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트릭이 초고압 변압기 시장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전력 수요도 폭증, 해당 시장 성장이 가시화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북미 시장 공급 여력을 늘리는데 힘쓰는 모양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미국 전력망 내 중국산 장비 사용이 금지되고 있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초고압 변압기 설비투자 및 인수에 1400억 투자 결단
배전분야에 강점을 보여온 LS일렉트릭이 최근 송전분야 내 '초고압 변압기'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 23일 약 6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중소 변압기 제조기업인 KOC전기 지분 51%를 매입, 경영권을 확보키로 했다. 인수 이후 KOC전기의 초고압 변압기 제조 설비 증설을 추진해 내년 말까지 생산능력을 2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21일엔 부산사업장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2배 늘리기로 했다. 총 800억원이 투입되며 공장 증설 완료 시점은 내년 9월까지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2000억원 규모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이 내년 10월부터 연 4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KOC 증설(500억원→1000억원)까지 완료되면 내년 말께 LS일렉트릭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연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LS일렉트릭이 1400억원 가량 투자를 결단, 초고압 변압기 캐파를 늘리는 까닭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매년 확대되는 해외 초고압 변압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향후 AI 반도체 훈풍에 반도체 신규공장이 잇따라 설립되고, AI 데이터센터가 증가하면서 전기장비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기존 데이터센터 대비 전기 소비량이 20배 높은 AI 데이터센터에선 초고압 변압기가 필수로 꼽힌다.
실제 AI 산업의 빠른 발전으로 ‘글로벌 전력 슈퍼 사이클’이 도래하면서 변압기와 전선 등을 만드는 국내 기업의 수출이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변압기 수출액은 5억4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압 케이블을 포함한 전선 수출도 6억7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7% 늘었다. 특히 변압기 수출액 가운데 미국 비중은 50%에 달했다.
중장기 성장세도 가팔라…글로벌 시장 확대 무게
올해 1분기 LS일렉트릭의 '어닝 서프라이즈'도 전력부문 실적에 기인했다. LS일렉트릭은 올 1분기 매출 1조386억원, 영업이익 9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15% 늘어난 수치다.
특히 전분기 대비 40%가량 치솟은 영업이익이 눈길을 끈다. 이 기간 10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내며 시장 컨센서스인 7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영업이익률은 9%에 달했다.
캐시카우인 전력사업이 호조를 띄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전력사업 부문은 1분기 756억원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체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담당했다.
북미를 중심으로 배전사업과 초고압사업 성장세가 지속된 덕이다. 북미 사업 비중은 지난해 14%에서 올 1분기 17%로 높아졌다. 해외 매출 비중도 2020년 24%에서 2023년 36%, 올 1분기 43%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
AI 및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글로벌 전력 수요가 폭증, 실적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력산업 초호황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신에너지금융연구소는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를 △2020년 2350억달러 △2030년 5320억달러 △2050년 6360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향후 실적 고공행진이 예상된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LS일렉트릭은 기존 배전시장의 강점에 비해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여겨졌던 송전시장에서 생산능력을 연이어 확대하고 있다"며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확인되고 있지만 단납기 캐파가 새롭게 시장에 제공되는 만큼 제한된 공급능력을 활용해 원가 상승분을 적절하게 판가로 전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유 연구원은 "KOC 인수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늦어도 3분기부터 연결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며 "북미 초고압 송전설비 수요 증가에 대응한 설비 투자와 신규 업체 인수 등이 확인된 점이 긍정적이며 향후 해당 부문의 매출 성장이 빠른 속도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