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현존 최대 용량 DDR5 D램 개발에 성공했다. DDR5는 현재 주류 제품인 DDR4보다 약 2배 높은 성능을 가진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DDR5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불황 탈출 해법은 '기술력'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12나노급 32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32Gb는 DDR5 D램 단일 칩 기준으로 역대 최대 용량이다. 12나노는 기존 14나노 대비 생산성을 약 20% 높인 공정이다. 삼성전자는 12나노급 32Gb DDR5 D램을 연내 양산할 계획이다.
이번 32Gb 제품은 아키텍처 개선을 통해 동일 패키지 크기에서 16Gb D램 대비 2배 용량을 구현한 점이 특징이다. 이 덕분에 128GB(기가바이트) 모듈을 TSV(Through Silicon Via, 실리콘 관통 전극) 공정없이 제작할 수 있게 됐다.
TSV 공정이란 상단과 하단 칩을 관통하는 미세한 구멍을 뚫고 내부를 전도성 물질로 채워 칩 내부의 전기적 연결통로를 확보하는 패키징 기술이다.
기존 16Gb DDR5 D램을 모아 128GB 모듈을 만들기 위해선 총 64개의 램을 쌓아 올렸다. 모듈의 높이가 높아지는 만큼 TSV 공정을 통해 전류가 흐를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32Gb DDR5 D램을 통해 128GB 모듈을 만들기 위해선 32개의 D램만이 필요하다. 높이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덕분에 TSV 공정 없이도 전류가 충분히 흐를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소비 전력도 개선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32Gb DDR5 D램으로 구성된 128GB 모듈은 16Gb로 이뤄진 모듈 대비 소비 전력이 약 10% 향상됐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 부사장은 "이번 12나노급 32Gb D램으로 향후 1TB 모듈까지 구현할 수 있는 솔루션을 확보하게 됐다"며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차별화된 공정과 설계 기술력으로 메모리 기술의 한계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세' DDR5램 시장 공략 나선다
삼성전자는 이번 12나노급 32Gb DDR5 D램 개발을 시작으로 고용량 D램 라인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DDR5램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글로벌 D램 시장은 DDR4가 주류인 상태다. 하지만 최근 DDR5 지원 중앙처리장치(CPU) 출시가 잇따르면서 DDR5 점유율이 점차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AMD는 DDR5를 지원하는 CPU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라이젠7000' 시리즈를 각각 출시했다.
특히 서버용 D램 시장에서도 시장에서도 DDR5 점유율이 늘어날 예정이다. 서버용 D램은 서버용 CPU와 결합돼 데이터센터에 탑재된다. 서버용 CPU는 최근 AI 수요가 증가하면서 DDR5로 빠르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AMD가 서버용 CPU인 '4세대 에픽 프로세서'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초 인텔도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사파이어 래피즈)'를 출시했다.
DDR5에 대한 수요가 늘자 가격도 상승 조짐이 보인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최신 DDR5램 범용 제품(DDR5 16Gb 2Gx8) 가격은 3.40달러로 전월(3.17달러) 대비 7.26%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수요 업체들이 가격 반등에 대비해 재고를 늘리면서 DDR5 가격이 최대 5%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D램 공급업체들이 가격 동결 입장을 밝히자 DDR5 구매자들도 소폭의 가격인상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내년 DDR5의 점유율이 DDR4를 따라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내년 DDR5의 시장점유율은 51%를 기록해 처음으로 DDR4를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AI 시장 확대로 서버용 CPU 교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DDR5 램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연내 32Gb DDR5 램 양산에 나서 다양한 응용처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