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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현대차는 왜 멀쩡한 모비스를 쪼개기로 했나

  • 2018.03.29(목) 13:53

[현대차, 후진적 지배구조 '빅뱅']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글로비스 기업가치 커져
모비스 주주 설득 관건…외국인 47%·국민연금 9.8% 보유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현대차그룹이 숱한 시나리오를 뒤로하고 28일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목표는 3가지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정의선 부회장이 모비스를 지배하고 그룹 내 금융계열사를 계속 보유하는 것이다. 이를 모두 충족하는 방법을 택했다.


우선 순환출자를 끊고 정 부회장이 모비스를 지배하기 위해 두 단계를 거친다.

 

첫 단계는 현대모비스의 AS부품·모듈 사업을 떼어내서(분할)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합병) 작업이다. 다음단계는 지분교환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가진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기아차·현대제철 등이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주고 받는다.


두 단계를 순조롭게 마무리하면 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 형태의 순환출자구조는 정의선→모비스(존속법인)→현대차→기아차 순으로 재배치된다. 


재배치된 지분구조의 외형은 모비스가 지주회사 형태를 띠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지주회사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3가지 목표 중 마지막 조건(금융계열사 보유)을 충족하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선택하지 않았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현대카드·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처분해야한다.

 

그래서 '공식' 지주회사 대신 법적규제는 받지 않고 실질적인 지위만 갖는 '사실상' 지주회사로 남는 길을 택했다. 이로써 앞서 말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이 추구하는 3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할 수 있다.

 

 

◇ '분할합병' 집어넣자 이론이 현실되다

 

분할합병과 지분교환이 등장하면서 얼핏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조는 단순하다. 기존에 거론되어오던 '정의선 보유 글로비스 지분↔기아차 보유 모비스 지분' 맞교환 시나리오의 확장판이다.

 

기존 시나리오는 글로비스 지분과 모비스 지분 간 금액 차이가 너무 커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모델이다. 그러나 분할합병이란 첨가제를 넣어 현실화했다.


모비스는 AS부품·모듈 사업을 떼어서 글로비스로 넘기기 때문에 지금보다 덩치가 작아진다. 모비스의 자산은 존속법인에 남는 '핵심부품' 사업이 더 크지만 AS부품·모듈 사업이 떨어져 나감으로써 매출의 40%, 영업이익의 53%가 글로비스로 유입된다.

 

이는 정의선 부회장이 사들여야할 기아차 보유 모비스 지분가치가 지금보다 더 싸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AS부품·모듈을 넘겨받는 글로비스의 몸집은 커진다. 분할합병 후 글로비스의 연 매출은 기존 16조원에서 AS부품·모듈(14조원)을 더해 30조원으로 늘어난다. 이익은 더 커진다. 마진율이 높은 AS부문이 합쳐지기 때문이다. 기존 5.4%였던 글로비스의 영업이익률은 분할합병후 7.7%로 높아진다.


매출과 이익 모두 좋아지는 글로비스의 기업가치 변신은 곧 대주주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가치 상승에 도움이 된다. 분할합병 이후 글로비스의 지분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정 부회장의 자금부담은 줄어든다. 한 쪽이 비싸지고 한 쪽이 싸지면서 격차가 좁혀지는 것이다.

 

 

◇ 모비스의 외국인주주·국민연금은 어떤 선택을 할까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해오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계획에 '긍정적'이라는 비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공정위가 바랐던 정책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주주가 아니다.


진짜 주주들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다. 진정한 평가는 주주의 몫이고 현대차그룹이 이제부터 설득해야할 대상도 주주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모비스로부터 이익률 높은 사업부를 넘겨받는 글로비스 주주는 아쉬울 게 없어 보인다. 반면 멀쩡한 사업부를 글로비스에 떼어줘야하는 모비스 주주들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대기업에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온 국내증권사들도 이러한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물론 기존 모비스 주주들도 반대급부로 합병글로비스 지분을 받기는 하지만 '왜 이익 잘 내던 사업부를 쪼개서 글로비스로 넘겨줘야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9일 기준 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47.7%이며 국민연금도 9.84%를 보유하고 있다.

 

분할합병은 주총을 거치고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권리인 주식매수청구권도 주어진다. 모비스 주주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배당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언급한 것은 이런 주주 불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의선 부회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의 모비스 지분과 바꿀지도 관심이다.

 

이를 바라보는 기아차 주주 입장도 복합적일 수 있다. 그동안 순환출자구조 탓에 활용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던 '그림의 떡' 모비스 지분을 처분하는 것은 반가운 일. 그러나 처분의 대가로 배당이나 투자확대 재원(현금)이 아닌 글로비스 주식으로 받는다면 금세 안색이 바뀔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을 마무리한 후 2개월 내에 정 부회장과 기아차가 합의해 지분거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거래당사자 합의로 기간은 연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관건은 당연히 글로비스가 커지는 몸집에 걸맞게 주가도 움직여 주느냐에 달렸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과연 계획한대로 무사히 목표점에 안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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