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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시지바이오 "재생의료 분야, 글로벌 톱 목표"

  • 2022.06.21(화) 06:50

서준혁 시지바이오 연구센터장
재생의료 '3요소' 기술 갖춘 국내 유일 업체
지난해 매출 946억…올해 1400억 목표

#인도네시아에 사는 8살 아이가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다친 다리가 휘어서 굳은 상태였다. 4살 때 자전거에 다리가 끼여 분쇄골절이 일어났지만 치료없이 방치됐다. 주치의는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이에게 임상시험을 제안했다. 치료 방법은 시지바이오가 개발한 골형성 단백질 포함 골대체제(인공뼈) '노보시스'를 이용하는 것. 다친 뼈 부위를 도려낸 뒤 아이의 골수 줄기세포를 섞은 노보시스를 해당 부위에 이식했다. 3년 만에 아이는 축구를 할 수 있을 만큼 회복했다.

인도네시아 아이의 사례를 소개하는 내내 서준혁 시지바이오 연구센터장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당시의 벅찬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 아무리 어려워도 힘들지 않다"는 말이 연구개발(R&D)에 대한 그의 열정을 짐작게 했다.

서 센터장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지난 14년간 국산 의료기기 R&D에 매진해왔다. 노보시스를 포함해 시지바이오 주요 제품의 개발과 허가 및 출시를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시지바이오 연구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서 센터장을 만나 재생의료 산업의 전망과 시지바이오의 성장 전략을 들어봤다.

서준혁 시지바이오 연구센터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재료공학' 기반 재생의료 업체

지난 2006년 설립한 시지바이오는 재생의료 전문업체다. 재생의료는 손상된 세포나 조직, 장기 등을 복원하는 기술이다. 시지바이오는 줄기세포 중심인 재생의료 시장에서 재료공학 기술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 직원(250명)의 30%가 석박사급 연구 인력으로 구성됐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10%를 웃돈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골대체제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뼈·피부 재생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다.

서 센터장은 회사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재생의료 3요소(세포·지지체·성장인자) 기술을 모두 보유한 업체"라고 소개했다. 재생의료의 핵심은 손상된 세포가 원하는 조직이나 장기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지체는 세포가 성장하고 살아남도록 적절한 환경을 제공한다. 어떤 원자재를 사용하고 이를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 업체들의 경쟁력이 갈린다. 성장인자는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이다. 단백질의 특성상 체내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적절한 속도로 방출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시지바이오는 3가지 요소 기술을 융복합해 제품화하고 있다. 그는 "세포치료제나 지지체를 연구하는 업체는 상당히 많지만, 성장인자를 상업적 수준으로 다루는 업체는 많지 않다"면서 "재생의학 3요소를 융복합한 기술을 임상적 수준까지 다루는 업체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시지바이오 최근 4년간 매출 추이.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시지바이오의 주력 제품은 노보시스다. 뼈를 대체할 수 있는 세라믹 소재(지지체)에 뼈 생성을 촉진하는 단백질(성장인자)을 포함한 제품이다. 서 센터장에 따르면 골형성 단백질이 들어간 골대체제를 출시한 기업은 시지바이오와 메드트로닉 단 두 곳뿐이다.

시지바이오는 노보시스 외에도 음압 상처 치료기기 큐라백·큐라시스, 동종진피 이식재 시지덤, 외과 수술 후 체내 유착방지제 메디클로 등도 보유하고 있다. 신사업인 미용성형용 필러, 혈관 스텐트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 제품의 성장과 함께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 연 매출 1000억원 돌파를 앞뒀다.

재생의료 시장은 이제 막 첫발을 뗀 단계로, 리서치 업체 마켓앤드마켓은 전 세계 재생의료 시장이 연평균 20%씩 성장해 오는 2025년 179억달러(약 23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성장률은 높지만, 규모는 전체 의약품 시장의 5% 수준에 불과하다. 시지바이오는 이 빈틈을 공략하고 있다. 서 센터장은 "재생의료 시장은 글로벌 빅파마가 뛰어들기엔 작고 바이오벤처가 진출하기엔 큰 시장"이라며 "줄기세포 추출·배양 기술까지 확보해 중견 기업으로서 이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토종 업체, '글로벌' 시장에서 우뚝

시지바이오는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 7개 국가에서 해외 지사를 운영 중이다. 특히 중국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히알루론산(HA) 필러 지젤리뉴의 지난해 중국 수출액은 75억원이었다. 서 센터장은 "필러는 중국 유통사 상해비정을 통해 수출하고 있다"면서 "인체조직 사업의 경우 국내에서 이미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 조인트벤처(JV) 형태로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3년 내로 노보시스의 중국 허가를 받아 중국 골대체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미국 진출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지난해 2월 미국조직은행연합회(AATB)로부터 인체조직 가공업 품질관리 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AATB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인체조직 표준기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더라도 AATB 인증을 받지 못하면 현지 의료기관 진출이 어렵다. 이번 인증 획득으로 동종진피 제품의 미국 수출길이 열렸다는 게 서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AATB 인증을 받으면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진출하는 것도 수월해진다"며 "이번 인증을 통해 인체조직과 관련해 1, 2년 안에 큰 수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준혁 시지바이오 연구센터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최근엔 연이어 제품 수출 계약을 따내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6일 대만 및 브라질 유통사와 총 56억원 규모의 유착방지제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튿날 중동(49억원), 스웨덴(8억원)과도 필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18년부터 골대체제로만 체결한 수출 계약은 8724억원에 달한다. 시지바이오는 인도 이리스라이프사이언스(360억원), 일본 니혼조끼(6000억원), 호주 라이프헬스케어(2000억원) 등과 노보시스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시지바이오의 목표는 재생의료 분야의 세계 1위 업체다. 이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웅테라퓨틱스로부터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도입했다. 마이크로니들 기반의 화장품, 의료기기, 의약품 등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웨이크 포레스트 재생의학연구소(WFIRM)와 손잡고 3차원(3D) 프린팅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완제품 형태로 공급됐던 기존 골대체제 제품과 달리 환자의 뼈 손상 상태에 따라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서 센터장은 "시지바이오의 강점은 상처·외과, 뼈·척추, 미용성형 분야에서 균형 있게 매출을 내고 있다는 점"이라며 "국내에선 새로운 캐시카우로 미용성형 사업에 집중하고 해외에선 인체조직 사업에 집중해 올해엔 매출 14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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