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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는 환율, 기름값에 항공·해운사 '울상'

  • 2022.03.17(목) 10:00

러시아發, 항공유·벙커C유 급등
해운업보다 항공업 부담 더 커
LCC "일시적이라도 관세인하 필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할수록 항공·해운업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연료비와 환율이 크게 올라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돼서다. 우회로로 인한 운항 거리 증가로 연료 소비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타격은 항공업계가 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년간 물동량 증가로 실적이 대폭 개선되며 재무 체력을 키워온 해운업계와 달리 이제 막 하늘길이 열린 항공업계 입장에선 연료비가 큰 부담으로 다가와서다. 일부 항공업계에선 "한푼이 아깝다"며 "일시적으로나마 관세를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유가·고환율 이중고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아시아 지역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23.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월대비 74.2% 급등한 수치다.

항공업계 입장에선 항공유 가격 오름세가 반가울 리 없다. 연료비는 매출원가의 약 25~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항공유 가격이 인상되면 매출원가 역시 상승하므로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준다.

고공 행진하는 환율도 악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월 말 달러·원 환율은 1190원대 수준이었지만 이달 15일기준 1245원까지 급등했다. 항공유 결제는 모두 달러로 이뤄진다. 이전과 같은 양의 항공유를 구입하기 위해선 더 많은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 달러 역시 원화 대비 가치가 상승하면서 실질적 가격 상승폭이 더 큰 셈이다.

대한항공은 연 평균 2800만배럴의 항공유를 사용하는데 배럴당 1달러만 가격이 인상되면 약 2800만달러(한화 350억원)의 비용이 더 발생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와 환율이 모두 올랐다"며 "코로나19로 하늘길이 거의 막힌 상황에서 환율과 항공유 인상으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회로로 운항을 하기 때문에 연료 소비도 이전보다 많다. 대한항공은 인천-런던, 인천-파리, 인천-암스테르담,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 등 유럽 노선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영공을 지나가지 않고 중국, 카자흐스탄, 터키 등을 경유하는 우회 항로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뉴욕-인천, 애틀랜타-인천, 시카고-인천, 워싱턴-인천 등 미주 동부노선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영공 대신 알래스카 태평양 항로로 우회한다. 노선별로 차이는 있으나 최소 1시간30분에서 최대 3시간까지 운항시간이 늘어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러시아를 경유하지 않고 유럽으로 바로 직행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주 7회 모스크바 경유 유럽행 화물 노선을 운항해왔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유럽 노선과 미주 동부 노선에 한해서는 러시아 영공을 피해 우회 항로를 이용할 예정이다. 우회 항로 이용 종료 시점은 사태 추이를 지켜본 후 결정한단 입장이다.

연료비 부담은 해운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선박의 주연료인 벙커 C유 가격은 현재 톤(t)당 590달러로 전년평균대비 40.8% 증가했다. 해운사의 경우 벙커C유 재고를 따로 확보하지 않고 바로 매입해 사용하므로 실적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HMM 관계자는 "유가가 상승할수록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물론 해운사 역시 실적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유가 상승은 화주들에게도 큰 부담이 되므로 고유가가 장기화될수록 중소 수출 기업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운업보다 항공업 피해 더 큰 이유

같은 악재임에도 피해 정도는 항공업이 해운업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은 코로나19 시기 동안 수혜를 입은 업종 중 하나다. 각국의 경제 부양책에 따라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에 진입하면서 물동량이 증가했고 운임료가 크게 올라 실적이 개선됐다. HMM은 지난해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했고 9년간 누적된 영업손실도 한번에 털어냈다. 올해 역시 물동량 수요가 견조한 덕에 업황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 관련기사: '9년치 적자 털어낸' HMM, 올해도 쾌속질주(2월18일)

환율 영향도 항공업계에 비해 덜 받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의 모든 결제 수단은 달러다. 연료비 역시 달러로 지불하지만 선사로부터 받는 운임료 역시 달러로 받는다"며 "환율이 오르면 운임료가 인상되는 효과가 있어 장부상 매출이 크게 뛰는 효과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항공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운항 횟수 자체가 크게 감소했다. 대형항공사(FSC)의 경우 화물업으로 업종을 변경하며 발 빠르게 대응했지만 화물업에 적합하지 않은 항공기를 보유한 저가항공사(LCC)는 2년 연속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관련기사: 2년째 한숨 쉰 LCC, 올해는 다를까(3월4일)

해외 운항 재개로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LCC 업계 입장에선 이젠 연료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그간 항공 업계는 유가가 상승하면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거나 헷지 등 파생거래 상품 등을 통해 손실분을 보존해왔다. 

익명을 요청한 LCC 업계 종사자는 "코로나19 이전엔 운항 횟수가 많으니 항공유를 꽤 넉넉히 확보해 왔다"며 "하지만 코로나 이후 유류 헷지를 하지 않고 있고 현재로서는 항공유 재고를 약 5~10일치 분씩만 확보해둔다. 항공유와 환율의 급등은 즉각 타격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운항 횟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유류할증료를 부과해 손실분을 보존하는 것도 그렇게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시적으로나마 항공유 관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민간 항공사는 국내선 항공편 운항을 위해 항공유 가격의 3%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항공유가 오를수록 내야하는 세금 부담도 커지는 셈이다. 국제선 항공유는 세금이 면제된다. 코로나19 발병 때부터 항공업계에선 정부에 줄곧 항공유 인하를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LCC 업계 관계자는 "해외 운항이 재개되곤 있지만 LCC 업계들은 아직은 국내선 위주다"라며 "FSC 업계와 달리 LCC 업계는 지금 한푼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세를 일시적으로 인하해주는 등 실질적인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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