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6% 늘어난 8412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1년 만에 9.2% 성장세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수요가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미국, 서유럽 등 선진시장은 2%대의 성장률이 점쳐진다. 지난해만 해도 12~13%대의 성장률을 보였던 곳들이다. 3~4% 성장을 보인 중동과 국내는 올해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시장을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투자계획을 철회하거나 강도 높은 체질개선을 강조한 곳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신흥강자까지 견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저성장 국면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만큼은 위협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18일 '2024 자동차 시장 전망'을 주제로 신년 세미나를 개최해 올해 업황이 다소 침체될 것으로 예견했다. 올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수요 위축'과 '신흥강자 압박' 등의 위기를 마주한다는 전망이다.
이날 세미나에 나선 양진수 현대자동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은 "올해는 대기수요가 대거 없어질 예정이어서 사실상 경기흐름에 따라 자동차 판매량이 결정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는 올해 상반기 저점에 이르겠다"고 진단했다.
경기흐름으로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시장으로 미국이 거론된다. 국내도 높은 금리가 유지되면서 수요가 둔화될 시장으로 꼽힌다. 유럽의 경우 경기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수요가 늘지 않아 성장이 주춤할 전망이다. 유럽은 대표적인 소형차 주력 시장인데 최근 전동화 전환 등으로 신차가 중대형 크기로 출시되다 보니 수요 유입이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재고 추이를 살펴보면 미국 시장은 최근 가파르게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 220만대까지 치솟았다. 아직 적정 수준이긴 하지만 경기 여건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재고는 향후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처럼 얼어붙은 수요는 완성차업체 수익 하락으로 반영될 것이란 예상이다.
전기차 성장 둔화는 더욱 도드라질 전망이다. 2021년 117.1%의 성장률을 보였던 전기차 시장은 이듬해 65.2%, 지난해에는 26%까지 성장률이 떨어졌다. 올해는 이보다도 낮은 23.9% 성장에 머무른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예상보다도 떨어진 수치다.
투자 접고 계획 미루고
완성차업체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판매량 기준으로 글로벌 2위인 폭스바겐그룹은 대대적인 비용 축소를 선언했다. 신차 개발 기간은 기존 50개월에서 36개월로 단축하고, 온라인 판매를 확대해 구매 프로세스를 간소화한다. 판매 비용을 줄이겠다는 움직임이다. 인건비 절감에도 나선다.
GM은 투자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3만 달러대의 저가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미뤘고, 올해 중반까지 북미에서 누적 4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한 목표는 폐기했다. 자율주행 사업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신차 출시 일정도 연기했다. 테슬라는 "글로벌 경제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며 멕시코 공장 건설을 미뤘다.
나홀로 웃는 중국
치고 올라오는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버텨내야 하는 관문도 남아있다. 중국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저가 품질로 시장에서 외면됐었는데 2015년 이후 가성비 SUV로 재도약했다. 2020년대부터는 중국 자동차 해외 수출이 급속도로 증가 중이다. 2021년 137만대, 2022년 224만대를 돌파하더니 지난해(1~11월) 317만대까지 치솟았다.
친환경차도 중국 업체들이 강세다. 내연기관 수준의 저렴한 가격과 타사 대비 우수한 성능으로 경쟁력을 앞세웠다. 중국 업체들은 동남아와 중남미 국가에서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하다 최근 시장을 장악했다.
아시아태평양 중심으로 집중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국가 위주로 들어가고 있다. 태국에서는 창청, NETA, 비야디, 창안 등 중국 4개 업체가 총 35만대 규모의 생산이 가능한 전기차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태국은 오랜 기간 일본 완성차업체들의 안방이었는데 중국에게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는 시선까지 나온다. 헝가리와 브라질에는 각각 10만대, 15만대 생산이 가능한 비야디 전기차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친환경차 가격 하락과 투자가 집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중국업체들은 벌써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양진수 실장은 "전기차 대중화를 누가 주도할지가 관건"이라면서 "장기적인 전동화 과제에서 중국이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