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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사 안 써요"…국내 빅파마 해외 시장 '노크'법

  • 2022.10.24(월) 06:50

셀트·SK바팜 등 '직판' 해외 진출 국내 기업 증가
수익성 개선 기대…인지도 및 초기 비용은 부담
"신약 개발 전 주기 역량 확보…글로벌 도약 의미"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의약품 직접판매(직판)를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늘고 있다. 오랜 기간 의약품의 복제의약품(제네릭)을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국내 기업이 자체 개발한 신약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직접' 두드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란 평가다. 다만, 초기 직판 체제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직판까지 뛰어든 국내 제약바이오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해외 직판 체제를 구축하려는 국내 기업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셀트리온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직판에 뛰어든 기업이다. 지난 2019년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이 직판 체제 전환을 목표로 잡으면서다. 이를 위해 유럽에 14개 법인을 세우고 영업 인력을 300명까지 늘렸다. 이후 셀트리온은 2020년 2월 독일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피하주사 제형)'를 직판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유럽을 포함해 미국, 일본, 중남미 등으로 직판 체제를 넓히는 중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8월 계열사 셀트리온의 미국 법인 셀트리온USA를 인수했다. 제네릭 의약품 위주로 미국에서 자체 공급망을 확보한 셀트리온USA를 발판 삼아 미국 직판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브라질에선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허셉틴 바이오시밀러)' 등을 앞세워 직판에 나섰다. 유럽의 경우 항암제 시장의 90%까지 직판을 확대하겠단 계획을 내놨다.

SK바이오팜도 직판 체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주력 제품은 지난 2019년과 2021년 각각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의 품목허가를 획득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유럽 제품명: 온투즈리)'다. 회사는 미국 현지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세노바메이트를 직판하고 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품목허가 획득, 상업화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건 국내에서 SK바이오팜이 유일하다.

신약 개발 단계에서부터 직판 계획을 밝힌 기업도 많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바이오벤처 아베오 파마슈티컬스(아래 아베오)를 인수하며 미국 항암제 시장에 직접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베오의 제품 인허가 및 영업·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신약 개발 이후 상업화까지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다. HLB 역시 자체 개발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획득에 성공하면 미국 자회사 엘레바를 통해 직판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세계에서 통한다…'수익성' 개선 기대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영업·마케팅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무리 효능이 좋은 약이라도 처방률이 낮으면 실패한 약물로 평가받는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상업화 역량을 키울 경험이 부족했다.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임상 초기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기업에 기술이전(L/O)하는 전략을 주로 구사해온 탓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직접 판매망을 구축할 기회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특히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해외 직판은 '불가능의 영역'이란 인식이 강했다. 우선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의 특성상 처방 변경(스위칭)이 잘 이뤄지지 않는 데다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작용한다. 또 해외의 경우 보험, 약가제도, 유통 구조 등이 국내와 달라 현지 맞춤형 전문 인력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최근 국내 기업의 신약 개발 성과가 가시 화되면서 직판 체제를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이 중 소수의 판매조직으로도 영업이 가능한 항암제나 뇌전증 치료제의 직판 시도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직판을 하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다. 해외 진출 시 국내 기업이 파트너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평균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트너사로 인해 생기는 불확실성도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판을 한다는 건 회사가 계획에 따라 주도적으로 상업화를 이끌 수 있다는 뜻"이라며 "파트너사에 유통을 맡기면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가 생기기도 하고 판매나 후기 임상 등 초기 세운 일정에 차질을 빚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직판, '빅파마' 위한 필수 관문

신약 개발 단계에서부터 상업화 전략까지 고려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자체 판매망 구축 없이 국내 기업이 빅파마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하다. 국내 기업이 연구개발부터 영업·마케팅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의 밸류체인을 확보해 글로벌 기업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직판 체제가 안착한 다음엔 다른 제약사의 의약품을 위탁판매하는 등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할 수도 있다.

다만, 직판 체제는 판매하는 제품이 많을수록 수익성이 증가하는 구조다. 현지 법인을 세우고 전문 영업·마케팅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막대한 고정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기엔 직판 체제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이 빠르게 늘어 부담이 될 수 있다. SK나 LG, 셀트리온처럼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 아니라면 직판에 나서기 어렵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은 개발에 성공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통해야 진정한 성공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신약 개발 단계에서부터 상업화를 고려한다는 건 매우 긍정적인 흐름"이라며 "자체 개발한 신약을 직접 판매하려는 움직임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복제약에서 신약 개발로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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