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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 녹십자의 전략 변화…수익성은 '숙제'

  • 2021.07.28(수) 13:46

[워치전망대]제약바이오⑦ 녹십자
자산 총액 2조원 돌파…'백신' 효과 톡톡
코로나 백신 유통·CMO로 실적 상승 기대

/그래픽=비즈니스워치

GC녹십자(녹십자)는 지난해 자산 총액 2조원을 돌파했다. 설립 54년만이다. 녹십자는 유한양행과 함께 국내 대표 제약사다. 녹십자가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은 '한 우물 전략'이다. 설립 초기부터 혈액제제와 백신 등 필수의약품 분야에 집중해왔다. 1973년 소변에서 생물학제제를 추출해 혈전용해제 '유로키나제'를 개발했다. 1983년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B형간염 백신인 '헤파박스' 개발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최대 매출 달성…'백신'이 매출 견인

녹십자의 주력 사업인 혈액제제와 백신 사업은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3년간 매출도 이들 사업에 힘입어 지속 성장해왔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8% 증가한 1조5041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지난해 89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특히 지난해에는 백신 부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혈액제제와 처방의약품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백신 매출액이 3164억원으로 전년 대비 20.4% 증가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독감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로 독감백신 수출이 급증한 덕분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전반적인 건강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소비자헬스케어 부문의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40.4% 늘었다.

연결 종속회사들의 견고한 실적도 한몫을 했다. 체외진단 사업이 주력인 GC녹십자엠에스는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현장진단키트(POCT) 등의 판매 호조로 11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NK(자연살해)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GC녹십자랩셀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47.8% 증가한 856억원을 나타냈다. 코로나19 검체검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검체검진 매출이 증가했다. 여기에 기술이전료도 유입됐다.

판관비 등으로 '수익성'은 악화

하지만 매출액 증가에도 불구 수익성은 좋지 않다. 지난 2015년 91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크게 줄어들어 작년에는 503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 역시 2015년 8.75%였던 것이 계속 하락해 작년에는 3.34%까지 떨어졌다. 비슷한 규모인 유한양행과 종근당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각각 5.2%, 9.51%인 것을 감안하면 녹십자의 수익성이 유난히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의 증가가 꼽힌다. 녹십자의 최근 3년간 판관비는 2018년 2938억원에서 지난해 3904억원으로 급증했다.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광고선전비가 늘어서다. 여기에 해외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비용도 증가했다. 녹십자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오창공장의 설비투자를 확대하면서 차입금 부담이 가중됐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그럼에도 녹십자의 향후 성장성은 긍정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혈액제제와 백신 부문에 꾸준하게 '한 우물'을 팠던 전력이 결국 향후에는 빛을 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 중에서도 녹십자의 강점으로 꼽히는 독감백신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지난 3월 경쟁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독감백신의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녹십자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독감 백신 매출 상당 부분을 흡수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한미약품, 에스티팜과 손잡고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차세대 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선택과 집중' 내세워 글로벌 제약사로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녹십자의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GC)는 지난해 7월 북미 지역 혈액제제 계열사 두 곳을 매각했다. 북미 진출을 위해 마련한 거점이었지만 지속적으로 손실이 나서다. 그렇다고 북미 시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원화돼있던 생산공정을 오창공장으로 일원화해 혈액제제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관련 기사: [인사이드 스토리]GC, 북미 시장의 벽은 너무 높았다 (7월 22일)

녹십자는 오창공장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북미 시장 진출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녹십자는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대표 혈액제제인 면역글로불린주(IVIG) 10%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2015년 IVIG 5%로 허가 신청을 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9조2000억원 규모다. IVIG 10%의 허가를 획득하면 북미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다. 

또 백신에 집중해 온 덕분에 전 세계에서 코로나 백신 생산과 유통을 맡게 됐다. 지난해 10월 국제민간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와 의약품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는 국내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의 유통을 맡고 있다. 더불어 혈액제제와 백신을 기반으로 쌓아온 기술력을 활용한 바이오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실제로 녹십자의 바이오 신약 '헌터라제'는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지난 2월 일본에서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녹십자의 '한 우물' 전략은 현재의 녹십자를 있게 한 근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 우물'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녹십자도 이런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최근들어 '한 우물'전략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방향을 수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녹십자가 새로운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업체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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