하지만 9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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