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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직원, 지분공시도 늑장·허위 보고

  • 2022.01.11(화) 17:00

새해 벽두부터 주식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오스템임플란트 회사자금 횡령 사건. 

오늘 공시줍줍은 오스템임플란트 회사자금을 횡령한 직원 이씨(46)가 횡령 자금으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동진쎄미켐 5% 공시 두 개를 알아볼 예정인데요. 
 
현재 거래정지 중인 오스템임플란트가 앞으로 어떤 절차를 밟는지는 김보라 기자가 작성한 1월 5일자 [공시줍줍]거래정지된 오스템임플란트, 어떻게 될까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첫 번째로 살펴볼 공시는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씨가 지난 10월 5일 제출한 동진쎄미켐 5% 공시입니다. (5% 공시의 기본 개념은 기사 하단에 별도로 작성한 추가포인트를 참고해주세요)

▶관련공시: 동진쎄미켐 2021년 10월 5일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

먼저 공시 제목 맨 뒤에 붙은 (일반)이라는 표시는 이씨가 동진쎄미켐 지분 취득 사실을 알릴 때 '단순투자목적'이 아닌 '경영참여목적'으로 공시했다는 뜻.

다음으로 공시항목별로 보면 [제1부 보고의 개요- 2. 대량보유자에 관한 사항]에 나오듯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씨가 이 공시를 제출한 당사자이고, 다만 이때는 '주주'라고만 기재했고 본인의 직업이나 회사 이름은 적지 않았죠. 따라서 당시에는 돈 많은 개인투자자로 소문났을 뿐,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이란 건 몰랐죠. 

[제1부 보고의 개요- 3. 보유주식 등의 수 및 보유비율]을 보면, 10월 1일 기준 391만7431주(7.62%)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참고로 '주식등'과 '주권'에 각각 기재한 숫자가 7.62%로 같은데, 이 의미는 이씨가 전부 주식(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 (만약 어떤 투자자가 주식 4%, 전환사채권 4% 가지고 있다면 '주식등' 8% '주권' 4% 방식으로 표기)
 
[제3부 직전보고일 이후 대량변동 내역- 2. 세부변동내역]을 보면 10월1일(주식 매수 체결일) 391만7431주 전량을 주당 평균 3만6492원에 매입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어놓았죠. 10월1일 하루에 이 만큼을 매입한 것이고, 총 매입금액은 1429억5489만원. 

[제3부 직전보고일 이후 대량변동 내역- 3. 취득에 필요한 자금등의 조성내역]에서는 주식매입자금이 모두 '자기자금'이고, 자기자금의 원천은 '투자이익 外'라고 써놓았는데요.

이 때문에 코인으로 대박 난 돈 많은 슈퍼개미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횡령자금이었죠. 최근 나오는 소식으로는 최초 지분매입은 횡령자금이 아닌 미수거래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어찌 됐든 이씨의 지분매입자금은 본인 돈이 아니라 횡령자금 또는 차입금(미수거래라면)이죠. 따라서 취득자금 기재내역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은 허위기재이죠.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는데 찬찬히 살펴보도록 할게요. 

▶관련공시: 동진쎄미켐 12월30일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

두 번째로 살펴볼 공시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씨가 12월 30일 제출한 5% 공시인데요. 최초 10월 5일 공시 이후 1% 이상 지분변동이 발생해서 추가 공시한 내용. 

[제1부 보고의 개요- 3. 보유주식 등의 수 및 보유비율]을 보면 직전보고서(10월1일이라고 되어있지만, 실제 직전보고서 제출일은 10월 5일이어서 이씨의 기재오류로 보임) 7.62%에서 이번 보고서(12월30일)에는 1.07%로 무려 6.55%가 줄었다는 내용이 나오죠. 

여기까진 문제없어 보이나 [제3부 직전보고일 이후 대량변동 내역- 2.세부변동내역]을 보면 얘기가 달라지는데요.

5% 공시는 최초 보고 이후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동진쎄미켐의 총발행주식은 5141만4494주여서 1%는 51만4145주 이상) 변동이 있을 때도 5일 이내에 공시해야 하는 게 원칙. 

그런데 세부변동내역을 보면 이씨가 가진 지분에서 1% 이상 변동이 생긴 날짜는 정확하게 11월 19일이라는 점.

이씨가 12월30일 제출한 5%공시 중 세부변동내역. 파란색으로 표기한 11월19일 매도때 이미 1%이상 지분변동으로 공시의무가 발생했으나 실제 공시제출 날짜는 12월30일.

11월 19일 하루에 73만1557주를 한꺼번에 팔았죠. 따라서 이날 보고의무가 발생했어요. 

공시 규정상 보고의무 발생일로부터 5영업일 내에 공시해야 하므로 이씨는 늦어도 11월 26일까지 이러한 지분변동 사실을 공시해야 했어요. 하지만 이씨는 지분변동 사실을 무려 한 달 이상 늦은 12월 30일에 공시했죠.

취득 사실은 빨리 vs 매도 내용은 늦게 공시 

이쯤에서 지금까지 살펴본 두 가지 공시 시점을 다시 살펴볼게요.

이씨가 10월 5일 최초 공시한 내용은 동진쎄미켐 주식을 5% 이상 취득했다는 것. 10월1일이 실제 매수일(=보고의무 발생일)이었기에 공시 마감 시한은 5영업일 뒤인 10월12일(10월 4일과 11일 대체공휴일). 따라서 이씨는 최초 지분 취득 사실을 알릴 때는 지분취득 바로 다음날(영업일 기준) 공시한 것.

이씨가 12월 30일 두 번째로 공시한 내용은 본인이 소유한 동진쎄미켐 주식 수량에 1%(발행주식총수 기준) 이상 변동이 생겼다는 것. 1% 이상 변동이 생긴 날짜(=매도체결일)는 11월 19일이고, 따라서 이 내용을 알려야 하는 공시 마감 시한은 5영업일 뒤인 11월 26일. 그러나 이씨는 한 달 이상 늦은 12월 30일에 공시한 것이죠. 

종합하면 이씨는 본인이 동진쎄미켐 지분을 취득한 사실은 가능한 가장 빠른 날짜에 공시했고, 내다 판 사실은 한 달 이상 늦게 공시한 것이죠. 

이러한 내용은 이씨의 분명한 의도가 담긴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일부에선 이씨가 본인의 횡령 범죄가 드러날 수 있음에도 왜 굳이 5% 공시를 통해 본인의 정체를 드러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데, 이에 대한 답은 상식적으로 간단해요. 

이씨는 5% 지분공시, 그것도 단순투자목적이 아닌 경영참여목적이 있다는 내용의 공시를 제출함으로 인해 동진쎄미켐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길 바랐던 것이죠. 실제로 이른바 '슈퍼개미'의 지분 매집 사실은 주식시장에서 간혹 주가 상승을 일으킬 재료로 인식하곤 해요. 그렇게 주가가 급등하면 주식을 다시 팔아 차익을 챙기고, 불법 수익금은 본인 몫으로 갖고 횡령자금은 회사 계좌로 다시 집어넣으려 했을 것이란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죠. 

그러나 동진쎄미켐 주식은 이씨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더 이상의 수익창출 기대가 어려워지자 급기야 주식을 처분해야 했을 테죠. 이 상황에서 본인의 매도 사실이 즉각 시장에 알려지면 주가에 더욱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도하는 과정에서 공시의무가 발생했음에도 매도 사실을 늦게 공시한 것이란 추론도 가능하죠.

한 달 이상 늑장 공시한 행위는 당연히 공시위반이며, 고의성과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져요. 

'경영참여목적' 공시도 사실상 허위공시

이씨의 지분공시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문제도 있는데요. 바로 10월 5일 이씨가 동진쎄미켐 지분공시를 처음 했을 때 경영참여목적을 밝혔다는 점. 

경영참여는 단기간에 치고 빠지는 형태가 아니라 비교적 길게 투자하면서 회사의 주요사항(임원 선임·해임 등)에 본인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이죠. 그러나 언제 범죄 사실이 드러날지 모르는 횡령자금(또는 최초에는 미수거래 이후 횡령자금으로 대체했더라도 달라질 것 없는 성격의 자금인데) 비교적 시간이 필요한 경영참여행위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죠.

따라서 이씨가 애초 경영참여목적을 밝힌 이유는 실제 경영참여 의도에 있다기보단 주가 영향력을 크게 키워 빠른 시일내 시세차익을 얻고자 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결국 지분보유목적 자체를 허위공시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가질 수 있어요. 

경영참여의사가 없음에도 지분보유목적을 허위공시한 것이라면 앞서 살펴본 늑장 공시와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되는데요. 

자본시장법 시행령(157조)에 따르면 5% 공시에서 '중요사항에 관한 허위기재 또는 누락'시 '5년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이 가능해요. 

여기서 '중요사항'이란 ▲대량보유자와 그 특별관계자에 관한 사항 ▲보유 목적 ▲보유 또는 변동 주식 등의 종류와 수 ▲취득 또는 처분 일자 ▲보유 주식 등에 관한 신탁ㆍ담보계약, 그 밖의 주요계약 내용 등 총 5개 항목. 

이 가운데 들어있는 '보유목적' 허위기재 문제를 수사기관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이씨는 횡령범죄 외에 고의적인 중요 공시내용 허위기재 혐의로 추가 처벌을 받을 수도 있어요. 

추가포인트:  '5% 공시' 간단 설명 

5%공시의 정식명칭은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투자자 및 경영권 경쟁자에게 지배권 변동 가능성에 관한 정보 제공이 목적인 공시. 좀 더 풀어쓰면 해당 회사에 투자한 사람에겐 주요 주주가 등장했음을 알리는 것, 회사의 경영진에겐 경영권에 위협이 될만한 주주가 등장했으니 대비하라는 것. 

①공시의 제목에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주식등 ▲대량 ▲보유 3가지 개념이 공시를 설명하는 기본 골격.

▲'주식'이 아니라 '주식등' 
신고대상이 보통주(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상환 또는 전환될 우선주 포함) 뿐만 아니라, 신주인수권증서(R) 신주인수권증권(WR), 전환사채권, 교환사채권, 증권예탁증권(DR) 등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개념. 단 의결권 없는 우선주는 보고대상 아님.

▲'대량'의 의미
신고자 본인뿐만 아니라 특별관계자가 보유한 '주식등'의 합계가 최초 보고 때 총발행주식의 5%, 이후 변동보고 때 1%

▲'소유'가 아닌 '보유'
'주식등'을 현재 직접 소유하지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보유' 수준이면 보고의무가 있다는 뜻. 예를 들어 스톡옵션 행사 또는 차명 소유, 매매계약만 체결하고 아닌 소유하진 않은 주식 인도청구권도 '보유'로 간주하고 공시 대상.

②변동보고 vs 변경보고 

▲변동보고- '주식등'의 숫자가 바뀌었을 때 
최초 5% 넘으면 신고대상(신규보고)  이후 5% 보유자가 추가로 1% 이상 지분 취득해도 보고 대상
반대로 1% 이상 지분 매도로 5% 미만으로 떨어지면, 최초 한번 공시하고 그 다음 공시의무는 없음. 

▲변경보고- '주식등'의 총수는 변동 없으나 다른 조건이 바뀌었을 때
보유목적 변경(일반·단순투자  경영참가목적) 또는 주식 관련 계약 체결 또는 변경(만기연장 등)

이런 내용을 보고해야 하는 게 5% 공시이고, 공시의무는 자본시장법(147조)에 따라 본인이 직접 해야 해요. 본인과 특별관계자가 여러 명이면 보유주식의 수가 가장 많은 사람이 대표로 제출하고 나머지는 연명으로 보고 할 수 있어요. 

보고 기간은 보고의무 발생일(주식 매수 또는 매도체결일)로부터 5일 이내(영업일 기준). 5% 이상 지분보유 및 이후 1% 이상 변동 사실을 각각 5일 이내에 해야 하기에 통칭해서 '5%보고'라고 하죠. 

공시의무가 있다는 얘기는 반대로 의무를 위반하면 제재를 받는다는 얘기인데, 기본적인 제재는 위반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일정기간 금지하거나 위반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 (다만 횡령범 이씨의 사례에선 의미없는 제재)

더 나아가 위반 이유가 다분히 고의적이거나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하면 수사 기간 통보도 가능해요. 이씨 사례와 같은 사안이 중대하지 않으면 어떤 사안이 중대할까요. 앞서 살펴본 대로 중요사항을 허위로 기재했거나 빠뜨렸으면 형사처벌도 가능해요. 

*최초 송고기사에서 "10월1일이 실제 매수일(=보고의무 발생일)이었기에 공시 마감 시한은 5영업일 뒤인 10월8일"이란 내용을 10월12일로 수정했어요. (10월 4일과 11일 대체공휴일로 영업일 아니라는 점 감안) 따라서 이씨가 최초 지분 취득 사실을 알릴 때는 지분취득 바로 다음날(영업일 기준) 공시한 것이란 내용을 추가했어요.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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