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개 분기 연속 4조원대의 반도체 사업 적자를 냈다. 스마트폰 시장도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실적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다만 1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업황이 살아나는 모양새다. 하반기는 반도체 재고상황이 개선되고 폴더블 스마트폰 신규 출시 효과가 더해지면서 전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메모리 적자 폭 줄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0조55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전 분기와 비교해 5.9%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 1분기 실적을 끌어올렸던 스마트폰이 비수기에 접어들며 출하량이 줄어든 탓이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4% 증가한 6685억원을 시현했다. 스마트폰 출하 감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있었지만, 반도체(DS) 부문 적자 폭이 축소되고 디스플레이·TV·생활가전 수익성이 개선됐다. 이에 따라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률도 소폭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2분기 DS부문 매출은 14조74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3%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4조3600억원으로 2개 분기 연속 4조원대 적자를 기록했지만, 1분기와 비교하면 적자 폭이 약 2000억원 줄었다.
메모리는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며 서버 수요 약세가 지속됐지만, 전 분기 대비 실적은 개선됐다. 주요 데이터센터의 AI(인공지능) 투자 확대로 D램 출하량이 지난 분기 예상한 가이던스(전망치)를 상회한 덕이다.
다만 시스템LSI는 모바일용 부품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실적 개선이 부진했다. 파운드리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라인 가동률이 하락해 이익이 감소했다.
김재준 부사장은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서버 고객사의 구매 수요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 고객사 재고 조정이 상당 수준 진행된 PC, 모바일 등 소비자향 수요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며 "D램과 낸드 모두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 가이던스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분기 D램 비트그로스는 10% 중반 성장을 기록했고 평균판매가격(ASP)은 한 자릿수 중반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낸드 비트그로스는 한 자릿수 중반 성장했고, ASP는 한 자릿수 중후반 하락했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던 메모리 반도체 재고 상황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재고는 지난 5월 피크아웃(Peak out, 정점 후 하락)에 진입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입장이다. 특히 이날 삼성전자는 재고 정상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재고 감소 속도가 더딘 낸드 위주로 추가 감산을 암시했다.
김 부사장은 "재고 정상화를 지속하기 위해 D램, 낸드 모두 추가 생산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낸드 위주로 생산 하향 폭을 크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DX(디바이스경험)부문 매출은 40조2100억원, 영업이익은 3조8300억원이었다. 사업별로 다소 희비가 갈렸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모바일경험) 부문의 경우 매출 25조5500억원, 영업이익 3조4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 분기 대비 각각 19.7%, 22.8% 감소한 수준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감소 추세 속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 효과가 줄며 프리미엄 비중이 감소했고, 경기 침체로 인해 중저가 시장 회복이 지연된 탓이다.
이에 비해 VD·가전 부문 매출은 14조39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4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TV는 글로벌 TV 수요 감소에도 고부가 제품 판매에 주력했고, 생활 가전은 계절적 성수기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한 매출 증가와 물류비 등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하만은 매출 3조5000억원, 영업이익 25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10.4%, 92.3% 증가했다. 포터블·TWS(완전무선이어폰) 중심으로 소비자 오디오 수요 증가와 비용 효율화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의 전장 사업을 수주하며 성장 기반을 공고히 했다.
디스플레이는 전 분기 대비 2% 감소한 6조4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400억원으로 지난 1분기보다 7.7% 증가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비수기 진입에도 프리미엄 제품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적을 거두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중소형 패널의 경우 전체 스마트폰 시장 부진에도 프리미엄 분야에서 안정적 실적을 거둬 전 분기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대형 패널은 지속적인 수율 개선과 생산성 향상으로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 준비는 계속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에도 연구개발비와 시설투자를 지속하면서 미래 성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연구개발비는 7조2000억원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시설 투자도 14조5000억원으로 2분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업별 시설투자 규모는 DS부문 13조5000억원, 디스플레이 6000억원 수준이다. 상반기 누계로는 25조3000억원이 집행됐고 DS부문 23조2000억원, 디스플레이 9000억원이었다.
메모리의 경우 지난 분기와 유사하게 중장기 공급성 확보를 위한 평택 3기 마감, 4기 골조 투자와 첨단공정 수요 대응 목적으로 평택 중심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또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연구개발) 및 후공정 투자도 지속했다.
파운드리는 첨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미국 텍사스 테일러 및 평택 공장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됐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모듈 보완 및 인프라 투자가 집행됐다.
하반기 기대하는 이유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전사 실적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IT 수요와 업황이 점진적으로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상반기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먼저 메모리는 하반기 시황과 연계된 유연한 공급 운영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고부가가치·고용량 제품 중심으로 최적화한다. 특히 고성능 서버와 프리미엄 모바일 제품 분야에서 △DDR5 △LPDDR5x △HBM3 등 고부가 제품 판매와 신규 수주를 확대할 방침이다.
시스템LSI는 모바일 SoC(시스템온칩) 분야에서 플래그십 모델용 제품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날 권혁만 상무는 "모바일 SOC는 주요 고객사의 플래그십 모델로의 재진입을 위해 최대 성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외 신사업 솔루션을 확장하기 위해 고객사와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차량용 SoC에서도 유럽 OEM 과제 수주에 집중해 응용처 다변화를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파운드리는 PPA(소비전력·성능·면적)가 개선된 3나노 및 2나노의 GAA 공정 개발 완성도 향상과 대형 고객사 수주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MX는 플래그십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업셀링(상위 모델 판매) 전략을 통해 매출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26일 선보인 갤럭시 Z 플립5, 갤럭시 Z 폴드5의 초기 성공을 통해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6.9%로 압도적 1위다. 하지만 최근 화웨이,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을 비롯해 구글까지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삼성전자에 경쟁요인이 되고 있다.
다니엘 아라우조 상무는 "플래그십 중심 사업 확대와 업셀링을 통해 매출 성장 기조 아래에서 제품 완성도를 제고함으로써, 올해 연간 매출 성장을 추진하고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운영 효율화를 통해 연간 두 자릿수 수익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VD는 전략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성수기 수요를 선점하고, 생활가전은 친환경, 에너지 고효율 제품 판매를 확대하며 비스포크 가전의 글로벌 확산과 운영 효율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하만은 소비자 오디오 분야에서 성수기 판매를 확대하고, 재료비와 물류비 등 제반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는 하반기 스마트폰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 대응을 통해 중소형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은 초대형 패널 증량 등으로 연말 성수기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