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이 지난 2분기에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호실적을 쏟아냈다. 이들 3사의 지난 3개월치 영업이익만 5조4000억원이 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이 이어진 가운데 전세계 코로나19 상황 개선에 따라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정유업계는 다음 분기까진 견조한 실적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론 불확실성이 예고됨에 따라 올해 역대급으로 쌓일 이익을 미래 사업 투자에 활용하겠단 계획을 일제히 발표했다.
1분기만에 갈아치운 사상최대 실적
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3사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5조4215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3949억원 대비 288.7%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된 배경은 아시아 지역 정유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급등하고 유가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지난해 2분기 배럴당 -2.3달러(역마진)였으나, 올 2분기는 20.8달러에 달했다. 통상 배럴당 4달러 정도를 정유사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지난 2분기 두바이 평균 유가도 108.2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2분기보다 41달러 상승한 것이다.
업계에서 2분기 영업이익 덩치가 가장 컸던 곳은 SK이노베이션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2조3292억원이었다. 전년동기대비 무려 1조7732억원 늘어나면서 지난 1분기 작성한 사상 최대치 1조6491억원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석유사업 영업이익만 2조2291억원. 전체 영업이익 수준에 달했다. 이 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2331억원 대비 무려 856%나 급증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과 코로나 엔데믹 이후 석유제품 수요증가로 정제마진이 개선됐다"며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사업 재고관련 이익 증가, 설비운영 최적화 등이 손익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도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01.6% 늘어난 1조7220억원이었다. 지난 1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는데, 1분기만에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정유 영업이익이 1조4451억원에 달하며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전년동기 1525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847.6%나 급증했다. 윤활, 석유화학 등 다른 사업들은 모두 부진했다.
현대오일뱅크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16.7% 증가한 1조3703억원에 달했다. 역시 사상 최대치다. 이 회사도 정유사업 영업이익만 1조1259억원에 달했다. 전년 2분기 정유사업 영업이익 909억원과 비교하면 1138.6%나 치솟았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휘발유는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해 역외 시황이 강세였다"며 "등·경유는 러시아 경유 공급 감소와 유럽 저재고 상황이 지속돼 유례없는 강세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도 역대급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까진 괜찮지만
정유사들의 호실적은 석유제품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정유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석유제품 수출 규모는 전년대비 97.6% 증가한 279억5600만달러로 반도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협회는 "이는 반기 사상 역대 최대치"라며 "국가 주요수출품목 중 반도체 다음으로 2위에 올라서면서 수출산업으로서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앞으로는 어떨까. 업계는 대체로 3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에쓰오일은 "올 3분기 아시아 정제마진은 하향 조정이 예상되나, 글로벌 정제설비의 타이트한 수급 상황으로 이전 업황 사이클보다 상향된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오일뱅크도 "휘발유는 계절적 성수기 종료와 함께 약세 전환이 예상되나, 등·경유는 저재고 상황 지속에 따라 마진이 지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구조적 공급 부족이 지속됨에 따라 양호한 수준의 정제마진이 유지될 전망"이라면서도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요인도 상존하고 있어 등락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래 준비하자
아울러 이번 분기에 정유사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메시지들도 눈길을 끈다. 역대급 이익을 기반으로 미래 사업을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일제히 드러낸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시황 개선으로 확보된 투자재원을 바탕으로 수소, 원자력, 에너지솔루션 스타트업 등 미래 에너지 분야를 발굴하고, 투자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소재 회사로서 보다 안정적인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에쓰오일 측도 "올해 경영성과에 따른 순이익은 당사의 지속 성장 동력 확보와 미래 에너지 전환 대응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계획"이라며 "회사는 현재 석유화학 사업 분야의 확대를 위한 대규모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또한 향후 블루수소, 화이트바이오 등 친환경 신사업을 강화하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