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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배터리]②속 타는 K-배터리, '실명제' 반사이익?

  • 2024.08.19(월) 07:40

EV 수요둔화…보이지 않는 바닥
'제조사 공개' 단기 수혜+중장기 과제
화재 위험 줄일 근본 기술 필요성 ↑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현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 이어진 전기차 화재로 업계 내 수요둔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기차 계약 문의가 급감하거나 계약 취소가 줄을 잇는 등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커진 모양새다.

이미 한차례 꺾인 수요 흐름이 향후 급하강세로 접어드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통계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4% 감소한 8만613대로 집계된 바 있다.

전방시장이 이렇다 보니 배터리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년 만에 업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반등 시점이 늦어질까 노심초사다.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 3사의 영업이익은 108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431억원) 대비 10 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캐즘에 화재까지···보릿고개 장기화 노심초사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화재 대책을 내달 마련한다고 밝힌 가운데 완성차 기업들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나섰다. 이른바 '배터리 실명제'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불안을 달랜다는 취지가 주효했다. 

현대차·기아와 BMW 등 일부 브랜드는 선제적으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고, 나머지 브랜드는 정부가 자발적 공개를 권고하면서 배터리 정보를 알렸다. 이에 국내서 전기차를 제조·판매하는 17개 완성차 브랜드 모두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그 결과 총 78종 전기차 중 53종(68%)에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파악, 중국산은 25종(32%)으로 집계됐다.

일각선 배터리 정보 공개로 인한 반사이익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사고 차량에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향후 국산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업계 및 전문가들의 시각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물론 단기적 관점에선 긍정적 효과가 일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통상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기술 숙련도가 중국 대비 더 뛰어나다는 인식이 있어 소비자들이 이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배터리 실명제를 통해 업계 전반의 안전성이 다소 향상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제조사명이 공개되기 때문에 생산 과정서 안전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될 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배터리 실명제' 양날의 검

다만 '중장기적 관점서 반사이익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을 근본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시장 전체가 쪼그라들 것이란 주장이다.

한국과 중국이 배터리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지만, 주력 분야가 사실상 나뉘어 있어 한 곳이 침몰하면 전체 시장 파이가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중국은 저가형인 LFP를 위주로 생산하는 반면 한국은 성능 중심의 NCM 계열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LFP 생산을 공식 선언하고 나섰으나, 목표 공급 시기는 빨라도 2025년부터다.

전기차 배터리기업 상반기 시장점유율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중국 배터리 기업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여전히 높아 '퇴출'이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올해 상반기 중국산 배터리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서 점유율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이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중국 배터리 기업(CATL·BYD·CALB) 등의 점유율은 33%로 전년 동기 대비 3.6%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 3사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8%p 하락한 46.8%로 집계됐다.

"결국 전고체, 기술 난이도+가격은 과제"

이에 전문가들은 "배터리 기업들이 화재 위험을 줄일 근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요 기술로는 '전고체 배터리'가 꼽힌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배터리다. 기존 액체 전해질이 가연성·휘발성을 지닌 반면 고체 전해질은 불연성을 갖춰 화재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NCM과 LFP 배터리 모두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만큼 불안전성을 갖고 있다"며 "안전성 측면에선 전고체 배터리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리튬이온배터리 및 전고체 배터리 구조도./자료=삼성SDI

다만 전고체 배터리 개발 난도가 높고, 가격도 비싸 상용화·대중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점은 넘어야 할 문턱이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2027년과 2030년 전고체 개발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때문에 그간 배터리 제조사들의 연구개발 초점이 에너지밀도 향상 등에 맞춰져 있었다면, 향후 안전에 더욱 무게를 둬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배터리3사 안전기술 강화 방안./그래픽=비즈워치

한편 국내 배터리 3사는 안전을 최우선 삼아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셀 제조 과정에서 엑스레이 등을 통한 불량 검사를 자동화하는 등 공정별 전수 검사 체계를 구축했다. 배터리 모듈에 방화 소재를 적용하고 발화하더라도 배터리 팩 밖으로 불이 빠져나오는 시간을 늦추는 소재로 팩을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고도화에도 적극적이다. BMS 관련 특허 7000여개를 바탕으로 안전진단 알고리즘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셀·모듈·배터리 팩을 연계한 열전파 방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열전파 방지 기술개발과 검증, 적용한다. 주력 제품인 각형 배터리엔 가스 배출 특수 장치도 달았다.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 내부에 가스가 발생하면 이를 즉각 배출, 화재 위험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모양으로 쌓는 'Z-폴딩' 공법으로 제품 안전성을 높였다. 배터리 셀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동시에 양극·음극 접촉 가능성을 막아 화재 위험성을 낮춘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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