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서 법원이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김 이사장과 최 회장 간 부정행위가 노 관장 혼인관계 파탄의 주원인이라고 지적, '위자료 20억원' 판결을 내렸다. 국내 상간자 소송 사상 최대 규모 위자료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이광우 부장판사)는 노 관장이 김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최 회장과 공동으로 노 관장에게 20억원을 지급하라"며 22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와 최 회장의 부정행위, 혼외자 출산, 공개적 행보 등이 원고와 최 회장의 근본적으로 신뢰를 훼손하고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노 관장은 지난해 3월 김 이사장이 최 회장과의 혼인 생활의 파탄을 초래했다며 30억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 측은 김 이사장이 최 회장에게 접근해 혼외자를 출산, 최 회장은 2015년 이후 1000억원 이상을 김 이사장에게 썼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김 이사장 측은 노 관장이 이혼 소송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의도로 제기한 것이며, 노 관장과 최 회장의 결혼 관계는 이미 십수년 간 파탄 난 상태라고 받아쳤다. 노 관장 측이 주장한 1000억원에 대해선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이를 언론에 밝힌 노 관장 대리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양측은 '소멸시효' 쟁점을 놓고도 치열하게 맞섰다. 김 이사장 측은 노 관장이 이혼 반소를 제기한 2019년으로부터 3년이 지났기에 시효 소멸 등으로 법적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는 데 따른 주장이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최 회장과 이혼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고 두 사람의 부정행위가 계속되고 있기에 소멸시효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사상 초유 위자료, 어떻게 나왔나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김 이사장 측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의 부정행위 이전에 원고와 최 회장이 파탄에 이르렀다거나 그 책임이 원고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와 최 회장의 부정행위는 혼인 파탄 이전에 시작돼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것이고 중간에 단절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가 원고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원고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진 원고와 최 회장의 부정행위로 인해 원고에게 발생한 정신적 손해와 실질적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이날 선고된 위자료 규모 '20억원'이 눈길을 끌었다. 가정법원 사상 최대 금액일 뿐 아니라 노 관장과 최 회장 간 이혼소송 항소심서 나온 위자료와 같은 규모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당초 이번 선고를 앞두고 법조계 내에선 "김 이사장에게는 20억원 미만의 위자료가 선고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 5월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1조3808억원 및 위자료 20억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 정조의무가 있는 배우자의 책임이 더 크니 최 회장 위자료 규모인 20억원을 하회할 것이란 시각이었다.
통상 상간자 상대 손해배상액은 2000만~3000만원에 최대 5000만원, 배우자와 그 상간자의 위자료 비율은 2 대 1 수준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이사장과 최 회장의 책임 정도를 동일하게 판단했다. 반성 및 사과의 태도가 없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위자료 산정 배경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와 최 회장 간 이혼소송 항소심은 최 회장이 원고에게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다"며 "또 피고와 최 회장의 부정행위 경위·정도·재산상태·선행 이혼소송 등을 고려했을 때 피고의 책임이 최 회장과 비교해 특별히 달리 정해야 할 정도로 가볍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선고 직후 김 이사장 변호인 배인구 변호사(법무법인 YK)는 "김 이사장은 이유 여하를 떠나 노 관장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노 관장의 혼인 파탄이 먼저였고, 재산분할 소송에서 유리한 입지를 위해 기획된 소송이라고 본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김 이사장과 가족들은 이미 10여년 간 치밀하게 만들어진 여론전과 가짜 뉴스로 많은 고통을 받아왔기에 지나친 인격살인은 멈춰달라"며 "향후 대응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받아본 후 논의해 조속히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 관장 측 변호인 김수정 변호사(법무법인 리우)는 "노 관장과 자녀들이 겪은 고통은 어떠한 금전으로도 치유되기 어렵다"며 "다만 무겁게 배상 책임을 인정해주신 것은 가정의 소중함과 가치를 보호하려는 법원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고, 충실히 심리해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