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고 있는 유럽 자동차 시장을 예의주시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직접 유럽사업 점검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자동차 체코공장(HMMC)을 찾았다고 22일 밝혔다. 정 회장은 체코공장 생산라인을 직접 둘러보며 현지 주요 사업 현안을 살펴봤다.
정 회장은 "최근 전기차 시장 지각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체코공장의 우수한 생산성 및 손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품질, 서비스, 우수인재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품질과 안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지원하겠다"라고도 약속했다.
유럽은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이다. 하지만 올해 1~7월 전기차 산업수요가 109만3808대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0.6%에 그치면서 시장이 침체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3년 전체 전기차 산업수요 증가율은 28.2%였다(유럽자동차산업협회 통계). 유럽에 기반을 둔 완성차업체는 전동화 속도 조절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분위기 보며 유연하게
위기 돌파를 위해 정 회장은 유연 생산을 우선 주문했다.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EV 등 전 라인업에 걸친 유럽 맞춤형 제품 믹스로 시장환경에 신축성 있게 대처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현대차는 유럽 고객에게 인기가 높은 투싼 하이브리드를 필두로 SUV 하이브리드 모델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반기 중 체코공장에서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도 생산한다. 유럽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해 리더십 회복에 나선다.
기아는 올 하반기 해외 최초로 EV3를 유럽 시장에 선보인다. 이와 함께 EV6 상품성 개선 모델과 EV9을 경제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트림을 추가한다. 아울러 주력 차종에 대해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전동화 속도 조절 추세에 맞춰 성장전략도 손질했다. 현대차는 현지 생산 EV를 산업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확대 투입한다. 기아는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슬로바키아에 전기차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
위기를 기회로
전기차 시장의 더딘 성장을 준비의 기회로 포착하기도 했다.
기아의 경우 연구개발(R&D) 글로벌 핵심 허브인 유럽기술연구소(HMETC, Hyundai Motor Europe Technical Center GmbH) 인프라 확충 작업을 본격 추진한다.
유럽기술연구소는 해외 생산 차종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활동을 강화한다. 이곳에서 프리미엄 및 고성능 모델을 개발하고 유럽 권역 내 친환경 모빌리티 개발 거점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정 회장은 "체코공장은 친환경 모빌리티 비전과 기술을 위한 미래 투자의 핵심 거점"이라면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지속적인 성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