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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위자료 5700억원 지급한 SK머티리얼즈 분할합병

  • 2021.12.17(금) 08:00

SK그룹 지주회사 SK㈜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특수가스를 만드는 계열사 SK머티리얼즈를 합병한다는 소식. 지난 10월22일자 [공시줍줍]주식매수청구권의 거의 모든 것②(feat SK머티리얼즈) 기사에서 전해드렸는데요. 

이번 합병은 정확하게 분할·합병이라고 해요.

SK머티리얼즈가 먼저 지주회사(SK머티리얼즈홀딩스)와 사업회사(SK머티리얼즈)로 물적분할을 하고, 동시에 지주회사(SK머티리얼즈홀딩스)를 SK㈜와 합병하는 방식이죠.

이러한 분할합병에서는 회사의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 즉 주주가 회사 측에 자신의 보유주식을 정당한 가격에 되팔 권리를 주는데요. 이때 회사는 반대 주주들의 주식을 의무적으로 되사줘야 해요. 따라서 주식매수청구권은 회사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들과 결별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절차로 일종의 '위자료' 같은 개념이죠.

다만 이번 SK㈜와 SK머티리얼즈 분할합병에서는 SK머티리얼즈 주주에게만 주식매수청구권이 있고, SK㈜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어지지 않았어요. 이유는 SK㈜ 입장에서 SK머티리얼즈홀딩스를 합병하는 일은 소규모합병에 해당하기 때문.

소규모합병: 합병으로 존속하는 회사가 발행해야할 합병신주가 자신들의 총발행주식의 10%를 넘지 않는 것. SK㈜ 입장에서 이번 합병이 소규모합병이었던 이유는 SK㈜가 가지고 있는 SK머티리얼즈 지분(49.1%)에는 합병신주를 발행하지 않아서 합병신주 규모가 작아졌기 때문. 발행해도 되는데 SK㈜가 안한 것이죠. 

아무튼 분할합병을 위해 SK머티리얼즈를 먼저 지주회사(SK머티리얼즈홀딩스)와 사업회사(SK머티리얼즈)로 분할하고, 곧바로 지주회사(SK머티리얼즈홀딩스)를 SK㈜와 합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분할합병에 반대한 SK머티리얼즈 주주들은 10월29일부터 11월16일(공시에 나오는 마감일은 11월 18일이나 일반주주는 절차상 마감일 이틀 전까지 청구 가능)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어요. 

그 결과 다수의 기관투자자와 개인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137만7867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137만7867주에 1주당 주식매수청구가격(41만5751원)을 곱하면 전체 주식매수청구 규모는 5728억원에 달하죠.

참고로 이런 내용은 SK(주)가 12월 9일 발표한 증권발행실적보고서(합병등)란 공시에 자세히 나와요.

SK머티리얼즈는 주주들에게 5728억원이나 지급하며 주식을 되사오기 위해 자체 자금은 물론 단기차입금까지 끌어다 썼어요. 이로 인해 SK머티리얼즈의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금융비용도 늘어나겠죠. 

한편 SK머티리얼즈는 애초 분할합병을 발표할 때 "만약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8000억원을 넘어서면 SK㈜와 합병을 중단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는데요.
 
주식매수청구권 8000억원이란 금액은 SK머티리얼즈 주주 가운데 최대주주(49.11%)와 자사주(15.07%)를 제외한 기관·개인주주(35.82%, 약 378만주)의 절반을 조금 넘는 192만5000주(8000억원÷1주당 주식매수 청구가격 41만5751원)가 반대한다는 의미.

실제로 뚜껑을 열어본 결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137만7867주였으니 마지노선(192만5000주)을 넘지는 않았으나, 상당히 많은 기관·개인 주주가 분할합병에 반대하며 회사 측에 위자료를 청구한 것이죠.

참고로 2015년 엄청난 화제와 논란을 몰고 왔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 청구 규모가 6700억원 수준이었으니, 이번 SK머티리얼즈 주식매수 청구 규모도 역대급. 

이렇게 주식매수 청구 규모가 커진 이유는 분할합병 이전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용 특수가스 NF3(삼불화질소) WF6(육불화텅스텐) 분야 세계 1위 업체로 실적이 탄탄했고 신사업(음극재)에 대한 기대도 모은 상황이었다는 점.

SK머티리얼즈 주주 입장에서는 이런 회사 주주로 계속 남고 싶었는데, 분할합병으로 SK㈜ 주주로 갈아타야 한다면 자신들이 생각해온 적정 주식가치 또는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붙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여요. 

특히 SK머티리얼즈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시기(10월29일~11월16일)에 주가가 줄곧 주식매수청구가격(41만5751원)보다 낮은 36~39만원대에 머물렀고, 따라서 시장에서 SK머티리얼즈 주식을 매도하는 것보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회사 측에 되파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도 가능했던 주가 수준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여요.

다만 SK머티리얼즈 사례처럼 분할합병 안건에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 취득가 대비 차익이 발생하면 양도소득세 대상이라는 점은 주의해야 해요. 자세한 내용은 10월 22일자 [공시줍줍]주식매수청구권의 거의 모든 것②(feat SK머티리얼즈) 참고)

SK㈜와 SK머티리얼즈의 분할합병은 지난 9일 합병등기를 완료하면서 모든 절차가 완료되었어요. 

아래 그림은 이번 분할합병을 3단계(①분할합병 전 ②SK머티리얼즈 물적분할 ③SK㈜가 SK머티리얼즈홀딩스 흡수합병)로 나눠서 지분구조 변화 흐름을 재구성한 것인데요. 

그래픽= 유상연 기자

분할합병 전 SK㈜는 SK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보유했고, 머티리얼즈의 국내외 종속회사를 손자회사로 두고 있었죠.(그림①) 그러나 분할합병 완료 이후 SK㈜는 실적과 성장성을 갖춘 SK머티리얼즈를 100% 완전자회사로 두는 한편 기존 머티리얼즈의 종속회사들도 자회사로 직접 보유하게 됐죠. (그림③)

이번 분할합병은 SK㈜가 추구하는 사업형 지주회사 전략과 맞닿아있어요. SK㈜의 사업형 지주회사 전략에서 반도체 소재 분야가 핵심 중 하나이고, 그런 전략을 추구하기 위해 SK머티리얼즈를 100% 자회사로 두고자 했던 것이죠. 

이런 전략 때문에 이번 분할합병 과정에서 많은 SK머티리얼즈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반대의사를 밝힌 것과 대조적으로 SK㈜ 주주들은 단 0.19%만 반대의사를 밝혔어요.

참고로 SK㈜는 소규모합병이어서 주식매수청구권은 없었지만, 사전 반대의사를 표시한 주주가 20% 넘으면 소규모합병 대신 정식 절차(주총 및 주식매수청구권)를 밟아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이제 분할합병이 모두 끝나면서 SK㈜는 SK머티리얼즈 주주 가운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주주를 대상으로 새로운 주식(분할신주)을 발행해 나눠주는데요. 이 규모는 378만9032주이며, 12월 27일 추가 상장해요.

만약 SK머티리얼즈 주주들의 주식매수 청구가 0주였다면, 새로 발행해야 할 분할신주가 596만2879주로 SK㈜ 발행주식의 8%가 넘었겠지만, 수많은 SK머티리얼즈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SK㈜가 발행할 분할신주 규모가 줄었죠. 

이는 SK㈜ 기존 주주 입장에선 새로운 주식 발행으로 인한 지분 희석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점을 의미해요. 실적과 성장성 모두 기대를 받는 SK머티리얼즈를 완전자회사로 데려오는 동시에 지분 희석 우려는 낮아졌으니 SK㈜ 주주 입장에선 '일석이조'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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