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위한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하도급과 위험 외주화 구조를 정조준했다. 지난달 말부터 산업계가 마련한 자율 안전관리 대책은 정부 기조와 맞물려 현장에서의 실행력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터가 죽음의 장 되어서는 안 돼"
이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필요하면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후진적 산업재해 공화국을 반드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며 "살기 위해 갔던 일터가 죽음의 장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피할 수 있는데 피하지 않았다든지, 특히 돈을 벌기 위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지출해야 될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건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법률적 용어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위험한 작업을 하청 또는 외주로 넘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책임은 안 지고 이익은 보겠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무위원들에게 "일상적으로 산업현장을 점검해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조치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들어 산재 은폐와 미신고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점도 규제 강화와 제도 보완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재 은폐·미신고 적발 건수는 23만6512건, 금액은 328억원에 달한다. 건수는 2020년 대비 4년 만에 61.5% 늘었다.
이에 정부는 작업중지권 확대와 산업안전보건 공시제를 포함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이달, 늦어도 다음 달 발표할 계획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오후 내놓을 5개년 국정운영계획에도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축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계, 자율 대책 실행 여부 촉각
이같은 정부의 강경 기조에 맞춰 지난달 말부터 주요 업계는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계획을 내놓기 시작했다. 조선과 자동차와 철강 등 업종별로 위험 요인을 줄이기 위한 규칙을 세우고 교육과 장비 지원 방안을 포함한 세부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을 강하게 추진함에 따라 해당 계획의 실제 실행 여부가 성과를 가를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포스코그룹은 최근 잇따른 중대재해 사고로 정부의 직접적인 타깃이 된 만큼 대책 실행 압박이 크다. 포스코그룹은 '그룹중심 안전관리체제'로 전환하고 하도급 구조를 혁신해 위험의 외주화를 차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위반 시 거래중단과 계약해지 등 강력 조치를 취하고 안전 예산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안전 전문회사 설립과 산재가족돌봄재단 설립도 검토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오는 18일부터 안전보건 경영체계 'The Safe Care(더 세이프 케어)'를 전면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업 중대재해 사례를 분석해 △추락 △끼임 △감전 △질식 △화재 등 9대 절대불가사고를 지정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관리하는 것이 골자다. 위반 시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종합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재개할 수 있다.
기아는 이달 6일 노사 공동 안전보건 선언식을 열고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협력사를 포함한 모든 중대재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기아 노사는 △폭염 피해 방지 위한 냉방시스템 강화 △스마트 안전기술 확대 적용 △협력사 대상 맞춤형 안전 지원 프로그램 운영 △다양한 안전문화 활동 전개 등의 구체적인 조치 사항도 약속했다.
한화는 중대재해사고 예방을 그룹 차원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그룹 내 제조, 서비스 등 계열사를 대상으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현황 점검을 지원하고, 자가점검 체크리스트 95개 항목과 통합 매뉴얼을 배포했다. 아울러 실무자 대상 중대재해처벌법 교육, 고용노동부 판례 및 이슈 사항 반영 지침 제공, 신규 임원 교육, 협력사 안전관리 매뉴얼 제공 등을 통해 현장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