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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유통결산]⑤코로나 한파에 패션·뷰티, '양극화' 심화

  • 2021.12.31(금) 12:07

로드숍 폐점, 중저가 브랜드 매각 등 코로나 직격탄
보복소비 등으로 '프리미엄' 제품군 인기는 증가
자체 채널 확보·배달 서비스 등 온라인 전환 속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올해도 패션·뷰티업계는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이어졌다. 재택근무 확산과 함께 외부 활동제한으로 외출복 수요는 급감했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하며 색조 화장품 수요 역시 크게 줄었다. 코로나 쇼크를 견디지 못한 화장품 로드숍은 장사를 접었고 중저가 패션 브랜드 매물이 쏟아졌다.

다만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프리미엄' 열풍이 뜨거웠다. 보복소비와 기저효과로 메종키츠네, 아미 등 명품 브랜드는 입지를 더욱 공고히 굳혔다. 니치향수 등 고가 화장품 수요도 증가했다. 패션·뷰티업계는 럭셔리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프리미엄 제품군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에선 새해에도 패션·뷰티업계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패션·뷰티 기업들은 '온라인' 채널 확보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는 데다, 비대면 전환이 더욱 빨라지는 만큼 디지털 전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저가' 브랜드의 몰락…폐업·매각↑

패션·뷰티업계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혼란을 겪은 업종이다. 방역 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면서 외부활동이 현저히 줄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방문을 꺼리며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대세가 됐고 외출복과 화장품 수요도 크게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패션·뷰티업계는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거나 브랜드를 매각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뷰티업계의 경우 주요 화장품 브랜드 로드숍의 폐점이 이어졌다. 화장품 구매 패턴이 온라인으로 변하며 이미 로드숍이 감소 추세였던 상황에서 코로나19는 기름을 부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업종 폐점률은 28.8%로 주요 도·소매업종 중 가장 높았다. 더페이스샵, 아리따움, 미샤,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등 주요 화장품 로드숍 가맹점 수 역시 지난 2018년 3394곳에서 2019년 2899곳, 2020년 2298곳으로 매년 줄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패션업계에서도 중저가 브랜드가 인수합병(M&A)시장 매물로 잇따라 나오는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다. 중저가 브랜드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매각에도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오프라인 중저가 패션 시장은 제조 직매형 의류(SPA) 브랜드가 장악했으며, 온라인에선 패션 플랫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이랜드는 지난해 미쏘, 로엠, 에블린 등 6개 여성복 브랜드 매각을 시도했지만 4개월 만에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해 스포츠 브랜드 카파를 M&A 시장에 내놨던 카파코리아도 매각에 실패, 올 초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세정그룹은 올해 '1세대 영캐주얼' 브랜드 니(NII)의 매각을 결정하고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이다.

"비싸면 잘 팔린다"…프리미엄 고성장

반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프리미엄 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신을 위한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다. 명품 보복소비 현상이 나타나며 니치향수 등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은 지속 성장 중이다. 패션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뷰티업계는 중저가 브랜드 매장을 정리하는 동시에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패션업계 역시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뷰티업계에선 설화수, 후 등 고가 브랜드 화장품이 국내외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 뷰티 기업들은 지난달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LG생활건강의 후, 숨 등 럭셔리 브랜드는 지난해보다 42% 성장, 매출 3700억원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자음생 라인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83% 증가했고 라네즈 브랜드는 지난해보다 38% 증가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향수 '니치 향수' 열풍도 불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4400억원 규모였던 국내 향수 시장은 오는 2023년 65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 중 프리미엄 향수가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딥티크, 산타마리아노벨라, 바이레도, 메모파리 등 니치향수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통합 향수사업부 '프라그랑스팀'을 신설하고 국내 향수 시장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패션 대기업들도 소비심리 회복에 힘입어 실적을 회복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올해 매출은 1조75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물산이 전개하는 아미, 메종키츠네, 톰브라운, 르메르 등 '신(新)명품' 브랜드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해당 브랜드들은 셔츠나 니트 한 벌이 40만원~60만원대로 비싼 가격에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입지를 공고하게 다졌다. 지난 10월 기준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의 누적 매출액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00%, 70%, 130% 증가했다.

이에 패션·뷰티 기업들은 프리미엄 제품군 강화에 힘을 쏟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 중저가 브랜드인 에뛰드와 이니스프리 매장을 정리하고 설화수 등 고급 브랜드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자체 럭셔리 브랜드를 내놨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 3월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를 론칭했다. 한섬은 자체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를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요 상품 가격은 20만~50만원대, 가장 비싼 제품은 120만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국내 기업들이 중국 럭셔리 화장품 시장 공략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온라인'…디지털 전환 가속화

'온라인' 채널 확보는 패션·뷰티업계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유통 산업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특히 중국에선 왕홍(인플루언서)을 통한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자체 온라인 채널을 확보하고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기업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9월엔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이 배달앱 요기요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향후 전국 700개 이상으로 요기요 입점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는 럭셔리 디지털 플랫폼 전환을 선언했다. 랜선 뷰티쇼, 버추얼 컬러 테스트, 라이브 커머스 등의 콘텐츠를 강화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한 'O2O(Online to Offline)' 뷰티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오픈한 시코르닷컴은 1년 4개월 동안 150% 성장했다. 회원 수는 45만명을 돌파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패션 기업들도 유튜브, 메타버스 등을 활용해 디지털 마케팅이 활발하다. 패션그룹 형지의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은 최근 확장현실(XR) 기술을 적용한 '메타버스 패션쇼'를 진행했다. 코오롱인더인더스트리FnC부문의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는 올해 'VR 썸머 하우스'를 열었다. 슈콤마보니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를 가상현실(VR)로 구현한 공간이다.

빠른 배송을 도입하는 패션 기업도 늘고 있다. 무신사, 브랜디, 지그재그 등 온라인 기반의 패션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면서다. 휠라는 최근 서울 전 지역에서 당일 배송 서비스를 개시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SF샵 역시 퀵배송을 도입했다. SSF몰에서 오후 3시 이전까지 퀵서비스로 상품을 주문하면 당일에 배송받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패션·뷰티업계는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업종 중 하나"라면서 "온라인 채널이 늘어남에 따라 새롭게 출시하는 화장품 브랜드도 많아지면서 패션·뷰티 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양극화 현상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중심의 프리미엄 마케팅이나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가치소비 마케팅 등이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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