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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제약바이오…"신약 개발 '선택과 집중' 필요"

  • 2022.12.01(목) 15:58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위원, '바이오·제약 콘펙스' 발표
내년 자금 유동성 리스크 지속…자금 조달 해소 '과제'
"성장 전략 '해외 진출' 필수…기술이전 목표가 현실적"

내년에도 자금 조달 리스크와 비용 증가 등으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헬스케어팀 수석연구위원은 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2 바이오·제약 인천 글로벌 콘펙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내년 최대 과제는 '자금조달 리스크' 해소

지난해부터 하락세에 접어든 제약바이오 주식 시장이 올해에도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제약바이오 주식 시장의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근희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이 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2 바이오·제약 인천 글로벌 콘펙스'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권미란 기자 rani19@

그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주가 하락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유동성 부분의 리스크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바이오기업들이 어떻게 자금조달 리스크를 해소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릭(복제의약품), 개량신약,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사업으로 매출을 내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당장 신약 개발 자금난을 겪고 있지는 않다. 반면 매출 없이 오롯이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바이오텍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유동성 경색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일부 바이오텍들은 버티기 어려울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성장 필수 전략은 '해외 진출'

서 연구위원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꼽았다. 내수 시장은 포화와 경쟁 심화로 한계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는 "제약바이오 내수 시장의 성장성은 좋게 보기 어렵다"면서 "글로벌 기업 등 다른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상품 매출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성장 전략은 결국 해외 진출"이라고 설명했다. 

또 "헬스케어의 성장 동력은 의약품 생산 및 판매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시작했다"며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꼽을 수 있다. 이제는 제조업 기반에서 신약 개발 투자로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과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으로 단숨에 매출 1조원을 넘기며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났다. 삼바로직스는 단순 제조업에서 나아가 올해 들어 바이오 신약 개발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바로직스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조성하고 지난 3월에는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바이오벤처 '재규어 진 테라피'에, 8월에는 나노입자로 약물을 전달하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센다 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했다.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과감한 '선택과 집중' 필요

그러나 신약 개발은 쉽지 않다. 임상에 돌입한 후보물질 1000개 중 성공확률은 100개에도 못 미친다. 임상에 지속 투입해야 하는 자금과 인력도 문제다. 

서 연구위원은 "임상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최근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전임상 비용만 50~100% 증가하는 등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고 앞으로 2~3년 동안 더 늘어날 수 있다"면서 "내년에도 자금 조달 리스크와 비용 증가 등이 예상되는 만큼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해외 기업들은 임상에 실패하면 바로 임상을 중단하고 다른 신약 개발에 집중한다"며 "허가를 획득했더라도 시장에서 외면당하면 마케팅을 즉각 중단한다. 빠른 의사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서 연구위원은 다각적인 측면에서 아직 우리나라는 기술이전을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그에 따르면 임상 경험 부족, 임상 비용 투자 여력, 미국에서의 약가 협상,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기술이전을 통해 해외 진출하는 게 더 수월할 수 있다.

"단기 실적 보다 R&D 모멘텀 중요…5년 이내 성과 기대"

서 연구위원은 기술이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퍼스트인클래스, 베스트인클래스, 플랫폼 등 3가지를 꼽았다. 퍼스트인클래스는 기존에 없는 약물인 혁신 신약, 베스트인클래스는 기존 약물 중에 가장 월등한 의약품, 플랫폼은 신약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말한다.

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이 가장 잘 하는 건 패스트팔로우(Fast follower) 전략이라고 본다"면서 "해외 기업들도 많이 취하는 전략으로, 가장 대표적이자 치열한 분야가 면역항암제"라고 언급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패스트팔로우는 앞서 개발된 신약이나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전략을 말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강점인 '개량신약'도 대표적인 패스트팔로우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면역항암제는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어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3세대 항암제다. 일본의 오노약품공업과 브리스톨마이스퀴브(BMS)가 공동개발한 '옵디보'가 면역항암제 시장의 포문을 열었고 이후 머크의 '키트루다', 로슈의 '티쎈트릭' 등 후발주자들이 쏟아져나왔다. 국내에서도 유한양행, 에이비엘바이오, 한미약품 등 다수 기업들이 면역항암제 개발에 한창이다. 

서 연구위원은 "한국 헬스케어는 선순환 구조로 성장 중이며 퍼스트인클래스에서 새롭게 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단기 실적보다 R&D 모멘텀이 중요하고 앞으로 5년 안으로 국내 기업들에게서 성과가 나오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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