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실적과 배당 모두 실망을 안겼다. 실적 부진은 이미 잠정발표에서 예견됐다면 배당은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올랐다 꺼지며 무게감이 더 컸다. 중간배당 확대 불발로 곧바로 연말로 관심이 이동했지만 당장 연말에도 현금 보따리를 넉넉히 풀 것 같진 않다. 31일 코스피 시장에서는 실망매물이 나왔고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에도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시장의 믿음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배당 촉진에 나선 만큼 결국 주주환원을 확대해 갈 것이란 전망은 여전하다. 삼성전자에 대한 실망은 오히려 기업 배당 증가엔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일깨워준 것일 수 있다.
◇ 삼성전자 중간배당 확대 기대 '물거품'
이날 삼성전자는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을 발표했다. 예년과 같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매번 500원의 배당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기업 배당 활성화 의지와 함께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통 큰 배당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들고 나오면서 삼성전자의 막대한 현금은 새삼 부각됐다. 2분기말 현재 삼성전자는 60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은 49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5000원으로 배당을 크게 확대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재현될 것이란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왔었다.
◇ 1% 시가배당수익률 약속 지켜..늘리지 못한 이유 '명확'
삼성전자가 당장 배당을 늘리지 못한 이유는 명확하다. 무엇보다 실적이 부진했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배당증가는 대개 실적개선을 수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그룹 계열사 16곳 가운데 상당수의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최근 시류 변화가 배당 확대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촉박했다. 삼성전자도 "주주배당 정책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예년 수준의 중간배당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의사결정에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V낸드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투자전략 결정이 각 사업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당보다는 투자에 무게를 싣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 발표 전 삼성전자의 중간배당 확대 가능성이 존재했지만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 등으로 기존과 동일한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애널리스트데이에서 삼성전자는 1%의 시가배당수익률을 제시했고 약속은 지킨 것"이라며 "연말 배당에서는 이보다는 높은 수준의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배당 기대로 주가가 빠르게 올라버리면 오히려 지배구조 개편시 필요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 시에는 잉여현금을 배당이 아닌 자사주 매입 용도로 활용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속도조절이 필요한 셈이다.
▲ 출처: 이트레이드증권 |
◇ 기대감이 현실 되려면..인내심 일깨운 계기
시장이 하락했지만 다행히 여파는 크지 않다. 전반적인 기대감도 여전히 살아 있다. 배당이슈가 갑작스레 커졌지만 지나가는 뉴스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장이 끌고 갈 이슈란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층 성숙한 시장도 여윳돈을 무조건 배당하는 기업보다는 성장이 담보된 배당성장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공원배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중간배당 실망과는 별개로 기업 배당 증가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또 "삼성전자 역시 배당수익률이 4~5%선까지 늘어나는 것은 무리지만 장기적으로 배당을 늘릴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중간배당에서 드러나듯 정부의 배당촉진 정책 발표에도 실제 기업들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며 "배당이 얼마나 늘어날지에 매달리기보다 정책 속도와 일관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