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 여부에 대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 영향으로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대폭 하락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는 10일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501억원 규모의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메디톡스가 소송을 제기한 지 7년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재판부는 메디톡스의 균주와 대웅제약의 균주가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메디톡스 전(前) 직원인 이 모씨가 대웅제약에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400억원을 지급하도록 하고 대웅제약이 해당 균주를 활용해 만든 ‘나보타’의 폐기 및 제조·판매금지를 명령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휴젤 등 보툴리눔 톡신 관련 기업들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도용했다고 주장해왔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 자사의 전(前)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제품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쳐 대웅제약에 제공했다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었다.
형사 소송에서는 지난해 2월 법원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리면서 메디톡스의 패배로 끝났다. 메디톡스는 항고한 상태다.
메디톡스가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주가가 급상승하는 반면, 보툴리눔 톡신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대폭 하락했다. 메디톡스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웅제약과 휴젤의 주가는 전날 대비 각각 약 20%, 약 16% 하락했다.
휴젤 역시 메디톡스와의 균주 도용 다툼에 얽혀있다. 앞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파트너사 에볼루션을 상대로 균주 도용 및 영업비밀 유출에 대해 ITC에 제소했고 일부 승소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션이 메디톡스와 합의하면서 ITC 재판 결과는 무효화됐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의 ITC 재판 결과가 마무리되면서 지난해 3월 휴젤을 상대로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수입금지를 요청한 바 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의 소송 결과에 따라 휴젤을 상대로 한 소송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웅제약의 국내 소송 결과에 따라 휴젤의 앞길도 결정되는 셈이다.
대웅제약은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불복, 항소한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집행정지 및 항소를 즉각 신청할 예정이며 나보타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철저한 진실 규명을 통해 항소심에서 오판을 다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