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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90, 시속 200km 밟아보니

  • 2022.02.11(금) 07:30

자동차기자협회 '올해의 차' 최종심사
주행능력 수입차 '강력'…승차감은 G90

포르쉐 '타이칸'이 고속주회로를 달리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제네시스는 내연기관차 기준 주요 경쟁3사(벤츠·아우디·BMW) 대비 90~95%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11일 자사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90'를 출시하며 개최한 미디어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을 '검증'할 기회가 지난 8일 경기 화성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에서 생겼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소속 언론사 55곳이 최고의 자동차를 선정하는 '2022 올해의 차' 최종 심사 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현대차, 제네시스, 기아, 쌍용차,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BMW, 포르쉐 등 8개 브랜드 21개 차종이 심사 대상으로 올랐다. 이들 차량을 타고 조향성능로, 고속주회로, K-CITY, 특수내구로 등에서 주행 성능을 테스트해봤다. 

아우디 RS e-트론 GT,/사진=김동훈 기자

달리기는 포르쉐·아우디

"미쳤다!"

포르쉐의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운전대를 잡은 다른 언론사 기자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 고속주회로에서 가속할 때였다. 가속 페달을 한번 꾹 누르자 차는 이미 시속 100km를 넘겼다. 눈깜짝할 사이에 시속 160km까지 쭉 올라갔다. 한번 '꿀렁'하는 느낌이 나더니 속도는 더 올라갔다.

"나를 이렇게 다뤄?라고 하는 것 같아 무섭다"며 이 기자는 더이상 속도를 올리진 않았다. 조수석에 앉은 기자도 겁이 났다. 무전기에선 "140km까지만 주행하도록 합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140km까지만 성능을 테스트하기는 아까운 차량이었고, 그럴 수 없을 정도로 가속이 빨랐다.

타이칸의 제로백(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3초(런치컨트롤 사용 기준). 이날 심사에 참여한 차량 가운데 가장 빠른 수준이다. 타이칸은 '올해의 퍼포먼스'의 후보로 올랐다.

타이칸만 빠른 게 아니었다. 함께 올해의 퍼포먼스 후보에 오른 아우디의 전기차 'RS e-트론 GT'도 만만찮게 빨랐다. 이 차의 제로백은 3.6초(부스트 기준 3.3초). 전기차는 스타트가 더 빠른 느낌이라고 한다. 이번엔 기자가 직접 몰아봤다. 가속 페달을 한번 밟았다. 온몸이 뒤로 쏠렸다. 관성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었다. 

앞차와 간격이 크게 벌어졌을 때 한계 성능까지 테스트해봤다. "좋은 전기를 쓰나?"라는 농담을 하는 사이에 최고 속도는 230~240km사이를 오갔다. 주행거리가 짧아 이 차의 최고 속도라는 250km까진 도달하지 못했다. 높은 속도로 달리는 중에도 풍절음보다는 특유의 씩씩한 모터 소리가 차내를 감쌌다.

기자가 벤츠의 더 뉴 마이바흐 S-클래스를 시승하고있다.

무전이 또 나왔다. 행사를 진행한 카레이서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급가속이 더 빠르다"며 "무거운 배터리를 장착하고도 코너링할 때 좌우 밸런스가 괜찮은지 느낌을 비교해보라"고 말했다.

'RS e-트론 GT'는 포르쉐 타이칸 뿐 아니라 이날 조향성능로에서 급선회를 테스트한 모든 차량과 비교해도 코너링 실력이 가장 훌륭했다. 좌석이 엉덩이 좌우를 감싸주는 구조로 된 때문인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동승한 기자는 "차가 바닥에 딱 붙어서 달리는 느낌"이라면서 "다만 덩치가 큰 사람은 좌석에 몸이 다소 낄 것 같다"고 평했다. 

이렇게 빨라도 되는 것일까. 기아의 전기차 'EV6'도 가속 능력이 상당한 느낌이었다. 동승한 타사 기자와 거의 동시에 "수입차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빨라?"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알고보니 EV6는 제로백이 5.2초다. 기아 K8(6.9초), 더 뉴 K9(5.9초), 제네시스 G90(5.9초)보다 빠르고, 벤츠 '더 뉴 S-클래스'(4.8초)보다는 다소 느린 수준.

'더 뉴 마이바흐 S-클래스'(4.8초)의 경우 시속 180km 이상의 고속 주행까지 가볍게 나아갔고 승차감과 풍절음이 최상 수준인 게 인상적이었다. 다만 전기차 '더 뉴 EQS'(450+ AMG 라인)는 달리기 성능이 기대보다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실제로도 이 차 제로백은 6.2초에 그친다. 풍절음도 국산 세단들과 비교해도 꽤 거슬렸다.

이밖에 현대차 스타리아는 제로백이 10.2초에 불과하지만 고속주회로에서 달리기 실력이 좋았다. 승합차라는 편견을 깨는 수준이었다. 급선회 능력은 불안한 느낌이었다.

쌍용차의 '뉴 렉스턴 스포츠 칸'도 고속 주행 성능이 의외로 괜찮았다. 이런 까닭에 세단이나 전기차가 아닌 다른 픽업트럭과 비교해야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겠단 의견을 동승 기자와 주고받았다. 가속할 때 날렵하고 엔진 소음이 경쾌하며 스티어링 휠은 부드러워 운전하는 재미가 가장 좋았던 차는 K9였다. 

제네시스 G90./사진=김동훈 기자

불편한 도로 승차감은 'G90'

빨래판 같은 도로를 달리는 특수내구로에서 승차감은 제네시스 G90이 가장 훌륭했다. G90 시승을 마치며 동승한 기자와 이구동성으로 "특수내구로에서는 G90이 마이바흐보다 좋은데요?"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동승한 기자와 수많은 차량을 함께 타면서 공감대가 견고하게 형성된 것은 승차감은 벤츠, 가속·퍼포먼스는 포르쉐·아우디, 내부 디자인은 BMW 'iX'가 좋다는 평가였으니, 애매한 포지션의 G90이 자리를 찾은 셈이었다.

게다가 특수내구로에선 국산차, 수입차를 구분할 것 없이 불편했고 전기차들의 승차감도 엉망이었던 탓에 G90은 더욱 특별한 인상이었다. 차량 가격이 2억7000만원대인 벤츠의 '마이바흐'가 다른 차량보단 나았지만 탁월한 승차감은 아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된 까닭일 것"이라고 했다. '멀티 챔버 에어서스펜션'은 전방 노면 상황을 인지하고 차체의 흔들림을 최소하는 기능이라고 한다. 차량 가격이 89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G90이 더 비싼 차들보다 나은 승차감을 만든 셈이다.

풍절음 역시 G90은 시속 100km 이하에선 벤츠 마이바흐보다 나았다. 또 G90은 외부 디자인 측면에서 다른 차량 대비 수려한 인상이라는 평가에 이견이 별로 없었다. 속과 겉이 나름 알찬 셈이다.

G90의 가속 성능이나 코너링 실력, 전반적 승차감 등을 살펴본 결과 장 사장의 말처럼 "경쟁3사의 90~95% 수준"까지는 올라온 것을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고비'를 넘기는 쉽지는 않아 보였다. 고속주회로에서 G90을 최대 200km까지 밟았을때 힘이 부친 느낌이었다. 풍절음도 심했다. 앞으로 제네시스가 5~10% 차이를 빠르게 극복해야 'K-자동차'가 글로벌 고급차 시장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을 듯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에서 자동으로 긴급제동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자동긴급제동은 '아직'

일부 차량들의 '자동긴급제동' 기능을 테스트하는 기회도 있었다. 시속 20~30km 수준으로 서행하다가 손과 발을 운전대와 가속 페달에서 떼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장애물 앞에서 시청각 경고가 작동한 뒤 자동으로 제동하는 시스템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아직은 이 기능을 실제로 쓰기는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속 20~30km에 불과해 실제 주행 상황보다는 안전한 속도인데도 대부분 차량들이 너무 급하게 제동됐다. 몸에 상당한 부담이 있을 정도였다.

G90을 비롯한 현대차·기아 계열은 강하게 제동돼 충격이 상당했다. 기아 K9의 경우 첫번째 테스트에선 정상 작동했지만, 두번째 실험에선 차량 왼쪽과 도로 위 탄력봉이 닿아버리기도 했다.

기아 관계자는 "긴급제동 관련 센서는 정면에만 있다"며 "차선유지보조 기능을 쓰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벤츠도 다른 차 대비 제동이 부드러운 느낌이었지만 충격이 없지 않았다. 아우디는 급제동과 동시에 안전벨트가 몸을 바짝 조여주는 기능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오는 15일 심사결과를 발표한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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