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 '에이비온'이 청약공모를 마치고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다. 일반 청약 공모에서는 아쉬웠지만 에이비온은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재무건전성 확립과 경영투명성 등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에이비온은 정밀의료 기반의 항암제 신약 및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벤처 기업이다. 과거 임상시험 수탁(CRO)과 의약품 도‧소매(바이오메드 사업부) 사업을 운영한 바 있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 2019년 해당 사업을 모두 접었다.
현재 생산 및 판매 중인 제품이나 상품은 없다. 다만 국내‧외 제약사들과 자체 신약개발 프로그램의 기술이전 계약과 정부 수주 과제 등의 연구용역 사업으로 적은 규모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은 유방암 진단기술, 혈중 암세포 진단기술, 클라우딘 표적치료제 관련기술 등 6개 품목이다. 총 계약금액은 67억원 규모다.
에이비온의 주력 신약 파이프라인은 타깃 기반 항암제 'ABN401'다. ABN401은 HGF(당원 분해성 혈당 상승인자)의 수용체로 알려진 c-MET의 선택적 저해제다. c-MET 표적에 보다 적합한 저분자화합물 기반의 항암제다. c-MET는 주요 고형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1/2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승인 받아 올해 안으로 미국에서 임상 2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가장 높은 발병률 및 사망률을 보이는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우선 개발한 후 점차 적응증을 확장해 위암, 간암 등 여러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또 다른 파이프라인은 다발성경화증 및 바이러스성 감염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ABN101'다. ABN101은 차세대 인터페론-베타 치료제다. 인터페론-베타는 인터페론 기반의 물질 중 가장 잠재력이 높고 활성이 강한 단백질이다. 1차 적응증으로 가장 시장 규모가 큰 다발성경화증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페론이 자연살상세포(NK Cell)와 대식세포(Macrophage cells) 등과 같은 선천성 면역 세포들의 활성을 유도해 병원체 침입 초기 대응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로나19 치료제로도 개발 중이다. ABN101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대량 생산을 진행하고 내년 하반기에 유럽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밖에 생물재난 대비 감염병 치료제 'ABN90X' 프로젝트를 신규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ABN90X'는 생물재난 대비를 위한 국방과학연구소 주도의 연구과제다. 에이비온이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에이비온은 기술특례로 오는 8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과 31일 진행한 일반 청약공모에서 총 387억6000만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발행 제비용을 제외한 순유입 금액은 380억6400만원이다. 일반 공모 청약 최종 경쟁률은 30.66대 1로,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139.36대 1에는 한참 못 미쳤다. 에이비온은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을 신약 'ABN401·ABN101'의 연구개발에 사용하고 일부는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그동안 많은 바이오벤처들이 기업공개(IPO)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에이비온은 다소 높게 책정된 청약 공모가 탓에 투자심리를 자극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달 10일 상장한 게임회사 '크래프톤'도 공모가 거품 논란으로 일반 공모 청약 경쟁률이 7.79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올해 상장한 기업들 중 최저치다.
에이비온은 청약 직전 코넥스에서 주가가 1만6800원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공모가 1만7000원의 청약에 투자하는 것보다 코넥스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을 맞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진단키트 기업인 SD바이오센서도 높은 공모가 논란으로 공모가를 절반으로 낮춘 바 있다"며 "이전에는 바이오기업의 비전을 높게 평가했지만 이제는 임상 실패 등으로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