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통 제약기업들이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연구개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전통 제약기업들은 복제의약품(제네릭)이나 개량 신약을 개발해왔다. 따라서 신약 파이프라인도 대부분 합성의약품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의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전통 제약기업들이 잇따라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연평균 8.6% 성장했다. 이후 6년간 연평균 10.1% 성장해 시장 규모는 향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29%에서 2026년 3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시밀러로 바이오의약품과 해외 수출의 포문을 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덕분에 우리나라의 바이오의약품 수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에서 수출한 바이오의약품은 연평균 13.1% 증가했다. 수출액으로는 2019년 1조4968억원으로 전체 의약품 수출액의 약 25%를 차지했다.
바이오의약품의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합성의약품 중심이었던 전통 제약기업들도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전통 제약기업들의 지난 2분기 연구개발 실적 및 현황을 살펴보면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곳은 대부분 상위 제약사들이었다.
한미약품이 15개 품목으로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이 가장 많았고 한국콜마 11개, 녹십자 7개(백신 제외), 동아에스티 5개, 유한양행과 종근당은 각각 3개였다. 동아에스티는 5개 품목 모두 바이오시밀러인 반면, 나머지 5곳은 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이 대부분이다. 중소 제약사들 중에는 안국약품, 제일약품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합성의약품 파이프라인 중심이다.
상위 전통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영역을 바이오의약품으로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금 여력이 있어서다. 전통 제약기업들의 기존 연구시설과 장비들은 합성의약품 중심이다.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위해서는 바이오의약품에 맞는 연구시설과 장비를 갖춰야 한다. 막대한 비용투자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제약기업들의 경우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을 위한 사전 투자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에 나서면서 생산과 품질관리 등을 위해 수천억원을 들여 바이오플랜트를 설립했다. 바이오신약의 임상 및 허가용 제품을 생산하는 평택의 바이오플랜트 2공장 설립에만 1728억원이 투입됐다.
바이오의약품은 합성의약품보다 임상 1상까지 가는 확률이 더 높다. FDA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의 임상시험 성공률은 1상 66%, 2상 34.4%, 3상 57.2%였다. 합성의약품은 1상 61.3%, 2상 26.5%, 3상 48.7%으로 바이오의약품 보다 성공률이 더 낮다.
그러나 바이오의약품은 제조, 생산 등이 합성의약품 보다 까다롭다. 바이오의약품은 사람이나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된 것을 원료나 재료로 하기 때문에 세포배양 등 공정과 품질관리가 더 어렵다. 개발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기업에 기술이전을 할 때도 가장 중요시 되는 게 제조품질관리다. 이에 철저한 연구시설과 전문인력을 갖춰야 한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제약기업들이 뛰어들기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합성의약품, 특히 제약기업들의 주요 매출원인 제네릭 시장은 포화상태인데다 계단식 약가제도로 중소 제약기업들이 살아남기 더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중소 제약기업들이 공유할 수 있는 바이오의약품 제조와 R&D 역량을 보유한 공공제조센터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