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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실탄 1조원…정의선 회장과 현대차그룹 미래는 

  • 2022.01.18(화) 16:30

오늘 공시줍줍의 주제는 현대차그룹 이야기입니다. 최근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에서 최대주주 지분변동이 있었죠. 다음달에는 최대주주가 지분을 가진 현대엔지니어링 상장도 예정되어 있어요. 

두 가지 이벤트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상당한 현금을 확보하는데요. 이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이며, 투자자들에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 오늘의 주제.

지배구조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한 것이지, 반드시 이렇게 된다는 건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 다만 아무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소설'일 수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미 2018년 3월. 시장에 본인들의 속마음을 고백한 적이 있죠.

현대모비스를 분할후 일부 사업부를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이른바 분할합병을 발표했다는 사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당시 목적은 분할합병 자체에 있는게 아니라 분할로 모비스의 몸집이 작아지고, 모비스의 일부사업과 합치는 글로비스의 몸집은 커지는 것이 분할합병의 주요 내용. 이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당시에는 부회장)이 가진 글로비스 주식을 팔아서 모비스 주식을 사는 후속절차가 예고되어 있었죠. 그렇게 하면 정의선 회장은 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순환출자도 끊을 수 있었다는 점.

당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2018년 3월 29일자 현대차는 왜 멀쩡한 모비스를 쪼개기로 했나 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그런데 현대차그룹이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 내용을 발표하자 시장의 반응이 격하게 반대하는 걸로 나왔죠. 현대차그룹이 어렵사리 속마음을 고백했는데 투자자들에게 거절당한 것. 그러자 현대차그룹은 계획을 접고 없던 일로 되돌렸어요.

그리고 4년 가까이 흐른 현 시점. 정의선 부회장은 회장으로 승진했고, 이번 글로비스 지분매각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조 단위의 현금을 추가 확보해요.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요. 정의선 회장은 "고민중"이라고 했는데요. (2020년 10월 취재진과 만나 순환출자 해소를 비롯한 지배구조 개편 질문에 '고민중'이라고 답변)
 
고민의 끝에 다시한번 고백할 것이란 전제하에 그럼 예전에 고백했던 스타일을 다시 살펴보고, 이번엔 어떻게 고백할까 예상해보는 것이 오늘 내용이에요. 

공시줍줍이 이러한 내용을 살펴보는건 우리나라 재계순위 1·2위인 삼성과 현대차 지배구조 문제는 중요하기 때문. 크게는 우리 주식시장의 가치평가와 직결되어 있고, 삼성과 현대차 계열에 투자하고 있는 많은 주주들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는 문제이죠.

글로비스·현대엔지니어링 지분매각으로 1조원 확보

①글로비스 지분 매각으로 6000억 확보

지난 5일 현대차그룹 계열 글로비스에서 최대주주 지분변동이 있었는데요. 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23.29%, 873만2290주) 정몽구 명예회장(6.71%, 251만7701주)이 합계 30%(1124만9991주)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 이 상황에서 정 회장은 20%(정확히는 19.99%)만 남기고 나머지 3.29%(123만2299주)를 주당 16만3000원, 총액 2008억원에 팔았어요. 정몽구 명예회장은 6.71%(251만7701주) 전량을 주당 16만3000원, 총액 4103억원에 팔았죠. 결과적으로 정의선 회장 부자는 글로비스 지분 19.99%를 남기고 나머지는 매각한 것.

☞관련공시 2022년 1월 5일 현대글로비스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 

이러한 지분 매각은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는데요. 규제 대상이 되는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분율이 기존에 상장사 30%(비상장사 20%)였는데, 작년 12월 30일부터 개정 공정거래법 적용으로 상장사도 20%로 강화된 상황에서 지분 일부를 매각하지 않으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선상에 놓일 수 있다는 점.

2015년에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관련 상장사 '30%룰'이 적용되자 당시 정 회장 부자는 글로비스 지분 43.29%를 가지고 있던 상황에서 일부 매각하고 29.99%만 남겨뒀었죠. 이번에도 같은 맥락.

정 회장 부자의 지분을 사간 투자자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 주목할 점은 칼라일이 글로비스 지분 10%를 확보하면서 정 회장과 맺은 주주간 계약인데요. 칼라일이 글로비스 이사 1명을 지명할 수 있고, 정 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할때 칼라일도 동반 매각할 수 있는 권리(태그얼롱)를 가진다는 내용이에요. 태그얼롱은 나중에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때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설명할게요.

아무튼 정 회장 부자는 글로비스 지분 매각으로 6112억원(세전)을 확보했다는 점.

현대엔지니어링 지분매각으로 5000억 안팎 확보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엔지니어링이 다음달 상장하죠.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 과정에서 총 1600만주의 공모주를 판매하는데 이 가운데 75%인 1200만주가 구주매출, 즉 기존 주주가 가진 주식을 내다파는 것이에요. 구주매출 비중이 이렇게 까지 높다보니 IPO에 대한 논란도 있죠. 구주매출로 주식을 내다파는 기존 주주는 정의선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과 계열사들. 
 
아직 확정공모가격이 나오지 않았지만 희망공모가격(5만7900원~7만5700원) 기준으로 정 회장은 3093억~4044억원, 정몽구 명예회장은 823억~1076억원을 확보해요.

이 금액이 전부가 아니고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이후에도 남은 지분이 있는데요. 해당 지분의 가치도 공모가 기준으로 3296억~4309억원에 달해요.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와 유사한 형태로 바뀐다면, 총수일가 입장에서 이 지분을 계속 보유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잔여 지분도 계열사 또는 전략적 투자자에 매각할 가능성이 있어요. 

아무튼 정 회장 부자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과정에서 잔여지분을 제외하고도 구주매출로만 합계 3916억원~5120억원을 확보해요. 결과적으로 앞서 살펴본 글로비스 지분매각 대금과 합치면 최소 1조원 이상 현금을 확보하죠.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요. 은행에 넣어둘까요.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면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미 4년전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고백을 한 번 했었죠. 당시 현대차그룹이 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야만 했는지 먼저 살펴볼게요.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현대차그룹은 우리나라 10대 기업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아래 그림은 현대차그룹의 4개 순환출자 구조를 그려본 것인데요. 

그래픽= 김용민 기자 kym5380@

①모비스→ 16.53% 현대차→ 33.88% 기아→ 17.33% 모비스        
                                    
②현대제철→ 5.81% 모비스→ 16.53% 현대차→ 6.87% 현대제철   
                                   
③현대제철→ 5.81% 모비스→ 16.53% 현대차→ 33.88% 기아→ 17.27% 현대제철
                                   
④글로비스→ 0.69% 모비스→ 16.53% 현대차→ 4.88% 글로비스

  

현대차그룹이 가지고 있는 4개의 순환출자 고리의 중심에 모비스가 있죠. 모비스를 순환출자의 중심으로 보는 이유는 현대차그룹에서 가장 큰 덩치인 현대자동차 1대주주가 모비스이기 때문. 즉 현대차그룹을 지배하려면 모비스를 먼저 지배해야한다는 점. (현대차를 직접 지배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

물론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지 않더라도 정의선 회장의 대주주 지위에 변동은 없어요. 또한 작년말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은 대기업들에게 기존 순환출자도 해소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해당사항 없죠. 개정 공정거래법은 새롭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대기업에만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도록 하는 조건이어서 현대차가 법적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할 의무는 없어요.

TMI: 만약 현대차가 법적으로 순환출자 해소하는 상황에 놓이려면 자산규모가 크게 줄어들어서 상호출자제한집단에서 빠졌다가 다시 들어와야함. 하지만 이런 일이 나타난다면 이미 현대차는 망가질때로 망가진 것. (현대차그룹 2021년 자산총액 246조원 vs 상호출자제한집단 기준 자산총액 10조원)

따라서 현대차가 법적으로 순환출자 해소할 의무는 없어요. 그렇다면 꼭 순환출자 해소해야하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어요. 그러나 순환출자 해소하지 않으면 어떤 위험이 닥쳐올지 알 수 없어요. 너무나도 유명한 사례를 살펴볼까요.

소버린이 SK와 LG를 공격했을때 

2003년 소버린이 SK를 공격했을때 상황을 나타낸 그림인데요. 지금 SK그룹은 지주회사 체제이지만 당시에는 전형적인 순환출자 구조였어요. 최태원 회장이 SK㈜ 지분을 0.11%만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건 그림에서 보듯이 SKC&C→ SK㈜→ SK텔레콤→ SK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가 뒷받침하고 있었기 때문.

이 상황에서 소버린이 SK㈜ 지분 14.99%를 매입하며 치고 들어왔죠. 순환출자 중 가장 약한고리(SKC&C→ SK㈜)를 공격한 것. 그러면서 소버린이 펼친 논리는 "SK㈜가 가진 SK텔레콤 주식은 기업가치에 도움 안된다. 단지 총수일가의 계열 지배를 위해 동원한 무수익자산이다"이라는 것. 즉 돈이 안되는 자산을 방치하는 건 SK의 기업가치에 전혀 도움안된다는 논리를 내세웠어요. 이 논리는 당시 일부 주주들에게 설득력이 있었고, 국내 유명 경제계 인사들도 소버린 측에 합류하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SK와 소버린 경영권분쟁은 주총 표대결 결과, SK가 가까스로 방어에 성공했지만 그 사이 주가가 뛰었고 소버린은 막대한 투자차익을 거두고 떠났어요. 지금 많은 사람들은 20년 전의 일을 '소버린 먹튀사건'으로만 기억하지만, 소버린이 파고든 SK의 허점이 순환출자였다는 점은 지금까지 순환출자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게 그대로 시사점이 되겠죠.  

비슷한 시기 소버린은 SK그룹 뿐 아니라 LG그룹도 겨냥했는데요. 1조원 들여서 ㈜LG와 LG전자 지분을 매입했어요. 그런데 당시 LG그룹은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했고, SK그룹과 달리 소버린의 공격 전선은 분산된 반면 LG그룹의 방어전선은 집중되어 있었죠. 결국 소버린은 별다른 성과 못거두고 LG그룹에서 물러났어요. 

이쯤에서 다시한번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조 그림을 보면, 지배구조의 가장 중심에 있으면서 가장 약한고리가 모비스라고 볼 수 있어요.  

①현대차 시가총액 43조원
총수일가 7.95%(정의선 2.02%) + 계열사 21.43% = 합계 29.38% (자사주 6% 별도)

②모비스 시가총액 23조원
총수일가 7.47%(정의선 0.32%) + 계열사 23.83% = 합계 31.30% (자사주 3.1% 별도)

③기아차 시가총액 33조원
총수일가 1.74%(정의선 1.74%) + 계열사 33.88% = 합계 35.62% (자사주 1.1% 별도)  

현대차와 기아보다 시가총액이 작고 정의선 회장 지분도 적은 곳이 모비스. 그러면서도 10조원어치의 현대차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곳. 과거 사례와 비유하면 현대차의 순환출자는 방어선이 분산되어 있고, 설령 어디로 공격해오는지 알더라도 병력이 분산되어었어 방어가 쉽지 않다는 점. 

이런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은 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매각으로 1조원 이상 실탄 확보했고, 이제 실탄으로 어느 방어선에 집중할 것인가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

2018년 지배구조 개편방안이 실패한 이유

현대차그룹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발표했어요.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서 모듈/AS부품 사업을 떼어내고, 그걸 다시 글로비스에 합병시키는 내용. 이러면 모비스의 덩치는 이전보다 작아지고 글로비스의 덩치는 커지죠. 이후 정의선 회장이 가진 글로비스 지분과 기아차, 현대제철 등이 보유한 보유한 모비스(분할 존속법인) 지분을 주고 받는 계획을 그렸어요.

2018년 현대차그룹이 모비스 분할합병을 발표한 당시의 지분가치를 나타낸 그림. 분할합병 전에는 정의선 회장의 글로비스 지분과 기아차의 모비스 지분 금액의 차이가 커서 맞교환이 불가능했지만, 분할합병 이후에는 모비스가 작아지고 글로비스가 커지면서 지분교환 가능성이 높아진 것.

분할합병을 하기 전에는 불가능했던 지분교환이 가능해지도록 하기 위해 분할합병 구조를 짠 것이죠. 이렇게해서 지분교환을 완료하면, '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형태의 순환출자 구조가 '정의선→ 모비스(존속법인)→ 현대차→ 기아차→ 글로비스(합병회사)' 순으로 다시 짜여지게 되는 것. 정의선 회장은 모비스 대주주로서 현대차는 물론 그룹 전체를 순환출자 없이 지배할 수 있는 그림이었어요. 

그런데 이 내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왜 멀쩡한 모비스의 사업부, 그것도 당시 모비스 매출 40%, 영업이익 50% 이상을 차지하던 모듈/AS부품 사업을 떼어내서 글로비스한테 주느냐"는 반발이 나왔어요. (물론 인적분할 후 합병 방식이어서 모비스 주주들이 글로비스(합병회사)의 주식을 받지만 '왜 이익 잘내는 사업부를 쪼개서 글로비스에 주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충분하지 않았던 것)

당시 모비스에서 모듈/AS부품 사업부는 성장 사업은 아니었지만, 내수 기반으로 탄탄한 현금을 창출하는 사업이었죠. 또한 모비스 주주에는 국민연금(9.8%)과 외국계 주주(47%)가 존재했고, 외국계 주주 가운데는 삼성물산 합병 반대했던 엘리엇도 있었어요.

분할합병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인 동시에 주식매수청구권도 주어지는 내용. 결국 기관투자자 표심에 영향을 주는 국내외 의결권자문기관에서도 분할합병에 반대해야한다는 권고가 나왔고, 결정적으로 당시 모비스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낮아지는 현상(주식매수청구권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까지 나타났어요. 그러자 주주총회를 일주일 정도 앞두고 현대차그룹에서 스스로 분할합병 취소했어요. 

앞으로는 어떻게 되나…주주에게 시사점

다시 정리해보면, 정의선 회장은 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매각으로 1조원을 추가 마련했어요.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를 그냥 가져가도 되지만 다른 그룹의 사례를 봤을때 불안정하다고 느낄 수 있고, 그래서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했으나 투자자들의 반대 분위기 속에 자진 철회했죠. 

만약 현대차그룹이 다시한번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다면 몇가지 선택이 있어요.

① 2018년 추진했던 내용과 유사한 방안을 다시 꺼내는 것

바로 현대모비스 분할 후 정의선 회장이 존속회사 지분 매입하는 방식이죠. 다만 2018년에 한 번 실패했던 만큼 새로운 명분이 있어야 해요. 당시 주주들이 반대했던 이유는 '글로비스는 자동차 실어나르는 회사인데 왜 자동차부품 AS해주는 사업을 모비스에서 떼어다 붙이려고 하느냐'는 질문.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이죠. 따라서 현대차그룹이 다시한번 2018년과 유사한 내용을 추진하려면 확실한 명분을 만들어야해요.

명분을 만들지 못하면 현대모비스 분할 방식은 쉽지 않아요. 지금도 모비스 지분 9.5%를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고, 외국계 지분율도 34% 수준. 특히 최근 물적분할 논란에서 보듯이 자본시장의 눈초리가 더욱 매서워졌고, 정치권도 주목하고 있어요.  

② 확보한 실탄으로 계열사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 매입

모비스를 분할하지 않는다면 기아차(17.33%), 현대제철(5.81%) 글로비스(0.69%) 등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23.83%) 중 일부를 정의선 회장이 직접 매입하면서 순환출자를 점차 해소하는 방법이 있어요. 계속해서 실탄을 마련하고 형편될 때마다 매입하는 것이죠. 물론 모비스를 분할하는 방법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요.

주주 입장에서 봐야할 것

주식가치 상승 혹은 하락 예측은 어려운 분야이고, 분명하게 말씀드릴 내용은 [공시줍줍]의 영역도 아니라는 점. 그러나 상식적으로 물물교환 원리를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물건을 비싸게 팔고, 사와야할 물건을 싸게 사야' 유리하죠. 고대사회로부터 내려오는 물물교환의 기본 원칙.

정의선 회장이 모비스 주식을 확보해야만 하는 대전제가 아직 유효하다면, '사와야 할 주식'인 모비스가 당분간 지나치게 비싸지면 곤란하고, 반대로 '팔아야 할' 주식인 글로비스가 지나치게 싸지는 것도 곤란해요. 

글로비스 주식이 싸져선 안되는 또다른 이유도 있어요. 정의선 회장이 가진 글로비스 지분(19.99%)은 칼라일(10%)과 태그얼롱 맺어져있다고 했어요. 팔 때 같이 팔아야하는 물건이죠. 사모펀드 칼라일은 왜 글로비스 지분에 투자했을까요. 비싸게 팔려고 매입한 것이겠죠.

이러한 전제는 현대차가 확실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할 때까지 쉽게 해소하기 어려운 전망이에요.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중간에 놓여있는 기아차도 중요한데요.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차에 글로비스 주식을 넘기고 기아차가 가진 모비스 주식을 사와야하는 만큼, 기아차가 글로비스 주식을 얼마에 받고 얼마에 모비스 주식 내주느냐도 관건이에요.

그동안 기아차가 가진 모비스 주식 4조원 어치는 순환출자구조 탓에 활용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던 자산이라는 점. 이는 과거 소버린이 SK를 공격할 때와 비슷해요. 이런 지분을 처분하는 건 기아차 주주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나, 처분 대가로 배당이나 투자확대 재원(현금)이 아닌 글로비스 주식으로 받는다면, 그것도 비싼 값을 치르고 받는다면 주주들의 안색을 바뀌게 만들 수도 있어요.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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