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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렉라자' 3상…타그리소 자리 꿰찰까

  • 2022.12.03(토) 07:20

폐암 1차 치료제 평가 위한 임상3상 결과 공개
"내년 초 국내 적응증 확대 위한 허가 신청 예정"
시장 강자 타그리소 넘어서야…관건은 병용 임상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유한양행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자체 개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임상3상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우월한 효능을 확인, 이를 토대로 적응증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렉라자는 국내에서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아 시판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렉라자가 전 세계 비소세포폐암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제칠 수 있을지 주목한다.

최근 유한양행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렉라자의 1차 치료제 가능성을 평가한 다국가 임상3상 주요(톱라인) 결과를 공개했다. 이전에 치료받은 적이 없는 활성 EGFR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393명을 대상으로 기존 치료제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니브)'와 렉라자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한 임상이다.

이에 따르면 렉라자는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20.6개월을 기록했다. 이레사의 9.7개월보다 2배 이상 개선된 수치로,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55% 줄였다. 무진행 생존기간은 질병이 진행되지 않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는 기간으로 항암제의 효능을 확인하는 중요한 평가 지표로 꼽힌다. 안전성과 관련한 약물 투여 후 이상반응 발생률은 양 군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레사는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가장 먼저 투여되는 1차 치료제다. 비소세포폐암은 폐암의 85%를 차지하는데,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약 40%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를 가진 환자다. EGFR 변이를 가진 환자에겐 이레사 등 EGFR 표적치료제를 사용한다. 문제는 내성이다. EGFR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내성이 발생, 암이 재발한다. 따라서 EGFR 변이가 진단되면 1·2세대 표적치료제를 1차 치료제로 먼저 처방한다. 이후 1차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대상으로 2차 치료제를 사용한다.

렉라자는 지난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차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1·2세대 표적치료제 투여 후 효과가 사라진 환자를 대상으로만 쓸 수 있던 것이다. 이번 임상에서 렉라자가 이레사보다 우월한 효능을 입증하면서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다. 1차 치료제로 허가받으면 처방 범위가 늘어나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유한양행 측은 "1차 치료제로서 렉라자의 유효성이 확인돼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길 것"이라며 "내년 1분기 내로 국내 적응증 확대를 위한 허가 변경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렉라자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밝다. 현재 국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아스트라제네카(AZ)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차지하고 있다. EGFR 변이 타깃 1세대 치료제인 이레사와 달리, 타그리소는 3세대 치료제다. 타그리소는 지난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1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매출만 50억달러(약 6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타그리소는 1차 치료제로 보험 급여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타그리소의 다국가 임상3상 결과 아시아인에 대한 유효성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참고로 EGFR 변이는 유전학적으로 서양인보다 아시아인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보험 급여를 적용받지 못하면 환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 성장에 한계가 있다.

업계에선 렉라자가 아시아인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한 만큼 보험 급여 적용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렉라자는 2차 치료제로 국내 급여 출시 1년 만에 누적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렉라자의 적응증이 1차 치료제로 확대된 후 보험 급여까지 등재된다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렉라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타그리소와 경쟁하려면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레사 외에 타그리소와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한 임상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관건은 얀센이 진행 중인 '리브레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렉라자 병용 요법에 달렸다. 얀센은 타그리소에 대해 내성이 생긴 환자 또는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이중항체 신약 리브리반트와 렉라자를 병용 투여하는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얀센은 내년 병용 임상3상이 마무리되면 신속승인제도(패스트트랙)를 활용해 FDA의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타그리소는 전 세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독보적 매출을 달성하고 있지만 경쟁 약물이 없어 렉라자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매우 크다"면서 "병용 요법 결과가 좋게 나온다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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