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한국의 메가 항공사 탄생이 임박했습니다. 지난달 일본에 이어 이달 유럽연합(EU)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했는데요. 이제 미국 경쟁 당국의 승인만 남았다는 점에서 두 항공사의 합병 절차가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대한항공 측은 오는 6월 말까지 미국 법무부의 기업결합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정대로 승인이 완료하면 지난 3년여간 이어진 기업결합 심사가 드디어 마무리됩니다. 또 36년간 이어져 온 양대 대형 국적항공사 체제가 단일 대형 항공사 체제로 바뀌게 됩니다. 대한항공은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국적항공사(메가 캐리어)로 거듭날 전망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지각 변동도 예상되는데요. 두 항공사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이 하나로 통합되기 때문인데요. 또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등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일부 사업을 넘겨받을 전망입니다. LCC 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일본 이어 EU까지 완료…미국 승인만 남아
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했습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1월 EU와 기업결합 사전 협의 절차를 개시한 바 있는데요. 이후 지난해 1월 정식 신고서를 내고, 같은 해 11월에는 시정조치안을 제출했습니다. 이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취합 등을 거쳐 승인이 이뤄졌습니다. ▶관련 기사: 유럽도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승인…미국만 남았다(2월 14일)
EC는 두 기업의 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했는데요. 화물 부문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여객 부문에서는 국내 LCC인 티웨이 항공으로 유럽 4개 중복 노선을 이관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사업 부문 분리매각을 위한 입찰과 매수자 선정 등의 조치를 선행한 뒤 EU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거래를 종결할 수 있다"며 "아울러 티웨이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파리,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중 13개국의 승인을 받게 됐습니다. 이제 남은 건 미국 법무부의 승인입니다. 기업결합에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EU가 합병을 승인하면서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역시 "미국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박차를 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증권가에서도 두 항공사의 합병을 낙관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가 당초 예상보다 까다롭지만 큰 틀에서 EU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항공의 인수 의지가 강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주가는 미국 승인을 가정한 시나리오들을 반영해 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도 "EC의 승인으로 미국 정부의 승인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며 "대한항공이 이미 시정조치를 약속한 노선들에 대해서는 유럽과 유사한 방식인 화물 분리와 여객 신규 사업자 진입에 협력하는 식으로 미국과도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 탄생…LCC 지각 변동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56대, 79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합병 법인의 항공기는 모두 235대로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울러 국내에서 지난 36년간 이어져 온 양대 대형 국적항공사 체제도 변화를 맞게 됩니다. 대한항공이 단일 대형 항공사로 남게 되는 겁니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국내 거점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에 환승 여객을 유치하는 등 항공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달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공항 여객 점유율은 각각 22.6%, 13.3%였습니다.
국내 LCC 업계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됩니다. 일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통합 작업이 이뤄질 전망인데요. 이 세 항공사의 항공기를 합산하면 54대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항공기 기준 국내 LCC 1위인 제주항공(42대)보다 규모가 커집니다.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과정에서 내놓게 된 일부 사업을 누가 가져가느냐도 관심사입니다. 일단 유럽 4개 노선을 넘겨받게 되는 티웨이항공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유럽까지 하늘길을 확장하면서 매출 규모 등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해당 노선은 연 환산 기준 4500~5000억원 수준의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는 당사의 2024년 티웨이항공 매출액 추정치 기준으로 31~35% 증가 효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국내 2위의 아시아나 화물 사업은 화물기 11대, 연 매출 1조원 규모인데요. 업계 추산 매각가는 5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집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됩니다. 인수가 이뤄지면 국내 항공사 매출 순위가 급변하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화물운송 사업과 주요 도시 노선을 포기한다는 점에서 합병 시너지가 반감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과연 대한항공의 기대대로 메가 캐리어로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런 우려처럼 시너지가 되레 반감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양 사 합병 과정에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조직 통합과 인력 구조조정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