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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두산에너빌, SMR 공급망 '앞단' 잡은 비결

  • 2025.12.18(목) 06:50

美 엑스-에너지와 SMR 핵심소재 선제 계약
설계 넘어 제작 준비…공급망 경쟁 본격화
박지원 회장, 투자 넓히며 전용 생산시설 검토

그래픽=비즈워치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의 무게중심이 설계 경쟁에서 제작 준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아직 착공 단계 사업은 제한적이지만 핵심 기자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누가 먼저 준비를 끝내느냐가 경쟁의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에서 먼저 감지됩니다. 차세대 SMR을 둘러싼 논의가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공급망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로 확장되는 흐름인데요. 제작 일정의 출발점이 되는 공정을 누가 쥐느냐가 중요해지는 국면이죠.

이 흐름 속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최근 미국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와 체결한 단조품 예약계약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차세대 SMR 공급망의 '앞단'을 잡은 비결을 들여다볼까요.

SMR 첫 단추 선점 

이번 계약은 엑스-에너지가 건설을 추진 중인 SMR 모델 'Xe-100' 16대에 사용될 단조품을 대상으로 합니다. 주기기 제작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미리 확보한 사례죠.

미국 현지시각 지난 11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SMR 핵심소재에 대한 예약계약 체결식에서 클레이 셀(왼쪽부터) 엑스-에너지 사장과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두산에너빌리티

단조품은 SMR 주기기 제작에 필요한 중·대형 소재로, 제작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프로젝트 초기부터 조달이 중요합니다. 이번 예약계약 이후 두산에너빌리티는 엑스-에너지와 후속 계약을 통해 단조품과 모듈 제작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엑스-에너지가 추진 중인 사업 규모를 보면 이 선택의 맥락이 보다 분명해집니다. 엑스-에너지는 미국 에너지부(DOE)의 지원을 받는 차세대 고온가스로 SMR 개발사로,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Xe-100 원자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첫 사업으로는 미국 화학기업 다우(Dow)가 텍사스주 산업단지에 Xe-100 4대를 도입할 계획이고 워싱턴주의 공공 전력 공급 기업인 에너지 노스웨스트(Energy Northwest)에는 12대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특히 에너지 노스웨스트 사업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엑스-에너지가 함께 참여해 2039년까지 총 5GW 규모, Xe-100 60대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일부입니다. 초기 물량부터 제작 일정 관리가 중요한 구조인 만큼 주기기 제작의 출발 공정을 먼저 계약으로 확보하려는 선택으로 해석됩니다.

SMR에 건 원전 전략

박지원(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이 지난 9월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를 방문해 인공지능(AI) 기반 경영혁신 사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사진=두산

그간 두산에너빌리티와 엑스-에너지의 협력은 단계적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2021년 SMR 주기기 제작을 위한 설계 용역 계약으로 관계가 시작됐고 2023년에는 두산이 엑스-에너지 지분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지난 8월에는 아마존,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4자 MOU를 체결하며 사업 협력 범위를 넓혔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SMR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배경에는 박지원 회장의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박 회장은 대형 원전 중심이던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자력 사업 구조를 SMR로 확장하는 데 공을 들여왔는데요. 2019년부터 국내 투자사들과 함께 미국 SMR 개발사 뉴스케일파워(NuScale)에 1억400만 달러를 투자하며 국내 업체 중 가장 이른 시점부터 글로벌 SMR 사업에 참여해 왔습니다. 최근 행보도 이런 전략이 단계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같은 방향성은 향후 투자 계획에서도 확인됩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뉴스케일과 엑스-에너지 사업 구체화에 맞춰 SMR 전용 생산시설 구축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량 생산 체계를 도입해 연간 최대 20기 수준의 SMR 제작이 가능한 설비를 구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경상남도와 창원시의 행정·재정 지원을 전제로 한 협약도 체결했습니다.

현재 SMR 시장은 설계 경쟁을 넘어 누가 먼저 만들 준비를 끝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이번 선택도 이 변화 속에서 공급망의 출발점을 선점하려는 행보로 읽힙니다. 이 흐름이 향후 SMR 사업의 실제 발주와 공급망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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